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늘 뒤집어 벗는 아이가 자라서 엄마가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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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와 나

옷을 늘 뒤집어 벗는 아이가 자라서 엄마가 되면

by 쌤쌔무 2025. 5. 20.

ADHD라 더 특별한 너

나는 삼남매이다. 아이 둘의 엄마가 되고 나니 삼남매를 키운 우리 엄마는 매일 나오는 빨래들을 어떻게 말리고 개셨는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나는 건조기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엄마는 세탁기로 삼남매와 매일 와이셔츠 입는 아빠의 온갖 빨래를 매일 깔끔하게 접고 다림질해두셨다.

 

엄마가 말린 빨래를 개실땐 늘 나는 잔소리를 들었는데 매일 옷을 뒤집어서 벗어놓는다는 점 때문이었다. 벗을 때 바로 벗어두면 빨래 갤때도 바로 접으면 되는데 왜 너는 꼭 옷을 홀딱 뒤집어서 벗어놓느냐고 늘 혼났던 기억이 있다.

 

혼자 살때는 내 빨래 하나라서 뒤집어진 거 그대로 빨고 그대로 말려서 갤 때 다시 뒤집으면 되니 별로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가 두명이나 생기니 애들이 뒤집어 놓는 빨래에 내가 뒤집어 놓은 빨래까지 빨래를 갤 때 정리하려다보니 늘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어릴땐 엄마가 그렇게 잔소리를 해도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일이 내가 그 위치가 되어보니 절절하게 느껴지고 만다. 동생도 오빠도 옷을 벗을 때 나처럼 뒤집어서 벗지 않는 걸보면 엄마의 교육이 잘 못된 건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나의 ADHD적인 성향이 그렇게 만든게 아닌가 싶어진다. 아들도 마친가지 인걸 보면 말이다.

 

ADHD의 어떤 부분이 옷을 뒤집어서 벗게 만드는지 궁금해져 찾아보기로 했다.

 

1. 옷을 늘 뒤집어서 벗는 ADHD아이는 왜 그럴까? 주의력 결핍이라서

ADHD는 주의력이 늘 부족하다. 주의력이 부족하는 건 지금하는 행동에 대해 남들보다 덜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늘 행동의 마무리단계를 제대로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옷을 벗을 때 그 다음단계인 깔끔해서 벗어야 나중에 정리가 편하다는 계획은 옷을 벗는 순간에 떠오르지 않는다. 즉 벗는 목적(대부분, 씻는다 혹은 갑갑한 것에서 벗어난다)에만 집중하고 결과는 신경쓰지 않게된다. 

 

벗었다. 끝/이걸 다시 입을 거다. 정리해야한다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2. 감각 민감성 또는 감각 둔감성

ADHD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감각이 과하게 예민하거나 과하게 둔한 경우가 존재한다. 나같은 경우도 집에서는 양말을 신기 싫어한다. 이 부분은 A도 마찬가지여서 신발을 벗을 수 있는 공간(식탁 아래에 발이 있거나, 자동차 안)이라면 늘 신발을 벗고 있다.

 

집에서 와서 옷을 벗는 상황에선 더 편하고자 벗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빨리 편안함을 찾기 위해서 급하게 벗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땐 구속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해방감이 더 크다보니 옷이 뒤집혔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3. 조급성과 즉흥성

보통의 사람들은 옷을 입거나 벗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 남편의 경우 팬티를 갈아입고 양말을 먼저 신은 후 바지를 입고 그 다음 런닝을 입고 티셔츠를 입는 식이다.

 

나도 A도 옷 입을 때 순서가 늘 변칙적이다. 브래지어를 먼저할 때도 있고 양말만 신고 팬티를 다음에 입는 경우도 있고 바지만 입고 한 참 화장을 하다가 상의를 입을 때도 많다. A 역시 팬티만 입고 한참 뛰어다니다가 바지를 입고 불편하게 양말을 신고 런닝을 빼먹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벗을때도 마찬가지인데 옷을 벗어서 하나하나 정리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껍질을 벗겨내듯 벗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름 같은 경우는 바지와 팬티를 통으로 벗어버리고 겨울에는 아우터와 티셔츠를 동시에 뒤집어서 벗어버린다.

 

게다가 단추나 지퍼 등을 풀르는 것도 귀찮아해서 아우터를 후드티 벗듯이 벗어서 뒤집어 버리는 경우가 매우 많다. 

 

4. 반복해도 습관을 만들기 어려움

ADHD가 있는 경우 습관을 만드는데 굉장히 어렵다. 반복훈련을 해도 남들보다 더 오랜시간이 걸리고 다시 원상복귀되는 경우가 많다. 나 같은 경우도 태어나서 독립을 하게 된 30살까지 거의 매일 들었던 잔소리이지만 그나마 스무살때쯤에나 엄마도 힘드시다는 걸 깨달은 후 제대로 옷을 벗어놓기 시작했고 독립과 결혼 이후 내가 빨래를 개면서는 다시 원상복귀가 되었다.

 

5. 유전적인 영향

나처럼 ADHD가 있는 부모의 경우 ADHD가 있는 아이에게 계획적으로 루틴이나 습관을 만들어주기 어렵다. 매번 벗는 순간에 제대로 가르쳐주어야하는데 그걸 잊는 경우도 많고 오히려 뒤집어서 벗지 말라고 가르쳐놓고 급하거나 내가 옷을 벗겨줄 땐 뒤집어서 벗겨버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ADHD는 유전의 영향이 높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부분을 가르치기 어렵다.

6. 바르게 벗는 습관 만들기

이건 A에게 적용할 방식과 내가 스스로 적용할 방식이 다르다고 한다.

 

성인의 경우

1. 옷 벗기 루틴 만들기

☑️ 옷을 벗을 때 내일 입을 옷인지 아닌지 생각하기

☑️ 뒤집어서 벗었나 확인하기

☑️ 뒤집혔다면 정리하기

 

2. 스스로에 보상만들기

ADHD가 있는 뇌는 즉각적인 보상이 있어야 행동을 변화하기 쉽다. "이걸 뒤집어서 벗으면 내가 고생한다"라는 메시지를 스스로에게 주입시켜 제대로 벗어놓으면 내가 편하다라는 보상을 만들어주는게 도움이 된다.

 

3. 보상시스템 만들기

일주일 동안 한번도 뒤집어 벗지 않으면 좋아하는 간식을 나에게 선물하기! 등의 작은 보상시스템을 만들어본다.

 

4. 정리가 어려운 옷을 회피하기

헐렁한 티셔츠나 벗기 편한 옷 등으로 옷장을 채운다.

 

어린이의 경우

1. 옷 벗기 루틴 시각화 하기

☑️옷 벗는 단계를 가르쳐준다.

☑️ 각 단계를 그림이나 사진으로 정리해본다.

☑️ 옷장이나 빨래바구니 앞에 붙여놓고 벗을때마다 보고 따라한다.

 

2. 뒤집혀진 옷을 게임화하기

행동을 재미와 연결하면 조금 더 습관화가 쉬워진다고 한다. 아이가 옷을 뒤집어서 벗는 순간을 캐치해서 10초만에 원상복귀! 식으 로 재밌게 게임처럼 뒤집혀진 옷을 원래대로 만들도록 유도해본다.

 

3. 혼내기보단 응원하기

아이가 잊어서 또 옷을 뒤집어 놓더라도 바로 화내기보다는 아이에게 다음에는 잊지 말아볼까? 하고 응원해보자.

 

4. 물리적인 환경 만들기

빨래바구니를 2개로 나눠서 뒤집어진 옷과 바르게 벗은 옷을 나눠서 넣도록 해보자. 스스로 점검하는 습관을 만들 수 있다.

 


10년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되돌아보면 잔소리하고 화를 내서 아이가 바뀐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내가 문제점을 발견하고 아이와 함께 바꾸려고 노력했을 때, 그리고 그 노력에 큰 가치를 두고 아이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을 때 아이가 바뀌는 것 같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문제는 아이가 만든 문제이기보단 나로부터 시작된 문제인 경우가 많았다.

 

매일매일 또 공부하고 배워야겠구나 싶어진다. 오늘도 아이가 나를 힘들게 한다고 생각된다면 나를 한번 돌아보자. 그게 힘들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 잘 키우기 위해 그 정도의 노력은 할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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