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방학도 이제 마지막 주에 접어들었다. 방학동안 나와 A는 공부량은 확 줄이는 대신, 꼭 필요한 것만 하자는 생각아래 싫어하는 연산문제집을 내가 없는 오전 시간동안 혼자 풀기로 약속했었다. 하지만 내가 오전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12시까지 연산문제집을 다 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결국 나와 함께 있을 때도 풀기 싫다고 짜증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담당의사선생님은 싫어하는 공부를 강요하지 않아도 어느정도 지능이 나오는 아이니 공부할 때가 되면 잘 할꺼라고 하신다. 하지만 나 역시 비슷한 케이스였던지라 적어도 연산만큼은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따라잡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에 이 부분은 놓기가 참 힘들다.
평소처럼 미뤄놓고 하기 싫다며 징징대던 아이에게 그럴거면 찬물로 샤워를 하고 오자고 말했다. 겨울이라 공기가 답답하기도 하고 층간소음으로 하도 연락을 받고 있어서 큰 움직임을 못하게 막다보니 오히려 집중력이 더 떨어지는 것 같아서 원래 좋아하는 샤워를 좀 차갑게 해보라고 제안했더니 원래도 물놀이를 좋아하는 녀석이라 그런지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추울 정도로 차가운 물에 샤워를 하고 나온 녀석은 놀랍게도 "엄마! 나 잘 풀 수 있을 것 같애!"라고 말하며 엄청난 집중력으로 세상 싫어하는 연산문제집을 다 풀어버렸다.
알고보니 ADHD가 있는 사람들에게 찬물샤워는 굉장한 이점이 있다고 한다. 어떤 이점이 있는지 알아보고 아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비슷한 다른 방법들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1. ADHD에게 찬물샤워가 도움되는 이유
찬물샤워는 주의력과 집중력이 낮고 충동성이 높은 ADHD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이 증가한다: ADHD는 뇌의 도파민수치가 낮아 동기부여가 굉장히 어렵다. ADHD약 대부분도 도파민재흡수를 도와 체내 도파민량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찬물샤워는 신체에 갑작스러운 자극으로 작용하여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 도파민이 증가하면 집중력과 동기부여가 향상되고 노르에피네프린이 증가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반응속도가 향상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해야할 일을 미루고 있을 때 찬물샤워를 하면 미뤄뒀던 일을 해치우는데 도움이 된다.
- 감각조절 및 과부하가 완화된다: ADHD가 있는 경우 감각자극에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반대로 매우 둔감해질 수 있다. 찬물샤워는 강한 감각자극을 제공하여 신체감각을 빠르게 리셋시킨다. 감각이 둔감한 경우 찬물샤워가 신체 감각을 깨우고 자극을 주어 주변환경을 더 명확하게 인식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감각이 예민한 경우 강한 감각자극을 제공해 뇌가 불필요한 자극을 차단하여 신경계를 안정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너무 공부를 하기 힘든 상황에서 덥다거나 옷이 답답하다거나 하는 예민한 감각을 호소할 때 찬물샤워를 통해 불필요한 자극을 차단시키고 필요한 공부에만 주의를 기울이도록 도울 수 있다.
- 충동성과 감정 조절 능력을 향상시킨다: 감정기복이 심하거나 충동적으로 행동하기 쉬운 ADHD인이 찬물 샤워를 하게 되면 감정조절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찬물샤워를 하면 몸이 갑자기 차가워지면서 숨을 천천히 깊게 들이쉬기 쉬워진다. 이 과정에서 심박수는 안정되고 교감신경와 부교감신경의 균형이 맞춰진다. 이를 활용하면 텐트럼 등의 감정폭발이나 과도한 스트레스 반응 들을 빠르게 안정시키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브레인포그현상을 완화시키고 에너지를 증가시킨다: ADHD가 있는 경우 멍한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주의집중력부족형 ADHD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과잉행동형인 경우에도 그런 경우가 종종 보인다. 특히나 아침기상 직후 또는 공부 등 집중해야하는 상황에서 이런 경우가 많이 보이는데 이럴때에도 찬물샤워가 도움이 된다. 찬물샤워는 혈류를 증가시키고 신체의 산소공급을 원활하게 만들어 뇌를 더 각성시키며 카페인이 없이도 자연스럽게 집중할 때 사용할 에너지를 증가시킨다. 무기력감을 느끼거나 멍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찬물샤워를 통해 하루를 더 활기차게 시작하는 게 도움이 된다.
2. 찬물샤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아직 어린 ADHD아이가 처음부터 바로 찬물샤워를 시작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어떤 식으로 활용하면 더 효과가 좋을지도 알아보자.
- 천천히 온도 낮춰보기: 처음부터 찬물샤워를 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따듯한 물-미지근한 물-시원한 물-차가운 물의 순서로 천천히 온도를 낮춰서 적응해보자. 만약 찬물로 몸 전체를 샤워하는 것이 자신없다면 손이나 발, 얼굴 등 심장에서 멀리 떨어진 부위부터 찬물에 적응한 후 점점 더 넓은 부위에 찬물을 뿌려보자.
- 시간조절하기: 2~3분까지 찬물샤워를 하게 되면 도파민분비가 최대 250%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하긴 쉽지 않으므로 15초-30초-1분 식으로 찬물샤워 시간을 점자적으로 늘려보자.
- 아침에 하기: 오전에 각성이 어려운 ADHD아이의 경우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찬물샤워를 통해 뇌를 깨우면 등교시간 전의 낮은 주의력을 커버할 수 있다. 약물효과가 나타나기전 아이의 집중력이 문제라면 시도해보자.
- 운동과 함께 활용하기: 운동 후 찬물샤워는 근육의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정신적인 환기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나 저녁시간에 약물효과가 미비해 주의집중력이 떨어지기 쉬울 때 저녁운동과 찬물샤워를 동시에 실시하면 조금 더 차분한 상태로 저녁시간을 보내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 스트레스상황에서 활용하기: 공부나 숙제 등 해야할 일을 미루고 하기 싫어하는 ADHD아이라면 하기 싫은 일을 하기전 찬물샤워를 유도하여 조금 더 해야할 일에 대해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3. 찬물샤워 대신 써볼만한 방법들
아이마다 심장이 약하거나 찬물샤워 자체를 시도해볼 엄두가 나지 않는 어린나이라면 다른 방법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찬물샤워와 비슷하게 신경계를 자극하거나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키는 활동 들을 알아보면
- 고강도운동: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을 향상시키고 신경계를 자극하여 브레인포그현상 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짧고 강한 운동 후 짧은 휴식을 반복하는 인터벌트레이닝이나 달리기, 줄넘기, 싸이클링, 댄스, 줌바, 복싱 등이라면 도파민증가와 감정조절에 모두 효과를 볼 수 있다.
- 냉수얼굴세수 또는 얼음마사지: 찬물샤워와 비슷하게 교감신경을 자극시키는 방법이다. 찬물샤워 등이 어려운 경우라면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거나 얼음 등을 발, 목 뒤 등에 대는 방법으로 활용해볼 수 있다.
- 심호흡: 사실 제일 어려운 방법이지만 제일 효과적인 방법이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을 몇 번 하는 것 만으로도 산소공급을 늘려 뇌를 깨우고 진정시키기 쉬워진다. 찬물샤워와 함께 했을 때 효과가 더 극대화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4-7-8 호흡법처럼 4초 들이마시고 7초 멈추고 8초동안 내쉬기, 다섯손가락 호흡법 등을 가르쳐주자.
- 급격한 환경변화: 사우나의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 다니거나 냉온샤워를 번갈아하기, 따듯한 실내환경에서 창문을 모두 열어 찬바람이 들어오게 하는 것도 나름 정신을 맑게 하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 겨울철의 경우 실외산책 후 따듯한 차를 마시거나 하는 것도 방법이다.
- 감각자극운동: 트램펄린을 뛰거나 딥프레셔 마사지(강한 지압으로 하는 마사지), 브러싱기법(맨살에 브러시로 피부를 빗어주는 마사지) 등도 감각 과민이나 감각 과부하 등을 조절해주는데 도움이 된다.
- 차가운 음식 먹기: 얼음물 마시기나 맨톨사탕 등도 순간적으로 감각을 자극하여 집중력을 상승시킨다. 괜히 직장인들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겨울에도 마시는게 아니다.
- 자연을 활용하기: 등산, 아침조깅, 산책, 햇빛쬐기, 풍욕 등도 도파민과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켜 주의력을 올려주는 방법들이다.
- 깊은 수면: ADHD가 있는 경우 깊은 수면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주의력저하에 큰 원인이다. 차가운 물에 발을 잠깐 담그거나 배에 따듯한 물주머니 등을 대고 무거운 이불 등을 활용해 깊은 수면을 유도해보자.
찬물샤워가 모든 ADHD아이에게 맞는 방법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점점 공부할 것은 늘어나지만 주의집중력은 오히려 1학년때보다 낮은 것 같은 2말3초의 ADHD 최대 위기 시기를 보내는 A에겐 참 잘 맞는 것 같다. 이젠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자기가 알아서 찬물로 샤워를 하고 오고 싶다고 요청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두려운 새학기가 곧 다가온다. 하지만 아이는 찬물샤워처럼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을 하나씩 찾아나갈 것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꽉 채운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가는 방법을 정리해나갈 것이다. 그때까지 다양한 시도들을 너그럽고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 시도해보기로 한다. 당신의 아이에게도 좋은 방법들이 조금씩 쌓여가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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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잘 다친다면? ADHD를 의심해봐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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