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보다 어린 ADHD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 한 가지를 고른다면, 약물치료받으세요! 라는 말이지만 그 다음으로 해주고 싶은 말을 고르라면 휴대폰이랑 게임은 최대한 늦게 시켜주세요 이다.
약물 효과가 꽤 좋은 아이라 학교생활이나 공부 등은 큰 문제없이 따라가고 있지만 사회성은 또 다른 문제라 친구들과 게임을 몰라 어울리지 못한다는 말에 덥썩 2학년때 휴대폰을 사주었고 게임도 시작하게 해주었다.
하루에 1시간으로 휴대폰 시간을 제한하고 자기가 할 일을 다 하고 나면 할 수 있는 규칙을 세워주었지만 A는 늘 공부시간 전에 휴대폰을 잠깐이라도 하면 안되냐고 계속 물어보았다. 안된다는 말을 계속 해주어도 계속 물어보는 아이의 말은 나의 스트레스지수를 매우 높였고 게임이 끝난 후에 어떻게라도 조금이라도 휴대폰을 쓰고 싶어서 잔머리를 쓰는 아이와 그걸 막으려는 나 사이의 긴장도도 매우 높았다.
미디어 시간 역시 루틴처럼 만드는 게 아이의 미디어나 게임 중독을 막는데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매일매일 아이와 싸우게 되니 스트레스가 너무 높다. 내 아이에 맞는 미디어 제한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해보였다.
ADHD아이를 위한 미디어 제한 방법 1. 하루에 몇 시간이 적당할까?
초등학교 2학년인 A는 이미 인터넷 강의를 하루에 2개나 듣고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미디어 노출 시간이 30분 가량 된다. 본인의 즐거움을 위해 미디어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1일 1시간, 일주일을 기본으로 7시간 내외로 잡아야한다고 생각했다.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9살의 경우 1일은 1~2시간 을 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고 하고 일주일의 경우 총 15시간을 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고 한다. 이는 공부용 동영상, 유튜브, TV, 게임 등 모든 미디어 시간을 합한 시간이라고 하니 생각보다 아이가 즐거움을 위해 쓸 수 있는 1일 미디어 시간은 1시간 정도가 맞아보였다.
2. 하루에 1시간씩 허용하기
처음 아이와 해본 방법은 하루에 1시간씩 허용하기 였다. 거의 6개월간 이어온 방식이다.
하루에 1시간씩 허용하기의 장점을 정리해보면
- 루틴화 할 수 있다 : ADHD아이들에게 일관성을 가진 루틴은 늘 도움이 된다.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일정이 되기 때문이다. 공부하고 나서 1시간 이런 식으로 시간을 아예 블럭화해서 잡아두면 아이가 시간이 끝났을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자극을 줄일 수 있다: 하루에 1시간이란 시간 자체는 짧기 때문에 과도한 미디어 자극으로부터 아이를 지킬 수 있다.
- 사용량 조절연습: 매일 1시간이라 자기가 주어진 미디어 시간을 활용하여 게임, 유튜브, 검색 등을 나눠하는 사용량 조절 연습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나 역시 이런 장점을 보고 하루에 1시간을 허용했었다. 그런데 아이마다 다를 수 있어 보인다.
A같은 경우는 루틴화가 되어버리면서 휴대폰을 사용하기 애매해지면 짜증을 냈다. 공부를 마치고 게임을 할 수 있었는데 방과후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 공부시간이 뒤로 밀리고 바로 학원에 가야하는 등 일정이 바뀌자 오히려 루틴이 되어버린 미디어 시간으로 인해 공부에도 집중하기 어려워했고 게임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분노하기 일쑤였다.
또한 자극을 줄일 수 있을 꺼라고 생각해서 1시간의 제한을 두었는데 아이 입장에서는 늘 마음껏 미디어를 사용하지 못한 기분을 가지는 듯 했다. 게임은 늘 몰입도가 좋아서 몇게임만 하고 자기가 보고 싶던 영상(넷플릭스, 유튜브 등)을 보거나 궁금했던 것을 검색하고 싶었던 걸 잊어버리고 시간을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이것은 ADHD아이들이 흔히 겪는 시간맹 증상과 맞물려서 늘 아쉬워하고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듯 해 보였다.
사용량 조절연습 역시 위의 게임의 강한 자극과 맞물려서 1시간동안 게임으로 시간을 소진한 후 나머지 자기가 원하는 그림을 출력하거나 궁금했던 것을 검색하기 위해 아빠나 나를 붙들고 늘어지는 일이 많아져서 매우 피곤했다.
3. 주말에만 1일 3시간 허락하기
결국 아이와 매일 싸우기 싫어서 평일에 미디어를 사용금지하기로 했다.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아니었고 공부하는 시간이 늦어지면 미디어 사용시간도 늦어지니 공부에 집중을 못하는 모습을 자꾸 보이고 시간이 늘 부족하다고 느끼니까 평일엔 휴대폰을 아예 쓰지 않고 주말에 넉넉하게 하루에 3시간씩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주말에는 둘째가 낮잠을 자야하는데 그 동안 내가 A와 함께 있을 수 없고 그 시간동안 미디어를 사용하라고 보통 제안하는데(아빠가 토요일에 근무하기 때문) 오전에 1시간의 미디어 사용시간을 소진해버린 채 동생의 낮잠시간에는 혼자 있는게 불안하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해서 계속 낮잠재우기를 방해받아왔어서 이런 이야기도 함께 나누면서 주말에 더 길게 사용하자고 말했더니 아이도 동의했다.
주말에만 3시간씩 허락하기의 장점은
- 방해요소가 없다: 평일에는 학원스케쥴, 방과후수업 스케쥴, 저녁 7시 이후 미디어사용 금지 등 아이가 충분히 미디어를 사용하고 즐기기 힘들게 만드는 상황이 자주 일어났다. 그래서 늘 짜증으로 불만을 표시했었는데 주말에는 숙제나 공부 등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워했다. 아직 초등 저학년이라 주말에 공부를 하지 않지만 이 부분은 고학년이 되면 역시나 해야할 일은 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원칙하에 운영할 계획이다.
- 유연하게 사용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시간이 긴 만큼 게임 등에 모든 시간을 쏟게 될까봐 걱정이 되어서 주말 총 3시간의 미디어 사용 시간 중 게임 시간은 1시간씩만 허용하고 있다. 나머지 2시간씩은 본인이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고 종이접기를 하거나 평소에 보고 싶었던 만화영화 등을 보고, 궁금했던 신화속 존재에 대해 검색 하는 등 나름 시간을 잘 활용해서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이렇게 주말로 시간을 바꾸고 게임시간도 1시간씩 제한을 두기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데 단점도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3시간씩 한꺼번에 사용하게 되면 자극이 너무 과도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연달아서 3시간은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해둔 상태라 아직까진 잘 지켜지는 듯 해보인다.
또한 긴 평일을 잘 버텨낼까?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미디어를 주말에만 허용하면서 만화책과 학습만화도 함께 제한했더니 처음엔 심심해하다가 요샌 심심한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어서 오히려 A에게는 이 방식이 잘 맞아보인다.
4. 내 아이에 잘 맞는 미디어제한 방법 찾기
아이에게 잘 맞는 미디어제한방법이 딱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처음엔 1시간씩 평일 사용을 할 때도 큰 문제가 없었다가 아이의 스케쥴이 복잡해지면서 결국 주말 3시간으로 변경했던 우리의 케이스처럼 아이들마다 맞는 방식이 존재하고 아이의 성장에 따라 또 잘 맞는 방법이 바뀌기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적어도 몇 가지 지켜야할 원칙은 있다.
1. 해야할 일은 마치고 한다.
공부든 숙제든 해야할 일이 남아있는 상태에선 미디어사용을 금지하자. ADHD아이들은 과도한 자극을 받고 나면 다시 평점심을 찾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먼저 미디어를 보고 공부를 다시 시키려면 바로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보다 아이를 공부모드로 전환시키는데 어려움이 크다. 그러니 미디어 사용시간을 정하는 초기부터 이 부분을 잘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2. 게임시간은 조율하자.
게임은 되도록 늦게 가르쳐주고 미디어시간 전체를 게임시간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하자. 처음에 멋모르고 미디어 시간은 아이가 자율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뒀었는데 모든 시간을 게임에 쓰는 모습이 보였다. 미디어시간은 미디어를 활용해서 새로운 것을 배울 수도 있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게임에만 모두 써버리지 않도록 하자. 방과후로 웹툰을 배우고 나서 태블릿으로 웹툰을 그리는 것을 재미있어하는 A지만 미디어 시간을 그냥 주어버리면 모든 시간을 게임에 써버린다. 시간 중 게임의 비중은 3분의 1정도로만 하는 것을 추천한다. 1일 1시간이면 20분 정도, 주말에 3시간이라면 1시간 정도다. 나머지 시간들은 미디어를 활용해서 다양하게 놀 수 있도록 유도하자.
예를 들면 우리 아이처럼 웹툰을 그리거나, 코딩을 해보거나, 유튜브 영상제작을 해보거나 등의 방식으로 말이다.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 미디어활용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무작정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활용방식을 가르쳐주는 것이 필요하다.
3.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이자.
아이에게 휴대폰을 쥐어주고 나몰라라하지 말고, 아이가 지금 무슨 컨텐츠를 보고 있는 건지, 무슨 게임을 즐기고 있는건지 관심을 가져주자. 가끔 나이에 맞지 않는 게임이나 컨텐츠를 보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가끔 미디어제한에 매우 너그러운 집의 아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놀라울 정도로 나쁜 말을 쓰거나 부모님이 이런 게임을 허락해줬다고? 싶을 정도의 폭력적인 게임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
구글의 패밀리링크나 애플의 스크린타임 등을 활용해서 미디어 시간을 제한하는 것을 넘어 아이가 보고 있는 컨텐츠가 무엇인지 수준은 알맞은지 지속적으로 확인해줄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이건 보지마! 라고 하는 방식은 오히려 아이들의 반발심을 살 수 있으므로 아이가 보는 컨텐츠가 무엇인지 질문하고 따로 알아본 후 아이의 수준에 맞지 않아보이면 아이에게 "너한테 좋지 못한 영향을 줄 것 같은데 다른 걸 보는게 어떨까" 하는 식으로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4. 친구와 놀 때는 미디어보단 몸으로!
친구들과 모여있을 때 같이 게임하는 것은 아이들 입장에서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주말에 3시간씩 미디어시간이 있는 A의 경우에는 친구와 같이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려고만 하는 경우들이 종종 보였다. 그럴때는 1시간 정도 시간을 보냈다면 다른 놀이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신체놀이를 하거나 보드게임, 오목, 종이접기 등 다른 놀잇감을 유도하고 친구가 간 이후에 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
5. 외출했을 때는 약속을 만들자.
미디어시간을 다 쓰지 않았는데 외출을 하게 되면 아이가 길을 걸어가면서 미디어를 보거나 차에서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짧은 거리로 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보지 않기로 약속하고 외부활동 중이나 걸어갈 때는 휴대폰을 가방에서 꺼내지 말자는 약속을 하고 있다. 보행 중 휴대폰 사용등의 습관을 만들고 싶지 않고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에는 집중했으면 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집은 둘째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동생과 함께 있는 시간에는 동생 수준을 고려한 영상을 봐야한다는 약속도 해둔 상태이다.
A는 현재 주말에 3시간씩 총 일주일에 총 6시간의 미디어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중 게임은 1일 1시간씩만 허용되어 일주일에 총 2시간을 할 수 있다. 사용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고 대신 3시간을 연달아 사용할 수는 없게 되어 있다.
추석연휴동안에는 주말엔 3시간, 연휴였던 월화수는 1시간을 허용해줬었다. 연휴 기간 동안이 주말 아니냐는 아들에게 달력을 펴놓고 원래 사용할 수 없지만 연휴인 빨간날이니 1시간을 더 쓸 수 있는 거라고 하니 오히려 고마워하는 느낌이었다.
공부시간 전에 게임 등을 하고 싶다는 의미없는 애원이 사라지고 학원 가기전에 공부를 마쳐야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나와의 공부시간이 길어질 때마다 나오던 짜증 역시 사라졌다. 개인적으로는 스트레스 받는 포인트가 사라져서 대만족이다.
아이 역시 주말에 게임도 충분히 하고 남는 시간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미디어를 활용해서 해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미디어 시간을 주말로 옮기는 김에 학습만화와 만화책을 아예 금지 시키고 평일 밤 8시 30분부터는 독서시간으로 루틴을 변경해두었더니 꽤 책도 열심히 읽기 시작해서 좀 기특하다.
학년이 오르고 또 관심사가 달라지면 미디어시간때문에 아이와 싸워야할 때가 오겠지만 지금까지는 대만족이다. 누군가 나처럼 ADHD아이의 미디어시간때문에 골머리를 쌓고 있다면 나의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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