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와 왔다. ADHD아이들이 가장 증상이 조절하기 어렵고 문제가 도드라지기 시작한다는 2말3초의 시기. 보통 ADHD를 의심하지 못하다가도 초등 2학년에서 3학년을 지나면서 아이의 ADHD적인 증상들이 더 돌출되고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 학원등의 피드백에 못 이겨서 아이와 소아정신과를 찾게 되는 시기라고 한다.
그 이유는 초등 1~2학년의 수준의 공부수준과 3학년부터의 공부수준이 차이가 나는데다가 어느정도 사회성이 발달한 또래 사이에서 부족한 사회성이 드러나게 되는 시기이고 학교나 학원 등에서 요구되는 과제 들이 복잡해지면서 또래보다 늦쳐진 실행기능이 티가 나며 부모의 기대치 역시, 이젠 어린애가 아니다라며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전까진 아직 꼬꼬마라고 생각하며 봐주던 부모, 선생님도 아이가 또래보다 늦거나 어려움이 있다는 걸 쉽게 알아챌만큼 또래 친구들의 성장이 빨라지니 아무래도 ADHD아이들이라면 그 문제점이 더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다.
A 역시 마찬가지다. 그나마 정해진 루틴대로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한 두달전부터 충동성이 극에 달하고 감정조절을 힘들어한다. 방과후 수업이 있는 날 까먹고 집에 온다거나 수업이 듣기 싫다고 갑자기 집에 오는 일이 생기는가 하면 수업이 끝난 후 가방을 챙기지 않고 숙제를 하기 싫다고 끝까지 미루다가 결국 숙제를 못하고 가는 일도 생겨났다.
ADHD치료를 시작하기 전인 7살 때처럼 감정조절을 어려워해서 나와 공부를 하다가 소리를 지르고 하기 싫다고 눈을 부라리는 일도 생겨서 일주일 간 공부를 멈췄다가 조금씩 공부량을 다시 늘리고 있는 중이다.
ADHD아이를 나보다 더 오래 길러본 선배엄마들이 종종 아이가 퇴행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할 때가 있는데 나 역시 아이가 다시 7살로 돌아간 기분이든다. 그래서 아이를 훈육해야 할 일이 몇 달 전보다 훨씬 늘어났는데 7살의 아이를 훈육할 때와 9살의 아이를 훈육할 때의 마음가짐이 달라서인지 참 버겁고 어렵다.
7살때는 아직 어리기도 하고 ADHD진단을 받고 아이에게 미안함도 커서 좀 더 상냥하고 너그러울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이가 어느정도 컸다고 생각하니 이정도도 못하나? 이걸 왜 안하지? 라는 맘이 커져서 말이 곱게 나가지를 않는다.
다시 한 번 ADHD아이를 훈육할 때 지켜야하는 기준을 공부하고 다시 아이와의 더 슬기로운 ADHD생활을 위해 노력해보려고 한다.
ADHD아이를 혼낼 때 지켜야 할 기준 1. ADHD임을 잊지 말 것.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내 아이에겐 ADHD가 있다는 사실이다. 또래처럼, 9살처럼, 초등 2학년처럼, 형아처럼 이런 단어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 9살이지만 ADHD나이로 환산하면 곱하기 0.7을 해야하니 6.3세. 아직 7살도 안되었다고 봐야하고 초등학생이지만 유치원생 정도의 참을성과 실행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야한다.
물론 한글이나 수학 등의 공부를 하는 능력은 초등 2학년수준이지만 아이가 자기의 공간을 정리하고 시간을 조절하고 해야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는 또래보다 0.7 정도의 수준이라는 걸 이해해야한다는 뜻이다.
높은 충동성과 지시 무시하기, 자기만 아는 것 같은 행동, 자신이 한 일의 결과를 예측하지 못 하는 것, 감정 조절이 어렵고 때때로 아이처럼 떼를 부리거나 하는 모든 행동들은 무조건 혼내서 해결되는 일들이 아니다. 이건 아이가 ADHD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밖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ADHD아이를 혼낼 때 지켜야 할 기준 2. 그래도 가르쳐야할 것들.
아이가 ADHD라도 꼭 가르쳐야할 것들은 존재한다. 우리가 보통 유치원에서나 어린이집에서 배우는 것들이 그런것이다.
부모님과 선생님, 어른들에게 예의바르게 행동할 것, 친구들과 놀 때 양보와 배려할 것, 자신이 어지른 것은 자신이 치울 것, 세수, 양치, 샤워 등 기본 적인 위생습관 등이 바로 그런 것이다.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ADHD아이들에겐 그 기본이 매우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감정조절이 어려워서 부모나 선생님께 함부로 대하거나 말을 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놀 때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양치질이 귀찮아서 대충 닦는 척만 하는 경우도 많고 놀고 싶은 충동성이 커서 놀던 장난감을 정리해야하는 걸 잊기 일 쑤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부분을 ADHD라고 그냥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넘어간다면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는 일상생활이 엉망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러므로 적어도 이런 기본 에티켓과 생활 예절에 대해서는 늘 아이가 잘 지키도록 가르치고 만약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다면 유치원생에게 가르치듯 천천히 매일 반복해서 지켜나갈 것을 가르쳐 줄 필요가 있다.
위생습관등은 루틴을 만들어서 늘 지키도록 도울 수 있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의 어려움은 사회성치료 등을 추천하고 싶다. 정리나 정돈은 매우 어려워하는 부분인데 이건 부모가 조금씩은 도와주면서 우선순위(큰것부터 작은 것 순서로 정리하기, 위험한 것부터 정리하기, 자리가 정해진 것부터 정리하기 등)를 가르쳐주고 스스로 우선순위를 정해보는 연습을 많이 하는게 도움이 된다.
부모나 선생님, 어른에 대한 예의는 사실 부모가 서로에게, 부모가 선생님이나 다른 어른에게 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는 경우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양육자가 상대방에게 좀 더 배려하는 말투를 사용하고 아이에게도 예의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서 아이가 지켜야할 선을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게 필요하다. 선생님과 대화할 때나 이웃 사촌 등을 만날 때도 먼저 인사를 하거나 좀 더 예의바른 언어를 사용하고 아이와 선생님이나 다른 어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비속어나 나쁜 표현을 자제하고 존중하며 이해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아이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나같은 경우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모든 분들 께 가볍게라도 인사를 드리는 편인데 A 역시 그래서인지 늘 인사성이 밝은 편이며 다른 친구집에 갔을 때도 친구부모님께는 늘 예의를 지키는 편이다.
ADHD아이를 혼낼 때 지켜야 할 기준 3. 지금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연습
ADHD아이를 혼낼 때 늘 문제가 되는 건 양육자의 감정이 실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양육자도 사람인지라 아이가 나이에 비해 제대로 무언가를 해내지 못했을 때 드는 실망감과 좌절감, 그리고 ADHD아이를 키우면서 쌓이게 되는 스트레스와 짜증 등이 아이의 실수나 잘못된 행동을 만났을 때 폭발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나 역시 ADHD가 있고 감정조절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약물복용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정도로 ADHD아이를 키우는 일에서의 훈육은 늘 양육자의 감정트리거를 자극한다.
이 때 적어도 아이를 제대로 훈육하기 위해서는 나의 감정을 좀 들여다보고 진정시켜놓을 필요가 있다. 잠을 잘 못 잤다거나 생리전후라거나 다른 스트레스 상황이 있는 경우에서는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 바로 훈육을 시작하진 않는게 좋다. 왜냐면 아이가 잘못한 것보다 더 많이 흥분해서 훈육을 망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가 한 잘못과 나의 현재의 감정을 분리한다는게 정말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그걸 분리하지 않고 아이의 훈육을 시작하면 아이의 잘못에 비해 과한 언사나 태도를 보이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거나 뉘우치기보다는 부모의 과한 대응을 억울해하고 똑같이 맞부딪혀 화를 내게 된다.
오히려 차분히 아이의 잘못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게 더 좋았을 지 질문으로 아이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다. 질문 방법은 앞 선 포스팅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 다. ADHD에게 잔소리보다 질문이 효과적인 이유
ADHD아이를 혼낼 때 지켜야 할 기준 4. 기대를 낮추면 오히려 희망이 보인다.
6학년인 조카 J를 키우는 여동생의 경우, 한동안은 조카가 무슨 말만 꺼내도 한숨부터 쉬는 경우가 많았다. 그땐 왜 저렇게까지 애한테 부정적으로 대할까? 생각했었는데 ADHD 치료 3년차에 접어드니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한다. 또래보다 늘 어리게만 굴고 사촌동생들에게도 양보를 잘 해줄줄 모르는 모습이 몇년씩 반복되니 너무 지친것이다.
ADHD진단을 받고나면 ADHD임에도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마구 찾게 된다. 내 아이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회로를 마구 돌리면서 말이다. 하지만 아이가 영재급의 고지능이거나 정말 마더테레사같은 엄마가 아닌 대부분의 아이들은 조금씩 좌충우돌하면서 부모의 노화를 가속시키면서 또래보다 느리게 커나간다고 한다. 그러니 기대를 많이 낮추는 게 오히려 더 엄마나 아이에게 모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ADHD인데 의사에요, ADHD인데 서울대갔어요. ADHD인데 금메달을 땄어요. 이런거 보지 말고 아이나이 곱하기 0.7, 그 나이의 아이보다 더 낫다면 우선은 기뻐해보자. 9살은 A는 6.3세니까 7세정도인데 동생이랑 그래도 가끔 놀아주고 태권도도 품띠를 땄고 받아쓰기도 미리 공부만 해 가면 백점이라니, 잘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면 아이도 엄마도 기뻐할 일이 많아진다.
뭔가를 못할 때도 마찬가지다. 준비물을 잊더라도 숙제가 하기 싫어 미루더라도 7세라면 그럴수 있다. 준비물이 필요한 날에는 어떤 준비물이 필요한지 물어봐주고 스스로 가방에 챙기면 칭찬하고 숙제가 있을 때 하기 싫다고 하면 그래도 해야하는 것이니 몇시에 하면 좋을지 물어봐서 그 때 옆에서 열심히 해보자고 응원해주는 거다. 9세라면 뭐 그렇게까지 해줘야해? 겠지만 7세라면 그 정도 도움은 필요한 수준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ADHD아이들에게는 칭찬이 생명수다. 칭찬이 많아질수록 아이는 그 칭찬이 듣고 싶어서 과잉행동을 억누르고 충동성과 싸워 이겨내려고 노력한다. 기대를 낮출수록 아이의 작은 성과에 충분히 기뻐해줄 수 있다. 그럼 아이는 또 그 부모의 칭찬을 먹고 ADHD증상들과 열심히 싸워낸다. 그러니 기대를 낮출수록 희망이 보이지 않겠는가?
사실 내 블로그는 나의 반성문이다. 매일 매주 매달 아이의 ADHD는 변화무쌍하고 약물치료는 제한적이며 나는 ADHD를 똑같이 앓고 있는 엄마라 늘 한계에 봉착하기 때문에 아이의 상태를 기록하고 그걸 변화시키기 위해 공부하고 그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이유를 복기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건 나의 반성문이자 예습장이며 오답노트이고 A에 대한 관찰기록문이다.
피곤하고 아이때문에 지치고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날이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은 반성하고 공부하고 오답을 체크한다. 더뎌보이지만 아이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뒤로 걸어가는 것 같을 때도 있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전생에 거북선 자재를 훔쳤거나 독립운동가를 밀고해서 벌을 받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할 때도 많지만 그래도 들여다보면 이쁘고 귀엽고 참 사랑스러운 A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변하지 않으니까.
아이와 싸우고 다 포기하고 싶은 그런 맘의 누군가가 내 글을 읽었길 바란다. 포기하지 말고 아이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희망을 품어볼 수 있길 바란다. 힘내자.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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