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성인 ADHD를 진단받은 후 부쩍 성인ADHD인 분들이 쓴 글을 많이 보게 된다. 공감하면서 끄덕이기도 하고 나중에 우리 아이가 겪게 될 일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지는 글들도 많다. 그러면서 한가지 의문점이 생겨났다. ADHD를 똑같이 앓고 있지만 사람마다 그걸 받아들이는 방식이나 극복하는 방법이 모두 조금씩 달라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뒤늦게 ADHD가 있다는 걸 알게 되긴 했지만 나의 이런 성향이 나름 긍정적인 부분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타입이라 아이도 역시 그렇게 작용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블로그의 이름을 ADHD라서 더 특별한 너 라고 지은 이유 역시 ADHD만이 가지는 장점이 분명히 있고, 그런 부분을 아이가 잘 살려서 더 반짝반짝 빛나는 어른이 되길 기대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그러나 본인이 ADHD로 인해 겪은 어려움들과 거기에서 파생된 다양한 문제점에 더 집중하면서 ADHD가 본인의 삶을 어둡게 만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고지능이면서 ADHD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 주범을 ADHD라고 말하기도 하고 오히려 ADHD이지면서 고지능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폭발적인 몰입도로 보통 사람은 꿈꾸기 어려운 업적을 만들어 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점은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지능이 문제가 아니라면 개별의 성격이나 기질이 답이 아닐까?
타고난 기질에 따라 ADHD를 받아들이거나 극복하는 것 역시 큰 차이가 난다고 한다. 오늘은 이 부분을 좀 공부해보고 내 아이의 기질에 맞춘 ADHD 조절방법을 좀 알아보고 싶어졌다.
타고난 기질이 ADHD에 미치는 영향 1. 기질이란?
기질은 사람이 타고난 성격으로, 감정과 행동에 대한 타고난 반응 양식을 뜻한다. 이런 기질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며 크게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 순한 기질: 적응력이 좋고 대부분 긍정적이다. 대체로 차분한 스타일이며 새로운 경험이나 환경의 변화를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다양한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며 그래서 키울 때 손이 덜가고 부모의 노력이 덜 필요한 편이다.
- 까다로운 기질: 감정표현이 다양하고 에너지가 높은 편이다.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며 쉽게 좌절하거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더 예민하게 반응하기 쉽다.
- 느리고 신중한 기질: 새로운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으며, 적응에는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지만 안정적인 환경에서는 점차 편안하게 반응한다. 새로운 것을 경험시킬 땐 속도를 천천히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 고강도 고반응 기질: 감정 반응이 강하며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상황에서 모두 모두 강한 감정표현을 보인다.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쉽게 흥분하거나 쉽게 당황하는 등 상황에 많이 휩쓸리는 편이다.
- 저강도 저반응 기질: 온화하고 차분한 감정반응을 보이는 편이고 큰 자극이 있어도 침착한 성향을 보인다. 쉽게 흥분하지 않는다. 대신 활기찬 활동 상황에서는 동기부여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또한 끈기나 활, 사교성을 통해서도 기질이 나뉘는데 끈기 있는 기질 VS 좌절이 쉬운 기질, 활력이 높은 기질 VS 활력이 낮은 기질, 사교성이 높은 기질 VS 내성적인 기질 등으로도 나뉠 수 있다.
- 끈기 있는 기질: 작업이 단조롭거나 어려워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집중하고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에 동기를 부여해서 그걸 원동력 삼아 작업을 이어가고 노력이 보상화되는 구조화된 환경에서 빛을 발한다.
- 좌절이 쉬운 기질: 어렵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면 더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작업 시간이 짧고 휴식이 잦으며 긍정적인 강화가 있는 환경에선 좀 더 높은 성과를 낸다.
- 활력이 높은 기질: 천성적으로 활력이 높고 계속해서 움직이는 것을 선호한다. 활동적이거나 실습적인 활동을 즐겨한다.
- 활력이 낮은 기질: 주로 앉아서 하는 활동을 선호하며 조용하거나 편안한 활동을 좋아한다.
- 사교성이 높은 기질: 다른 사람과의 사회활동을 즐기고 그룹환경을 선호하며 사회적 참여를 추구한다. 그룹활동이나 팀 기반의 활동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싶어한다.
- 내성적인 기질: 소규모 환경이나 익숙한 친구 등이 있는 환경을 선호하며 독립적으로 일하거나 소그룹 단위에서 활동할 때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렇듯 사람의 타고난 기질은 성장한다고 크게 바뀌지 않으며 그 사람의 고유한 특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타고난 기질이 ADHD에 미치는 영향
이런 기질은 ADHD증상을 경험하고 관리하는 방식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ADHD는 자기조절, 집중력, 충동성에 영향을 미치므로 이런 특정 기질적인 특성이 ADHD로 인한 어려움을 완화시키거나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1. 감정 반응성: 감정 반응성이 높은 기질이라면(까다로운 기질/ 고강도 고반응 기질) ADHD로 인한 집중력저하와 충동성 조절의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더 큰 스트레스 반응을 겪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 다른 기질들보다 선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같은 스트레스 상황이라고 해도 더 크게 좌절하거나 감정조절의 어려움을 가질 수 있다.
감정 반응성이 낮은 기질이라면(느리고 신중한 기질/순한 기질 등) ADHD가 주는 어려움으로 인해 생기는 스트레스 상황에 덜 예민하기 때문에 증상을 관리하기 조금 더 쉬울 수 있다. ADHD로 인한 집중력 부족이나 충동적인 행동에 대해 감정반응성이 높은 기질에 비해 좌절감을 덜 느끼기 때문에 침착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2. 사회성 및 자극추구: 높은 사회성을 추구하거나 자극에 대한 추구가 높은 타입이라면(활력이 높은 기질. 사교성이 높은 기질) ADHD증상이 사회적인 관계를 쌓는데 방해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좌절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친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낮은 집중력과 높은 충동성으로 인해 상대방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려울 수 있고 이로 인해 깊은 사회적 관계를 맺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내성적인 기질이면서 자극추구 수준이 낮다면 사회적 또는 감각적인 자극에 쉽게 흔들리지 않으므로 집중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ADHD지만 조금 덜 어렵게 집중을 잘 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외부자극이 부족해질 수 있으므로 사회적 상황이 요구될 때 필요한 적절한 스킬을 쌓기 어려울 수 있다.
3. 인내심과 좌절에 대한 내성: 인내심이 높은 기질의 경우 ADHD로 인한 좌절을 더 쉽게 관리할 수 있다. 오히려 본인의 어려움 점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으며 포기하지 않고 견뎌내려는 노력을 통해 일상을 더 잘 관리하도록 개발될 수 있다. 높은 인내심을 가진 사람의 경우 ADHD로 인한 집중력부족과 충동적인 상황들을 루틴을 통해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증상을 관리하려는 다양한 방법들을 개발해낼 수 있다.
좌절이 쉬운 기질(고강도 고반응 기질, 까다로운 기질 포함)에겐 ADHD가 다른 기질들에 비해 더 큰 도전과제가 된다. 이런 기질을 가진 경우 지루하거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쉽게 포기하거나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미루기 및 충동성의 패턴을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 일을 작은 단계로 나누고 좌절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4. 에너지 수준: 에너지 수준이 높은 기질의 ADHD는 증상을 조금 더 쉽게 관리할 수 있는데 집중력이 필요한 상황에 이런 에너지가 생산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높은 에너지는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어서 차분한과 집중을 요하는 상황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 도 있다.
에너지 수준이 낮은 기질의 경우는 장기간의 집중이 필요할 때 쉽게 지쳐 피로를 느끼기 쉽다. 이런 기질의 경우 과잉행동은 다른 ADHD들에 비해 적지만 에너지 수준이 낮아 동기부여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
5. 변화에 대한 적응력: 적응력이 높은 기질이라면 새로운 루틴이나 환경, 요구 등에 더 빠르게 적응하므로 ADHD증상이 덜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기질들은 자신의 증상을 관리하는 대처방법이나 새로운 치료방식에도 더 쉽게 적응하고 시도할 수 있다.
적응력이 낮은 기질의 경우 변화에 늘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ADHD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일상의 루틴이 깨지거나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하는 상황에선 기본적으로 스트레스가 높아지므로 ADHD증상역시 악화될 수 있다. 안정적인 루틴을 만들고 지키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한다면 시뮬레이션을 통해 서서히 적응시키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3. 타고난 기질에 맞춰 ADHD를 관리하려면?
기질적 차이를 우선 이해하면 아이의 ADHD증상을 관리하는데 더 확실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감정 반응성이 높은 기질의 아이라면, 감정조절 훈련, 숨쉬기 훈련, 좌절감 관리, 마음 챙김 등에 신경을 더 쓰고
- 사회성과 자극추구가 높은 기질의 아이라면, 사회성그룹치료, ADHD코칭, 경청하고 말하기, 친구들과 함께 놀 기회 늘리기 등의 경험을 많이 쌓아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욕구를 채워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 내성적이며 자극추구가 낮은 기질의 아이라면, 다양한 활동과 친구들과의 놀이를 통해 사회성을 개발할 수 있게 돕고
- 인내심이 낮고 좌절이 쉬운 기질의 아이라면, 작은 성취에 대한 칭찬과 잦은 보상을 통한 목표달성 순간의 기쁨을 자주 느끼게 만들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높여주는 것이 필요하고
- 높은 에너지를 가진 기질의 아이라면, 에너지 발산이 될 수 있는 운동을 통해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게 해주어야하며
- 낮은 에너지를 가진 기질의 아이라면, 기초체력을 높일 수 있는 운동으로 필요할 때 쓸 에너지를 스스로 지키도록 해주어야 한다.
사실 우리 아이가 ADHD진단을 받기 전까진 ADHD는 다 폭력적이거나 제멋대로인 아이들이라고만 생각했다. ADHD에 대해 공부하면 공부할 수록 아이들마다 보이는 증상도 다르고 같은 증상이더라도 그 경중이 달라서 백인백색이라고 생각했었다.
기질에 따라 ADHD가 다르게 증상을 보여질 수 있다고 알게 되니 그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물론 환경이나 부모의 교육방법, 지능 등 다양한 변수는 존재하겠지만 말이다.
우리 A는 감정 반응성이 높고 인내심과 좌절이 쉬우며 높은 에너지를 가져서 불안도 역시 높은 기질의 아이인 것 같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아이의 증상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더 공부해봐야겠다. 나처럼 ADHD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내 아이의 선척적인 기질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ADHD증상관리법을 찾아 아이와 함께 조금 더 편하게 ADHD와 살아가는 법을 찾아가길 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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