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진단을 받고 학교에 보낸지 이제 3년차가 되어 간다. 1, 2학년을 지나 3학년이라니, 시간이 정말 빨리가는 기분이다. 매해 이 시기쯤 되면 묘한 긴장감으로 불안해지고 잠을 쉽게 이루기 힘들어진다. 아무래도 ADHD가 있는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할까? 친구들 사이에서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선생님께 아이의 상태를 말씀드려야할까? 아이는 공부를 잘 따라갈까? 등등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보면 결론적으론 아이는 내 걱정보다는 잘 지냈고 내 예상보다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물론 이미 자기 체중과 나이에 맞는 약을 복용한지 4년차에 접어들었고 사회성치료와 놀이치료를 거쳐 집에서도 아이의 증상을 이해하는 나와 남편이 아이에게 화를 내기보다는 잘 타이르고 가르치려고 노력중인 것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제 처음 학교에 입학하거나 ADHD 진단을 받고 이제 2학년에 입학하는 아이를 둔 학부모라면 그때의 나처럼 고민과 걱정이 가득할 것이다. 아마 지금 나의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진 않을지 모르지만 먼저 경험해 본 선배맘의 마음으로 ADHD 아이를 둔 학부모의 새학기 마음가짐을 정리해본다.
1. 새학기를 앞둔 ADHD양육자의 마음가짐
사실 거창한 건 없다. 지나고 보니, 이런 마음으로 아이와 새학기를 준비했으면 좋았겠다. 싶은 것들일 뿐이다.
첫째, "아이는 잘 해 낼 수 있다"고 믿기.
이미 ADHD진단을 받고 약물조절을 한 상태라면 너무 큰 걱정은 말자.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아마도 아이는 잘 해낼 것이다. 감정조절이나 수업시간의 바른 태도가 처음부턴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낯선 상황에선 불안감이 올라와서 약물이 제 효과를 100% 못 내는 경우들도 있으니까. 하지만 일주일 정도만 지나고 익숙해지면 아이는 의외로 잘 적응해낼 것이다.
만약 친구관계나 수업준비 등에서 어려움이 생긴다해도 그럴수 있어, 이건 ADHD아이 뿐 아니라 모든 새학기를 맞이하는 아이들에게도 생길 수 있는 비슷한 문제야. 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아이를 다독이고 응원해주자. 확실히 아이는 엄마의 걱정보다는 씩씩하게 잘 해낸다.
둘째, 엄마부터 불안 잠재우기
희한하게 엄마의 불안은 100% 아이에게 전염된다. 혹시라도 아이가 피해를 끼치거나 실수할까봐 엄마가 너무 꼼꼼히 세심히 챙기려고 하다보면 오히려 아이도 불안해서 안 하던 실수도 하게 된다. ADHD아이들은 원래도 예민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살짝 대범하고 털털한 엄마의 통큰육아가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엄마의 불안을 아이에게 전염시키지 않기 위해서 엄마도 호흡이나 명상 등을 통해 한 템포 여유를 가지고 아이와 새학기 준비를 하도록 하자.
셋째, 무슨 일이 있어도 비교는 금물
ADHD아이를 키우면서 늘 하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 먹는 것 1순위가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정상발달, 요새는 정형인이라고 불리는 또래의 비ADHD아이들보다 ADHD아이들은 확실히 조금 느리다. 공부수준이나 아이큐가 낮은 것이라기보다는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아직 덜 자란 상태이기 때문에 또래와 비교해보면 늘 불안해지고 답답해지기 쉽다. ADHD아이에겐 자신만의 속도가 있고 지금 다른 아이들과 같은 속도로 달리는 건 무의미하다는 걸 기억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선 또래보다 몇배의 추진력을 가지는 아이라는 걸, 우린 이미 알고 있으니 말이다.
넷째, 학교와의 거리두기
친구와는 잘 지내는지, 아이가 교실에서 실수는 없었는지 너무 안테나를 세우고 있지 말자. 아이가 어려움을 겪거나 문제가 있을 땐 100% 학교에서 알아서 먼저 연락이 온다. 아이에게 학교에서 어땠어? 라는 질문을 하면서 은근히 아이의 실수나 문제가 있진 않았는지 묻고 싶어지는 맘을 좀 억누르자. 오늘은 어떤 수업이 재밌었고 친구들과 어떤 놀이를 해서 즐거웠는지 아이의 감정에 집중하고 학교에서의 세세한 문제까지 모두 해결해야한다는 부담감은 좀 내려놓도록 하자.
2. ADHD아이와 새학기 준비하기
엄마의 마음가짐은 조금 가볍게 두는대신 아이에겐 새학기에 대한 대비를 조금은 시켜두는 걸 추천한다.
만약 1학년이라면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을 연습해둔다거나 학교에서 생길 수 있는 일 들(화장실 문제, 급식실 이동시, 선생님께 질문하고 싶을 때 등등)을 아이에게 미리 질문해 두고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 지 이야기해보는 것이 좋다.
물론 등교 루틴도 미리 연습시키는 것이 좋다. 몇시까진 식사를 마치고 몇시엔 씻고 몇시엔 집에서 나서야한다는 걸 미리 연습해두고 알람 등으로 관리하는 게 도움이 된다.
2학년이상이라면 우선 새학기에 가면 옆자리, 앞자리 친구들 이름 외우기부터 하자고 약속하자. 은근히 ADHD아이들은 주의력이 떨어져서 친구들 이름을 잘 외우기 어려워하고 그래서 호칭에서부터 관계가 삐그덕거리는 경우가 있다. 오늘 가서 만난 옆자리와 앞자리, 뒷자리 친구 이름을 외워오고 어떤 특징이 있는 친구인지, 뭘 좋아하는 지 알아오자고 하면 아이들과 대화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고 이름도 쉽게 외울 수 있다.
그리고 늘 준비물을 분실하거나 잃어버리기 쉬운 아이를 위해 조금 더 신경써주는 것도 필요하다. 가방이나 필기구 등에 이름스티커를 붙여주고 필통 등을 정리하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지우개나 연필, 볼펜 등의 갯수를 정해주고 색연필이나 싸인펜은 보관하기 쉬운 통 등을 활용해서 한꺼번에 꺼내서 쓰고 바로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새학기에 필요한 물품들을 보통 개학 첫날 알려주셔서 그 주 내로 가져가야하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급하게 준비하다보면 꼭 빼먹게 되는 것들이 생겨난다. 1학년이라면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어깨에 맬 수 있는 물통(급식실에 매고 가야함), 실내화, 가위, 풀, 네임펜, 미니빗자루, 물티슈, 싸인펜, 색연필, 두루마리 휴지와 받아쓰기용 노트 및 알림장 등이 기본으로 준비해야할 품목 들이고 사물함 정리를 위한 북케이스(파일함:교과서 구분해서 꽂아놓는 용도), 책상 서랍 안에 넣는 정리바구니, 물티슈나 두루마리 휴지, 줄넘기 등을 넣는데 사용되는 다용도 수납바구니, 선생님이 주시는 각종 A4서류 들을 담아오는 L자파일(A4클리어파일) 등이 더 필요하다.
보통 쿠팡같은데서 전날 주문하려면 대체적으로 품절이고 학교 주변 문방구에 학기초에 수배하면 찾을 수 있긴 한데 1학년이라면 우선 지금쯤 미리 준비해두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보통 교과서를 학교에 두고 다니는 요즘 초등학생의 경우 집에다 교과서를 구비해두는 것을 추천한다. 3학년부터는 디지털교과서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지만 1, 2학년의 경우는 개정교과서로 미리 구매해서 입학 전에 한 번씩은 읽어보고 가는 것이 좋다. 대신, 선행은 금물이다. ADHD아이들은 지루해하면 집중을 못하고 공부를 너무 강요하면 흥미를 100% 잃잃어버리기 때문이다.
3. 의외로 잘 챙기면 좋은 것들
ADHD아이를 키운다면 공감할 수 있겠지만 은근히 생활습관이 잘 안 잡혀서 아이가 깔끔해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을 새학기 전에 잘 가르쳐서 준비시키면 교우관계에서 도움이 되니까 미리 챙겨두자.
- 밥 먹을 때 흘리지 않고 깔끔히 먹기/다 먹고 나면 자리 정리하기
- 양말 신을때 발목 정리하기
- 운동화 구겨신지 말고 깨끗히 유지하기
- 가방에 쓰레기 담아두지 말고 집에 오면 바로 정리하기
- 손톱 정리하기
- 얼굴에 로션발라 촉촉하게 유지하기
- 등교하기 전에 머리 잘 빗고 정리하기
- 화장실 다녀오면 꼭 손 씻기
- 코풀 때 한쪽 코 잘 막고 풀어낸 코가 옷에 묻지 않게 잘 가리고 풀기
그리고 학교에서 꼭 지켜야할 규칙도 미리 미리 다시 알려주자
- 선생님 말씀하실 땐 조용히 하기
- 큰소리로 떠들지 않기
- 복도에서 뛰지 않기
- 쉬는 시간에 미리 화장실 다녀오기
- 책상과 사물함은 깨끗하게 정리하기
- 친구 몸에 손 대지 않기
- 자나 연필 등으로 장난치지 않기
- 등교시간과 수업시간에 지각하지 않기
친구 사이에 지켜야하는 선도 가르쳐주는 것이 필요하다.
- 친구가 싫다고 하면 바로 멈추기
-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주장하지 않기
- 속상할 땐 한번 숨 쉬고 생각하고 말하기
- 욕이나 비속어 사용하지 않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안전에 대한 내용까지 챙기면 된다.
- 무단횡단하지 않기(초록불 깜빡일 때 건너지 않기)
- 계단에서 장난치지 않기
- 친구를 밀거나 때리지 않기
- 위험한 곳에 올라가지 않기(등교길에 위험해보이는 곳을 미리 확인하기)
- 휴대폰이 있다면 걸으면서 보지 않기
- 스케쥴이 변경될 땐 무조건 엄마아빠에게 먼저 연락하기
걱정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아이는 잘 할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아이를 믿자. 대신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을 잘 준비해주고 알려주자. 1년이 지나서 뒤돌아보면 오늘, 지금의 불안함 마음이 얼마나 불필요한 마음이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 약물복용 등의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경우라면 조금은 더 불안해하는 것이 맞다. 약물복용 전이라면 개학 후 새로운 담임선생님께 아이의 상태를 공유하고 미리 배려를 부탁드리는 것이 더 낫다는 걸 꼭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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