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다음주면 개학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첫번째 겨울방학을 잘 버텨내왔다. 여름방학은 1달도 안되는 시간이었고 이사를 했기 때문에 정신 없이 지나갔지만 겨울방학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 달리 2달이나 가까운 시간을 엄마와 부대끼며 학습량까지 채워가며 보내야했기 때문에 잘 버틸 수 있을 지 걱정이었는데 그래도 잘 따라와준 것 같다.
평소에 하던 공부량에다 스마트 패드를 이용한 영어와 수학 수업을 추가해서 공부 시간 역시 30분 늘어났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체험활동을 하겠다고 했던 목표역시 달성했다.
그리고 사회성치료와 놀이치료를 멈추면서 혹시나 아이의 사회성이 퇴보하진 않을까 걱정했던 면 역시 옆집 친구와 노는 시간을 일주일에 서너번 가지면서 그나마 사회성이 퇴보하진 않은 것 같다.
그리고 긴 시간 같이 나와 단둘이 보내면서 내가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 역시 약물시간이 더 긴 콘서타로 변경한 덕에 A도 나도 좀 부드럽게 서로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2달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ADHD아이와 집에서 보내는 건 나와 가족만 힘들면 되는 일이지만, 아이가 학교를 가는 건 다른 친구들과 선생님, 주변의 시선까지 신경써야해서 마음과 몸이 더 힘든 일이다. 특히나 과잉행동이 가장 심해지는 2학년 시기에 들어서기 때문에 혹시나 수업시간을 힘들어하진 않을까, 친구들과 모둠활동에서 돌발행동이 나타나진 않을까 벌써부터 노심초사하게 된다. 원래 착석은 잘 되는 아이지만 요새 공부할 때마다 덥다거나, 갑갑하다거나, 움직이고 싶다거나 이런표현이 늘어나고 있어서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사회성치료에서 배운 친구들을 배려해야한다는 점, 그리고 원래도 규칙이나 선생님 말씀은 잘 지켜야한다는 살짝의 강박적인 성향이 있어서 크게 문제를 일으키진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대신 아직도 반배정이 나오지 않아서 같은 반에 어떤 친구들이 있는지, 혹시나 A의 트리거를 자극하는(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 친구에게 잘 지키라고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꽤 있다. 자기딴에는 규칙이 중요해서인데 선생님과 친구들 입장에선 오히려 시끄럽게 느껴지는 경우다.) 친구가 같은 구성에 있을 지도 걱정이라 A에게 규칙을 어긴 친구에겐 선생님이 제재를 해주실거니까 너까진 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지속적으로 이야기 해주고 있다.
아이마다 약물복용 여부와 증상에 따라 조금은 다르겠지만 신학기를 맞이할 때 아이와 엄마가 가져야할 자세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려고 한다.
ADHD아이의 새학기를 준비하는 자세 1. 학생의 기본을 기억하자
모든 기본만 지켜도 지적받는 일은 줄어든다. 학생의 기본은 선생님의 수업에 집중하는 것. 적어도 수업시간에는 수업에 열심히 따라가야한다는 것을 제대로 가르치자. 약물복용 중인 아이라면 사실 어렵지 않을 것이지만 지금 A처럼 약물용량이 살짝 부족하거나 아직 소아정신과진료 대기인 상태라면 제일 필수적인 부분이다.
아직 입학전인 예비초등이거나 A처럼 저학년의 경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선 수업 중간에 이탈하거나 질문세례를 해도 선생님이 친절하게 일러주고 바로 잡아주시지만 초등학교는 그렇지 않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말씀하실 때는 잘 듣고, 질문을 하고 싶을 땐 허락을 받고 하며 수업의 흐름을 깰 수 있는 이야기(수업과 상관없는 이야기, 나만 재밌는 이야기, 선생님 말꼬리 잡기 등등)의 예시를 들어 수업을 방해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을 수 있게 가르치는 게 필요하다.
공개수업에 들어가보면 아이들이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지 않고 계속 딴 이야기 등을 해서 친구들이나 선생님의 시선을 끄려고 하는 상황이 꽤 많이 벌어진다. 아이가 1명 또는 2명인 가족들이 많고 아이가 중심이 되다보니 어릴때부터 아이의 이야기에 워낙들 귀기울여주다보니 말그대로 낄끼빠빠를 모르고 본인의 이야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내 아이 역시 이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평소에 대화할 때도 남의 말을 끊거나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건 별로 유쾌한 행동이 아니라는 걸 지속적으로 가르쳐주자. 정말 적어도 이것만 지켜도 지적받는 일이 굉장히 줄어들 것이다.
2. 준비물을 빼먹지 말자
1학년 입학하고 나면 챙겨야할 준비물이 산더미다. ADHD아이들은 이런 걸 챙기는데 참으로 미숙하다. A는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지만 학교에 집으로 보내는 프린트물 등을 받아놓고도 말하지 않아 나중에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스쿨어플 등을 통해 엄마가 미리 학교의 내용을 인지하고 아이가 제대로 챙겨왔는지 매칭해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1학년은 특히나 초반에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한 서류를 챙겨보내야 할 일이 꽤 된다. 그러므로 더더욱 신경쓰는 게 필요하다.
A처럼 2학년이 된다면 스스로 준비물을 챙기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매일 알림장을 스스로 챙기고 내일 필요한 물품들을 알아서 가방에 챙기는 연습을 한다면 가방정리도 되고 내일 수업이 무엇인지 환기도 시키고 준비물 역시도 빼먹지 않게 된다. 이제 스스로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초반에 연습을 통해 점점 알아서 챙길 수 있도록 준비시킬 예정이다.
3. 친구 사이에 지켜야할 선 설명해주기
ADHD아이들은 사회성이 조금 부족한 경우가 많다. 잘 놀다가도 왜 이래? 싶어지는 포인트들을 만들어낼때가 많은데 그런 부분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람마다 서로 지켜야할 선이 있다는 걸 알려줘야한다.
특히나 A처럼 과잉행동이 있는 아이들은 장난치다가 다른 친구들을 터치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폭력은 아니고 장난치다가 건드리는 정도지만 그래도 친하지 않은 친구라면 싫어할만한 수준의 터치) 그때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지켜야할 선이 있고 다른 사람의 몸을 함부로 건들거나 치는 건 굉장히 기분나쁠 상황이라는 걸 꼭 알려줘야한다.
보통 나는 장난이었는데 왜 나한테 화내! 이런 식으로 친구사이에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남의 몸을 손대게되거나 밀거나 다치게 만든 상황에서는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바로, 사과를 해야한다고 가르쳐줘야한다.
그리고 함께 놀이를 하던 상황에서도 친구가 싫어할만한 행동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한다는 것도 가르치면 좋다. 충동성이 높고 주의력이 낮아서 놀이를 하다가도 그 흐름을 갑자기 바꾸거나 규칙을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꾸려는 행동을 할때가 꽤 있는데 이런 것 역시 친구들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좋다. A같은 경우엔 사회성치료에서 이런 경우에 대해 자주 노출시키고 방법을 배워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4.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응원해주자.
아직 약물치료를 받지 못한 케이스라면 모르지만, 이미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면 가장 효과있는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외의 놀이치료나 사회성치료 등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되는 치료들도 있지만 약물치료는 ADHD가 받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효과를 가진 치료니 말이다.
그러니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면 너무 걱정하기보다는 아이가 잘 할 수 있을 꺼라고 용기를 주고 응원을 아낌없이 해주자. 1학년에 입학하는 친구라면 낯선상황이라 긴장되겠지만 너는 잘 할 수 있을꺼라고 멋진 1학년이 될꺼라고 응원해주고 나머지 학년이라면 작년보다 더 자랐으니 더 잘 할 수 있을꺼라고 응원해주자.
만약 작년에는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복용해서 아이의 태도가 많이 바뀐다면 친구사이나 선생님께 받았던 부정적 피드백이 많이 줄어들어서 아이 역시 자신감이 높아질 것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피드백이 많이 쌓여서 마음 고생이 있었다면 하루 아침에 친구들의 신뢰를 얻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매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의 마음도 돌릴 수 있을테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아이를 다독여주자.
요새 A는 원피스라는 만화에 빠져있다. 초등 저학년 사이에서 인기있는 스키디비 토일렛이라는 영상에 너무 빠져서 차라리 이걸 보라며 남편이 알려준 만화인데 조금 폭력적인 부분이 있긴 해도 스키디비 토일렛보다는 나아서 보라고 허락한 상태이고 그 덕에 ADHD특유의 하이퍼포커스가 발휘되어서 거의 모든 캐릭터를 섭렵하고 매일 그림을 그리고 있다.
원피스 주인공인 루피는 좀 제멋대로 엉망진창이다. 아마도 루피를 풀배터리해본다면 빼박 ADHD가 아닐까? "너 내 동료가 되라" 라는 말 한 마디로 불쑥 자기 배에 탈 것을 말하지만 자세히 보면 나름의 방식으로 동료들을 설득하는 모습이 보인다. ADHD아이들도 그 방식이 서툴러서 그렇지 나름의 방식으로 친구에게 다가서며 선의를 베푼다. 그 방식을 바로 이해하긴 조금 어렵기 때문에 조금 더 친절하고 유연한 방식을 구사하도록 엄마가 도와준다면 루피처럼 우리 아이들도 좋은 친구들과 학교생활이라는 항해를 신나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들덕에 요샌 원피스 주제가인 코요테의 '우리의 꿈'을 거의 매일 몇번씩 듣는 데 거기 나오는 가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맨날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외로움과 두려움이 우릴 힘들게 하여도 결코 피하지 않아.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바다에 희망이 우리를 부르니까" 이 부분을 들을 때마다 A와 나의 여정이 눈에 보이는 듯 해서 울컥하게 된다.
매 학기, 매 학년이 A와 내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지만 괜찮다. "함께 도전하는 거야 너와 나 두 손을 잡고 우리들 모두의 꿈을 모아" "거센 바람 높은 파도가 우리 앞길 막아서도 결코 두렵지 않아 끝없이 펼쳐진 수많은 시련들 밝은 내일 위한 거야" "원피스" 이 노래 가사처럼 내 아이의 눈부신 성장이라는 멋진 보물, 원피스가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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