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EBS 당신의 문해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의 전전두엽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이 활성화 되었다는 내용을 보게 되었다. ADHD라는 질환은 또래보다 전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져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심을 두고 보게 되었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ADHD가 있지만 나름 잘 극복해왔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 이유를 곱씹어보니 아무래도 책이 관련이 있는 듯 하다. 어릴때부터 책을 매우 좋아했고 친구집에 가면 우리집에 없는 새로운 책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시험시간에 자꾸 책을 보고 싶어해서 성적이 떨어지는 문제는 있었지만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는 책으로 가득찬 도서관이 교내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서 2시간 가까이 되는 통학거리도 별로 싫지 않았고 회사에 다니고 월급을 받으면서 가장 기뻤던 일이 내 돈으로 원하는 만큼의 책을 마음껏 살 수 있어서 였을 정도다.
독서의 장점이야 말할 필요도 없지만, ADHD아이들이 독서를 즐겨하게 되면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지 궁금해져서 알아보기로 했다.
ADHD아이에게 독서가 중요한 이유 1. 독서가 전전두엽을 활성화시키는 원리
독서가 전전두엽을 활성화시키는 원리를 간단히 생각해보면 복합적인 인지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전두엽은 뇌의 맨 앞에 위치하며 고차원적인 사고와 행동조절을 담당한다. ADHD아이들의 충동적이고 부산스러운 행동들은 이런 전전두엽의 조절기능이 또래보다 느리게 발달하기 때문인데 인지적, 감정적 활동을 자극하는 독서는 전전두엽을 활성화 시킬 수 있다.
- 주의집중과 작업기억: 독서를 할 때 우리는 글의 흐름을 따라가며 방금 전에 읽었던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는 동시에 기억하고 현재 읽고 있는 문장과 연결짓는다. 이 과정에서 주의집중력과 작업기억력이 동원된다. 이는 전전두엽의 주요기능에 해당한다.
- 문맥이해와 추론: 글을 읽으며 이해하려면 단어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동시에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지에 대해 추론해야한다. 이는 문제해결능력과 관련이 있으며 이 역시 전전두엽에서 담당하는 부분이다.
- 계획과 목표설정: 독서는 일정시간동안 시간을 투자해 읽고 내용을 따라가는 계획적인 행동을 포함한다. 그리고 원하는 만큼의 독서를 하기 위해 목표를 세우는 목표지향적인 행동은 전전두엽의 활동을 증가시킨다.
- 감정이입과 공감: 소설이나 이야기 등 등장인물이 있는 책의 경우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며 상황을 머리속으로 상상하게 되는 데 이것은 감정조절과 공감능력을 자극시킨다.
- 시각적-언어적처리: 글자를 읽으면서 단어를 시각적으로 처리하고 이를 언어적의미로 변환하는 과정이 독서이다. 이 과정의 뇌의 여러영역과 협력하고 특히 전전두엽을 가장 많이 활용하게 된다.
2. 독서가 ADHD아이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이유
독서가 전전두엽을 어떻게 활성화 시키는 지 알았다면 ADHD아이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 전전두엽 활성화: 독서는 집중력, 작업기억, 계획 능력 등 전전두엽을 활성화한다. ADHD는 대부분 전전두엽의 활동이 또래보다 둔화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독서를 한다면 전전두엽을 훈련시켜 부족한 활동을 더 많이 자극시킬 수 있다.
- 집중력 훈련: 단 5분의 독서라도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주의 집중이 요구된다. 그렇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독서를 하게 되면 ADHD로 인한 집중력 저하를 조금씩 개선시킬 수 있다.
- 작업 기억 강화: 독서는 앞에 읽었던 내용과 현재 읽고 있는 내용을 계속 연결짓는 훈련이 된다. 이를 통해 ADHD아이들 중 많은 수가 어려움을 겪는 작업기억의 저하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
- 충동 억제: ADHD아이들은 높은 충동성으로 인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책을 읽는 과정은 텍스트의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춰야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보상에 늘 더 크게 반응하는 ADHD아이들의 충동성을 억제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감정조절과 공감능력 향상: ADHD아이들은 낮은 주의집중력과 높은 충동성으로 인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데 늘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독서는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야하고 다양한 내용을 통해 사회적인 상황에서의 대처방법이나 감정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다. 이는 ADHD아이들의 높은 감정 기복을 가라앉히는데도 도움을 주고 사회성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목표지향적 행동 강화: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위해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또래보다 어려운 ADHD아이들에게 일정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들어주면 아이들의 목표설정과 성취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뇌의 연결성 강화: 독서는 시각, 언어, 감정, 논리 등의 다양한 사고를 동시에 작동하도록 만들어 뇌의 여러영역 간의 연결을 강화한다. ADHD는 뇌의 발달이 불균형한 경우가 많은데 꾸준한 독서를 통해 뇌의 연결성을 강화하면 뇌발달의 불균형을 보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스트레스 해소와 안정감 제공: 독서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래보다 불안을 느끼기 쉬운 ADHD아이들의 경우 독서를 통해 이완하기 쉬워진다. 편안한 독서환경 자체가 부정적인 감정을 가라앉히고 과도한 자극으로부터 아이들을 분리시킬 수 있다.
3. ADHD아이에게 맞는 독서법
책을 원래도 좋아하는 아이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 ADHD아이라면 일반적인 아이들처럼 독서에 흥미를 가지게 만들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다. 더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보상을 늘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방법을 조금 찾아보자면,
- 관심있는 분야의 책을 다양하게 제공하자: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파악하고 그 분야의 책을 다양하게 구비해서 제공해보자. 도서관에 데려가보는 것도 좋다. 아이가 흥미있어하는 주제로 고르되 이야기 위주로 고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 짧게 시작하자: 처음부터 길게 읽기를 기대하지 말자. 딱 한 장, 아니면 3분이라도 집중해서 책을 읽게 만들어주는 게 좋다. 대신 주변에 시선을 뺏길만한 것을 제거하고 아이가 몰입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자.
- 오디오북을 활용하자: 의외로 오디오북이 ADHD와 난독이 있는 아이들에게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글 읽는게 아직 어려운 초등 저학년이라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 줄긋기와 메모도 환영하자: 책을 깨끗히 읽어야한다는 강박에서 좀 벗어나보자. 자기가 좋아하는 글은 줄도 그어보고 다시 보고 싶은 페이지는 접어도 놓고, 기억나는 관련 내용은 포스트잇으로 붙여도 되도록 좀 자유롭게 책을 즐기도록 해주자.
- 보상체계도 고민해보자: 책을 멀리 하는 것을 넘어 싫어하고 질색하는 아이라면 가벼운 보상체계를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시리즈로 된 책을 시작해서 끝까지 읽어내면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이나 키즈카페, 선물 등을 주겠다고 꼬셔보는 것도 나름 도움이 된다.
A도 초등입학전까지는 거의 하루에 20~30권 정도의 책을 나와 읽었었다. 그나마 또래보다 증상이 아주 심한 편이 아닌건 그 덕인가 싶기도 하다. 난독으로 한글진도가 느릴때까지도 나와 남편이 번갈아 책을 자주 읽어줬었는데 읽기독립이 된 이후로는 혼자 읽는 시간이 더 많다. 확실히 몰입해서 읽기 시작하면 쭉 보는데 아무래도 관심있는 분야로만 읽고 가끔 책을 원하는 부분만 따로 찾아서 보는 등의 행동이 나와 지적하려다가도 책 읽기의 즐거움을 스스로 알기를 원해서 놔두는 중이다.
그리고 얼마전부터 아빠와 함께 오디오북으로 똥볶이 할멈을 읽고 있는데 아이가 참 좋아한다. 책 내용도 재밌지만 아빠와 같은 공간에서 편안하게 눕거나 앉아서 이야기를 함께 듣는 게 즐거운 것 같다.
ADHD아이들은 바쁘다. 운동도 해야하고 독서도 해야하고 그 와중에 병원도 다녀야하고 말이다. 이 정도 노력은 기울여야 또래의 친구들을 따라갈 수 있다니 엄마는 오늘도 머리가 복잡복잡하다. 그래도 아이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면 이정도 노력이야 충분히 할 수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고 손을 잡고 서점과 도서관에 가고 오디북을 함께 읽다보면 이 녀석의 게으른 전전두엽도 조금 부지런해질 것이다. 그때까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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