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도 이제 5월이 지나간다. 추가한 캡베이 덕인지, 악명높은 2말3초가 지나서 그런지 요새 A는 과잉행동이 많이 줄어들었다. 대신 공부가 조금씩 어려워지면서 하기 싫어하고 단순한 문제 앞에서도 시도조차 못할만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하는 중이다.
차분히 앉혀서 하나씩 물어보면 분명히 쉽게 풀어낼 수 있는 문제임에도 "하기 싫다"는 마음의 파도가 덥쳐오기 시작하면 바다에 빠진 수영 못하는 사람처럼 어찌할 바를 몰라한다.
특히나 주말이 지나고 주초가 되면 루틴이 또 한 번 깨진 상태라서 더더욱 공부에 집중하기 너무 어려워하니 나도 좋은 소리로 아이를 달래다가도 꼭 화를 내게 되어버린다. 나 역시 그동안 약을 먹고 있으니 그나마 이정도이지 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아무래도 몇 번은 폭발했을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하기 싫다는 A에게 그럼 바닥에 엎드려서라도 문제를 풀어보라고 이야기를 해보았다. 공부 자체가 싫은 아이가 아니라 지금 이순간 어려운 문제 앞에서 하기 싫은 마음이 커져서 그런거라 뭔가 상황을 바꾸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신기하게도 엎드린 자세로 공부를 시작하자 문제집 한장 반을 5분도 안되어서 풀어버리고 다 맞기까지 했다. 분명히 콘서타나 페니드의 약효가 없는 시간이었음에도 마치 약효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무슨 이유때문에 갑자기 집중을 잘하게 되었지 궁금해서 조금 찾아보니 짧은 시간이라면 이런 엎드린 자세가 ADHD아이의 공부에 대한 집중력을 키워주는 것 같아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엎드린 자세가 ADHD아이의 공부에 도움이 되는 이유 1.안정감
보통 공부를 하기 싫은 상태가 오면 A는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도 참아내기 어려워한다. 그러면서 가끔 나에게 안아달라고 부탁하는데 그나마 앉아주면 조금 진정이 되는 편이다.
뭔가 집중하기 어렵고 참아내기 힘든 상태에선 감각이 과잉되고 과각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바닥에 엎드린 자세를 취하면 피부자극이 넓게 느껴지면서 뇌에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자신의 몸무게로 느끼는 몸 전체를 감싸는 압박감이 ADHD아이들에겐 진정효과를 줄 수 있다. 가끔 자폐 아이들의 감정조절을 돕는 무게담요와 같은 효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ADHD아이들은 감각통합이 어려운 경우들이 종종 있어서 감각처리에 둔감 또는 민감하거나 혼란스러워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바닥에 엎드리면 넓은 피부의 면적으로 지속적인 촉각자극을 받을 수 있으며 고유감각 자극을 활성화 시켜 지금 몸이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피드백을 뇌에 전달한다고 한다. A처럼 안아주는 것으로 진정효과를 자주 보거나 잘 때도 살짝 두꺼운 이불을 덮어서 안정적으로 느끼는 경우라면 공부할 때 엎드리는 것만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고유감각(Proprioception)이란?
관절과 근육을 통해 내 몸의 위치나 움직임을 느끼는 감각
엎드린 자세가 ADHD아이의 공부에 도움이 되는 이유 2. 코어근육 사용
ADHD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가 흐느적거린다, 의자에 앉아 있으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흐믈흐믈하고 단단한 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워한다. 라는 의견이 많다.
ADHD아이들은 코어근육이 약하거나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엎드린 자세는 비교적 편안하게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편이라 책상에 앉아있을 때보다 덜 긴장한 상태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엎드린 자세는 자연스럽게 배, 허리, 엉덩이근육 등 코어근육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위에서 말했던 고유감각 자극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필요한 공부에 몰입하기 쉬워진다고 한다.
엎드린 자세가 ADHD아이의 공부에 도움이 되는 이유 3. 움직임 욕구 충족
보통 ADHD아이가 책상에 앉으면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을 자꾸 움직이거나 다리를 떨고 책상위의 연필이나 지우개 등을 찌르거나 자르거나 종이 끝에 낙서를 하거나 한다. 일부러 하는게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움직임욕구가 생겨나고 이를 충족하고 싶어서하는 것인데 과잉행동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엎드려서 공부를 하게 되면 머리를 들거나 상체를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의자에 앉아있는 것보다는 정적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더 미세한 움직임을 편안하고 과하지 않게 할 수 있다.
보통 의자에 앉아서 비슷한 수준으로 움직였다면 부모나 선생님들에게 부산스럽다는 지적을 받기 쉽지만 엎드려서 했을 땐 발을 움직이거나 턱을 괴거나 등의 행동에 대한 지적을 덜 받게 되는 점도 ADHD아이들 입장에선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엎드린 자세가 ADHD아이의 공부에 도움이 되는 이유 4. 외부시각 자극 차단
나처럼 조금 어린 동생과 함께 키우고 공부시간에 동생이 방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엎드려 공부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동생은 책상이나 쇼파에서 놀고 있고 A는 소파 앞 또는 복도 등에서 엎드려 공부를 하는데 평소같았으면 동생의 행동이나 보는 책, 하고 있는 공부 등이 궁금해서 계속 시선이 따라갔겠지만 엎드려서 공부를 하면 그런 부분이 다 차단되고 시야에 문제집만 들어오게 되기 때문이다.
ADHD아이들은 시각적인 자극에 취약해서 공부할 때도 책상이나 바라보는 벽 등에 아무것도 놓지 않는 것을 추천하는데 엎드린 자세일 경우 관심을 끌만한 거의 대부분의 물건으로부터 시야가 차단되므로 집중력을 높이는데 확실히 도움을 받는 것 같다.
엎드린 자세가 ADHD아이의 공부에 도움이 되는 이유 5. 새로운 자극
매일 같은 곳에서 공부를 해왔던 아이라면 그리고 그 상황을 지루해하고 참기 힘들어한다면 엎드린 자세 자체가 새롭게 느껴져서 오히려 집중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보통 ADHD아이들에게 환경변화는 일시적으로 집중력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얻어걸린 건데 나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앞으로도 공부하기 싫다고 난리를 칠때면 엎드려서라도 한 번 해보자고 아이를 응원해볼 생각이다. 이렇게까지 공부를 시켜야하나? 싶어지기도 하지만 공부 욕심이 나름 있는데 스스로 집중이 안되서 쉬운 문제도 못 푸는 아이가 안타깝기도 하기 때문이다.
엎드린 자세는 오래하면 허리나 목, 눈 등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길게 사용하기보다는 10분, 20분 정도만 사용하는게 좋다고 한다. 예를 들면 과제 중 어려운 걸 만났거나 공부할 때 텐션이 떨어질 때 쯤 엎드린 자세로 자리를 한 번 바꿔서 리프레시해서 집중력을 끌어올리면 좋을 것 같다. A 역시 혼자 푸는 학습지 한 두개는 엎드려서 풀고 싶다고 했다. 문제도 잘 풀리고 딴 생각도 안 든다고 하니 말이다.
작은 것이라도 도움이 되면 알리고 싶다. 이게 내가 이 블로그를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놓지 않고 글을 쓰는 이유다. 누군가 나처럼 답답하고 방법을 몰라 헤매일 때 마음의 위안이 되는 작은 불빛이 되어 주고 싶다. 나 역시 누군가의 글로 그런 희망과 위안을 얻었기에 당신에게도 그런 사람이 되어주는 것으로 나의 마음의 빚을 갚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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