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 콘서타18+폭세틴20 복용 후기(그런데 ADHD아이 양육을 곁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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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와 나

성인 ADHD, 콘서타18+폭세틴20 복용 후기(그런데 ADHD아이 양육을 곁들인)

by 쌤쌔무 2025. 1. 1.

ADHD라 더 특별한 너

 

난 성인 ADHD이긴 하지만 일상이 매우 어렵거나 하진 않다. 이미 마흔이 넘었고 하던 일은 20년째 하는 거라 이미 익숙하다. 하지만 아이 양육은 완전히 다른 문제인데 첫째를 키울때도 그러다 둘째가 생겼을 때도 그렇게 둘을 키우면서 첫째가 ADHD를 판정받았을 때도 늘 챌린지의 상황이 펼쳐졌다.

 

아이의 잦은 실수를 너그럽게 봐주기 힘들고 내가 정해놓은 규칙이나 시간표 대로 아이가 잘 따라주지 않으면 부아가 치밀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서 한글이나 영어 난독증세가 동시에 있어서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몇곱절이나 더 힘을 써서 가르치다보면 속이 타들어가고 화를 주체하기 힘든 느낌이라 그걸 가라앉히느라 나의 모든 에너지를 사용해야 했다.

 

그런데 콘서타18을 복용하면서 화의 높이가 살짝 낮아졌고 이번에 폭세틴을 추가하면서 나는 아주 나이스한 엄마가 되어가는 기분이다. 어떤 면에서 그렇게 달라졌는지, ADHD양육자에게 폭세틴이 미치는 영향을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성인 ADHD, 콘서타18+폭세틴20 복용 후기 1. 이해심이 늘어났다.

아이의 잘못에 좀 너그러웠다. 아침에 피곤할 때 내 옆에 와서 장난을 치거나, 공부할 때 집중이 안된다고 화를 낼 때 나 역시 감정이 금새 흔들리고 화가 나서 그걸 참기 어렵고 벌컥 화를 내기도 했었는데 확실히 그전과 비교하면 아이를 좀 더 이해하기 쉬워졌다.

 

이건 남편도 바로 느끼는 점인데 같은 문제 앞에서 예전이라면 더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했을 문제도 아이입장을 조금 헤아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2. 강박이 줄어들었다.

보통 둘째와 함께 좀 먼 거리를 가는 경우에 아직 제 멋대로인 아이와 나란히, 혹은 속도를 맞춰서 가는 게 늘 좀 어려웠다. 맘은 급하고 아이의 안전은 확인해야하다보니 종종 걸음으로 아이를 쫓아가거나 아이가 비슷한 속도로 가지 않으면 마음에서 짜증이 치밀고는 했는데 전혀 그런 마음이 생겨나지 않았다.

 

그리고 집에 와서도 순서를 잊으면 집안일이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순서를 계속 복기하면서 집안일을 하곤 했는데 그런 부분이 조금 느슨해졌다. 물론 중간중간 그래서 놓쳤다가 다시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럴때도 짜증이 나진 않고 얼른 하면 되지 뭐, 하는 마음이 생겨나서 좀 신기했다.

 

3. 잔소리가 줄었다.

1번과 2번이 되다보니 아이에게, 남편에게 하는 잔소리가 좀 줄었다.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 조금 시간을 더 줄 수 있게 되었고 남편에게도 아이를 챙기라고 닥달하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 이 부분은 남편이 제일 좋아한다.

4. 칭찬이 쉬워졌다.

ADHD아이에게 칭찬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알지만 사실 그렇게 칭찬을 잘 해주긴 어려웠다. 제대로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화부터 치밀어올랐기 때문인데 폭세틴 복용 후 1주일 정도가 지나자 아이에게 너그러워지면서 아이의 작은 잘한 일에 칭찬해주는 게 많이 쉬워졌다.

 

5. 아이와 좀 더 편안해졌다.

사실 2말3초의 ADHD최고조인 A는 통제가 힘들정도로 충동성은 높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있으면 해야할 일을 놓고 정신을 제대로 못 차릴 정도로 빠져드는 상태다. 그런 아이가 너무 버겁고 힘들어서 ADHD검사와 진료를 시작한건데 지금 시기에 치료를 받기 너무 잘했다 싶을 정도로 아이와의 관계가 좋아지고 있다.

 

공부하기 싫다는 아이에게 독한 말 대신 노력해보자는 말을 꺼내기가 훨씬 수월해지고 자기공부를 다 마친 아이에게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다가 아니라 그래도 노력해줘서 고맙고 멋지다고 이야기해줄 수 있어졌다.

 

자기 감정에 휩싸여 나에게 독한 말을 쏟아내는 순간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아이의 감정이 좀 잦아들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도 생겨서 아이와 훨씬 더 사이가 좋아졌다.

6. 폭세틴의 효능

콘서타보다 확실히 폭세틴을 먹기 시작한 이후 조금 더 관대해지고 너그러워졌다는 기분이 든다. 의사가 처방 전에 해준 말로는 마음이 조금 더 편해지고 아이에게 좀 친절해지기 쉬울 꺼라고 하더니 그 말이 맞았다.

 

폭세틴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인 SSRI의 일종으로 보통 우울증 등에 처방된다고 한다. 내가 그동안 세로토닌 수치가 낮았던 모양인가 싶어진다. 기본적인 폭세틴의 효능을 알아보면,

  1. 기분을 조절하고 행복감과 정서적 회복을 돕는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의 가용성을 증가시켜서 스트레스에 좀 덜 반응하고 차분해지게 만든다고 한다.
  2. ADHD는 불안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폭세틴은 이런 불안의 수준을 낮춰서 좀 더 편안한 양육과 인내심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3. 감정조절이 어려운 ADHD환자의 경우 SSRI는 기분변화를 안정시켜주어 과민성을 낮춰고 좌절감을 덜 느끼게 조절해준다고 한다.
  4. 스트레스와 정서적 부담을 덜 느끼게 만들어서 인지적 유연성이 향상되고 이를 통해 자녀와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서 좀 더 개방적이며 유연한 태도를 보이게 된다고 한다.

그 전의 나란의 엄마는 아이에게 좀 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 노력해야하는 엄마였다면 확실히 폭세틴을 복용한 이후로는 그전보다 노력을 덜 기울여도 아이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조금은 차분한 엄마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저번 포스팅에서도 썼듯이 나처럼 ADHD가 있는 부모라면 아이를 위해서라도 치료받는 것을 권하고 싶다. 나처럼 ADHD가 있는 아이를 키우지 않더라고 일반적인 부모보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받는 스트레스의 양이나 그걸 관리하기 위해서 쏟아야하는 에너지가 훨씬 커서 더 지치고 힘들기 때문이다.

 

나 역시 진료와 치료를 받고 나서 왜 그동안 그렇게 힘들게 육아를 해온걸까? 하고 약간의 현타를 겪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힘들지 않게 아이들을 키워왔다는 거구나, 내가 그동안 정말 많이 맘고생과 스트레스를 받아왔구나를 알게 되니 조금 억울한 마음도 들고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지금이라도 조금은 더 너그럽고 관대한 그리고 충동적이거나 감정적이지 않은 엄마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하니 감사하다. 천천히 조금씩 나를 바꿔 ADHD인 내 아이에게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더 노력해보려고 한다.

 

나처럼 ADHD아이를 양육중이며 극심한 양육스트레스를 받거나 혹시 나도 성인 ADHD가 아닐까 의심하고 있는 경우라면 아이의 담당의선생님께 적극적으로 문의하고 치료를 받자. 아이를 위한 일이 결국 나를 위한 일이 되더라. 내가 행복하고 단단해야 아이도 그렇게 자란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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