A가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3년 가까이 약을 복용하면서 ADHD증상이 많이 좋아졌다고 느끼지만 여전히 갑자기 감당하기 힘든 감정에 휩싸이면 그걸 조절하기 힘들어서 악을 쓰거나 화를 진정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나쁜 말이나 나쁜 태도를 보일 때가 있다. 그렇다고 폭력을 쓰거나 욕을 하는 건 아니지만 혼자 감정을 삭이지 못해서 방문을 발로 계속 차거나 벽을 손으로 치는 등의 자신의 몸을 다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건 걱정이 된다. 남편은 이런 아이의 행동에 더 자극을 받는 편이라 이런 일이 있을 때 아이를 멈추게 하려고 더 무섭게 다그치거나 으름장을 놓는데 아직 감정조절이 서툰편이라 이런 방식으로라도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거라는 걸 늘 설명해줘도 아이가 자신에게 도발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 같다.
평소에는 아빠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고 본인이 재밌어하는 게임이나 캐릭터 들에 대한 이야기를 아빠와 더 많이 나누기 때문에 엄마는 싫어하는 것을 시키는 사람, 아빠는 좋아하는 것을 같이 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다가 이렇게 감정조절이 어려워서 과한 행동을 해 아빠에게 혼나고 나면 서운함에 아빠가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남편이 아무리 자제시키려고 해도 오히려 감정이 자극되고 진정이 더 어렵다.
그럴땐 내가 나서서 남편과의 물리적인 거리를 떨어뜨려놓고 우선 차분히 아이 혼자 흥분상태를 가라앉히도록 돕거나 그래도 조절이 어려울 땐 아이를 천천히 달래서 숨을 쉬게하고 서운한 마음과 격앙된 감정을 좀 차분히 할 수 있도록 앉아주거나 손을 잡아주면 그나마 좀 진정이 된다.
얼마전에도 비오는 날 밤 자전거를 타고 태권도에 가겠다는 아이에게 안된다고 제지했다가 이런 난리법석을 한 번 치뤘는데 흥분이 진정되고 나서 A가 한 말이 기억에 남았다.
"내가 막 화내고 나쁘게 행동할 때 그래도 엄마나 아빠 둘 중 하나는 다정하게 내 편이 되어주는 것 같아. 그래서 좋아"
10살이 되니 나름 부모의 노력을 알아봐주는 것도 같고 남편과 내가 나름 고민해서 훈육할 때 서로 역할을 만들어준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래서 나처럼 아이가 커갈수록 높아지는 충동성과 어려운 감정조절로 애를 먹힐 때 부모의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하면 좋을 지 좀 소개해보려고 한다.
ADHD아이를 훈육할 때 부모의 역할 분담이 중요한 이유
보통 아이가 문제행동을 하면 부모 중 한 명이 지적을 하고 그에 대해 아이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지적한 부모에게 대드는 경우 나머지 부모 역시 아이의 문제행동을 바로 잡기 위해 함께 합세해서 아이를 혼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 아이는 자신의 문제행동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기보다는 엄마아빠 모두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않고 자신을 혼내기만 했다고 생각하기 일쑤이다. 특히나 감정이 격앙되면 깊게 생각하기 힘들어하는 ADHD아이의 경우 무조건 엄마, 아빠는 미워, 나빠, 나만 가지고 뭐라고 해. 라는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기 쉽다.
이럴때 부모가 한 명은 훈육하고 한 명은 감정을 들여다보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해주면 아이의 감정은 격해지지 않게 도우면서 필요한 훈육을 조금 더 쉽게 진행할 수 있는 것 같다.
부모의 역할 분담이 ADHD아이 훈육에 도움을 주는 이유
첫째는 ADHD아이들은 감정과 규칙을 동시에 다루기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ADHD아이들은 감정이 격해지면 뒷일을 생각하지 못한다. 규칙을 이해하고 상황을 분석하지 못하고 잘못한 일인데도 본인의 감정만을 앞세워 지켜야할 선을 쉽게 넘기기 일쑤다.
이럴때 부모 한 명은 아이의 감정을 안정시켜주고 다른 부모 한 명은 규칙과 원칙에 대해 일관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정서적인 안정과 행동 교정을 모두 이뤄낼 수 있는 좋은 방식이다.
둘째는 역할 분담이 두가지의 메시지를 분리해서 인식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문제 행동을 할 때 한 명의 부모는 "이걸 지키기 어려운 건 이해해. 지키는 게 어렵지?"라는 식으로 아이의 상황을 공감해주고 다른 부모는 "하지만 이럴때 이런 규칙은 꼭 지켜야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원칙을 이야기 해준다면 아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비난받는 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내 행동이 문제가 있으니 고쳐야겠다는 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부모의 역할 분담시 주의해야 할점은?
역할 분담이 효과적인만큼 꼭 주의해야할 점들도 있다.
1. 부모간의 메시지는 반드시 일치해야한다.
같은 일에 대해서 부모 한 명은 "이번엔 그냥 넘어가준다"고 말하고 원칙을 알려주는 역할을 맡은 부모는 "그래도 규칙을 어겼으니 벌은 받아야지"라는 식으로 부모간의 메시지가 엇갈리게 되면 아이는 혼란을 느끼게 되고 누가 더 편한가? 혹은 부모 사이의 힘의 균형을 살피게 되면서 결국 규칙을 무시하면서 본인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행동을 회피하거나 부모 중 더 권위가 높은 사람의 말만 듣게 되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사전에 역할 분담에 대해 이야기해두자.
예를 들어 아이의 문제행동 앞에서 문제제기를 하기전에 부모 한 명은 "~해야 할 시간인데 ~해서 좀 힘들었구나"라는 식으로 마음을 달래주고 다른 부모 한 명은 "~하고 싶은 건 알지만 그래도 해야할 시간엔 그걸 하는 거야. 그게 같이 정한 규칙이니까"라는 식으로 문제행동을 교정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사전에 서로 협의를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3. 굿캅, 배드캅을 정해두진 말자.
다정한 역할과 규칙을 알려주는 역할을 서로 고정시키는 건 좋지 않다. 감정을 돌봐주는 사람과 규칙을 알려주는 사람이 분리되어 있다면 자신의 맘을 잘 알아주는 것처럼 보이는 부모에게만 더 매달리거나 규칙이나 원칙을 따지는 부모에겐 반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두 부모가 모두 규칙과 감정을 다 중요시여긴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핵심요약
- 역할분담을 하되 궁극적인 메시지는 같게
- 감정과 규칙을 번갈아 맡아주자.
- 사전에 합의가 필요해요.
그리고 아이의 문제행동에 쉽게 동요되서 감정적이 되는 부모라면 아이의 치료시간에 꼭 담당의사선생님께 말씀드려보자. ADHD는 가족력이 높은 질환인데다가 ADHD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우울증발생가능성이 일반적인 아이를 키우는 부모보다 높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같은 이유로 검사와 치료를 받았고 확실히 약 처방을 받은 이후로는 아이의 감정을 들여다보기 훨씬 쉬워졌기 때문이다.
ADHD아이를 키우다가 화가 날 땐, 잠시 멈춤을 기억하세요.
ADHD 아이를 키우는 일은 어렵다. 3년째 약을 먹이고 그나마 어제보단 조금 나아졌다 싶은 맘이다가도 학년이 거듭될수록 생겨나는 다양한 챌린지들 앞에서 무너지는 아이를 볼 때마다 나도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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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아이를 혼낼 때 지켜야 할 기준
때와 왔다. ADHD아이들이 가장 증상이 조절하기 어렵고 문제가 도드라지기 시작한다는 2말3초의 시기. 보통 ADHD를 의심하지 못하다가도 초등 2학년에서 3학년을 지나면서 아이의 ADHD적인 증상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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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아이가 키우기 힘들다면, 함께 치료를 받는게 좋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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