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ADHD약을 먹기 시작한지 2년이 되어간다. 처음 아이가 ADHD라는 진단을 받았을 땐 솔직히 기뻤다. 약물치료를 할 수 있는 나이였고 아이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약물로 해결될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동안 약을 먹여보니 ADHD약이 해줄 수 있는 일과 해줄 수 없는 일이 점점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 약물치료를 망설이고 있는 엄마들이라면 내 글이 약물치료 선택이나 아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ADHD약이 해줄 수 있는 일과 해줄 수 없는 일 1. 해줄 수 있는 일
ADHD약은 약을 먹지 않던 사람에겐 굉장히 다양한 일들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약물의 기대효과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집중력과 주의력향상
- 과잉행동 감소
- 충동성 조절
- 학업성취도 향상
- 감정 조절능력
- 집행기능 지원
특히 초등ADHD아이의 경우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집중하게 도와주고 착석이나 수업 방해 등의 상황을 막아준다.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말다툼 등의 상황에서도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돕고 충동성 역시 잘 잡아준다. 이를 통해 아이가 공부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일상생활을 잘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가정에서도 형제나 부모와의 트러블을 줄어들고 정리정돈이나 개인 위생 등을 더 꼼꼼히 챙길 수 있도록 돕는다. 부모입장에서도 아이를 다루기 조금 편해지고 부모의 지시에 따른 수행기능 역시 올라가 양육이 수월해진다. 또한 자기중심적이기 쉬운 ADHD아이들의 경우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형제, 자매들에게 피해를 지속적으로 주는 경우가 많은데 약물치료 이후에는 이런 부분이 개선되어서 형제 자매 관계가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또래관계에서도 양보나 배려 등을 할 수 있고 놀이의 순서를 기다리거나 승패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조금 더 수월해진다. 이를 통해 사회성 역시 약물치료 전보다는 늘어 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아이가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절반만 진실인데, 약물의 효과는 시간이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짧게는 4시간에서 최대 16시간까지 지속시간이 정해져있다. 오전에 식사를 하고 약물을 복용하면 대개 약물의 효과는 학교에서 지속되고 하교 이후의 시간에는 약물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지킬앤 하이드처럼 아이의 달라진 모습을 지켜봐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약물지속시간의 한계뿐 아니라 약물이 해줄 수 없는 일 들도 많다.
ADHD약이 해줄 수 있는 일과 해줄 수 없는 일 2. 해줄 수 없는 일
만능처럼 보이는 약물치료 효과가 제 힘을 쓰지 못 할 때가 있다. 처음엔 약물치료가 모든것을 해결해주는 듯해 보였지만 2년간 아이의 약물치료과정을 지켜보니 약물치료가 전부는 아니었다.
1. 해야할 일은 하게 만들지만 하기 싫은 일까지 하고 싶게 만들 순 없다.
약물지속시간 내에는 자신이 해야할 일을 잘 알고 해내는 편이다. 학교 숙제를 한다거나 본인이 가지고 논 장난감을 치우는 일은 고분고분하게 해내는 편이다. 놀고 싶지만 해야하는 일이라는 건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를 반하는 일까지 하고 싶게 만들지는 못한다. 없던 의지를 만들어내진 못한다는 뜻이다. 주의력과 집중력이 높아져도 하고 싶지 않던 일까지 막 잘 하고 집중하게 만들지는 못한다는 걸 기억하고 아이의 마음을 잘 읽어낼 필요가 있다.
2. 습관과 루틴까지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ADHD아이에겐 루틴이 매우 도움이 되지만 이 루틴은 약물치료를 한다고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약물치료를 병행하면서 부모가 꾸준히 루틴을 만들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절대 저절로 습관화할 수 없다.
공부하는 시간을 정해놓고 공부를 한다거나 등교나 취침을 위한 루틴을 만들어 놓는 것이 ADHD 아이의 일상의 밸런스를 유지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많은 ADHD아이들이 불안을 경험하는데 반복되는 루틴은 불안을 잠재운다. 또한 루틴화가 될수록 부모 역시 아이에게 써야하는 에너지가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도 훨씬 나아지만. 하지만 부모가 옆에서 일정을 관리해주고 제한을 두는 과정이 없으면 아이 스스로는 이 과정을 해낼 수 없다.
3. 사회성스킬까진 길러주지 못한다.
ADHD아이들이 약물치료를 하면 친구들과의 대화나 상황에서 주의력과 집중력을 발휘해 문제상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약물치료만으로 사회성이 크게 나아지긴 힘든 경우가 많다.
사회성이란 관계를 이해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와 양보를 기본으로 해야하는데 약물치료를 통해 감정조절능력과 주의력이 개선되었다 하더라도 친구관계에서 필요한 대화방법과 관계를 풀어내는 기술 등은 하루아침에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사회성치료의 도움을 받거나 약물치료를 병행하면서 또래관계를 다양하게 경험하게 할 수 있도록 부모가 기회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4. 정리정돈과 체계화는 약물치료와 별개이다.
약물치료를 하더라도 아이가 방을 정리하거나, 해야할 일의 순서와 체계를 정하는 것, 작업 세분화 하는 것 등 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정리의 방법을 익히고 일의 순서를 눈여겨보고 경중을 나누는 과정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ADHD아이들은 낮은 주의집중력때문에 이 부분이 또래보다 느리다. ADHD가 없는 아이들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이 과정을 터득하고 일상에 적용하게 되는데 ADHD아이들은 이 부분을 제대로 터득하지 못한 상태로 자란경우가 많고 약물치료를 한다고 이부분이 갑자기 개선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약물효과가 있을 때 아이가 정리하는 방법과 일의 체계를 정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이를 스스로 해보면서 깨달을 수 있도록 부모가 천천히 옆에서 지원해줘야할 필요가 있다.
9살인데 이걸 아직도 못해? 라고 타박하기 보다는 여기서 가장 먼저 해야할 게 뭘까? 어떤걸 먼저 정리하는게 맞을까? 등의 질문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도록 돕고 아이가 너무 버거워한다면 조금씩 도와주면서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만들어줘야한다.
5. 미디어시간까지 조절하게 만들긴 어렵다.
게임과 영상은 약물치료보다 가끔 강력하다. 약물지속시간에도 게임과 영상을 보고 싶다는 욕구는 살아있어서 제한하는 시간임을 알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 마음을 완벽하게 누르기는 어려워하는 모습이 보인다. 하면 안되는 시간임을 알지만 그래도 게임이나 영상을 하고 싶어하고 이것 때문에 아이와 트러블이 생겨나기 일쑤다.
ADHD라는 진단을 일찌감치 받았다면 처음부터 게임과 영상을 좀 강력하게 제한해서 노출할 것을 충고해주고 싶다. 이미 노출되어 있다면 그 시간을 약속한 시간 내에 보는 것으로 확실하게 정하고 아이의 미디어 노출 시간이 끝나면 기기를 반납하도록 하자.
ADHD약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ADHD약은 공부잘하는 약, 말 잘 듣는 약 정도로 이해되는 것 같다. 약물치료가 ADHD치료 중 제일 효과적이긴 하지만 약물치료가 전부라곤 말할 수 없다. 부모입장에서 2년간 ADHD약을 복용시키면서 아, 이런 부분은 약으로도 해결이 안되는 부분이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점이 꽤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약물치료를 고려하고 있거나 이제 약물치료를 시작한 경우라면 약물이 해줄 수 없는 일을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칫 잘못하면 약물치료하는 데 왜 나아지지 않지? 라고 단순히 생각해서 치료를 중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약물이 해줄 수 있는 일과 해 줄 수 없는 일을 잘 이해하고 약물치료로 커버되지 않는 부분은 부모가 조금 더 노력해서 채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결론은 약물치료를 하더라도 신경써야할 일은 많다는 뜻이겠다. 24시간 약물효과가 있는 신약이 나오거나 부모 자체가 호수같은 넓은 마음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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