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숙명적으로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살게 된다. 일일히 챙겨주지 않으면 스스로 챙기는 일이 거의 없는데다가 또래보다 늘 조심성이 부족하고 주의력이 떨어지다보니 아이가 학교에 필요한 준비물을 늘 놓치거나 해야할 일정을 잊기 때문에 하고 싶지 않아도 아이에게 잔소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
하지만 ADHD아이들에게 잔소리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낮은 주의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엄마의 잔소리는 말그대로 그냥 방탄유리에 튕겨나가는 총알이 되버리고 만다. 게다가 잔소리를 동반하여 아이의 일정과 준비물을 하나하나 챙겨주다보면 엄마는 엄마대로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고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의 잔소리에 지쳐버린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이 짓을 계속해야하나, 라는 좌절감과 절망감에 휩싸이게 되고나면 "니가 알아서 좀 해!"라는 사자후와 함께 짜증과 화를 아이에게 쏟아내는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다. 이건 나의 반성문이다.
나처럼 엄마 역시 ADHD를 앓고 있다면 아이의 준비물을 챙기고 일정을 관리하는 건 더 어려워진다. 내 스케쥴도 내가 꼼꼼히 관리하기 어려워서 남편을 알람삼고 핸드폰에 기억날 때마다 적고 있지만 ADHD인 첫째와 아직 어려서 말 그대로 엄마의 전폭적인 관리가 필요한 둘째를 한 꺼번에 챙기다보면 갑자기 모든 것을 다 놓고 싶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내가 진단을 받고나서 그나마 한가지 나아진 점이 있다면, 우리 부모님의 육아방식 중 ADHD앓고 있는 성인이 된 나에게 미친 영향 중 긍정적이었던 부분과 부정적이었던 부분을 생각해보고 그걸 올바른 방식으로 내 아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나의 엄마는 ADHD인지 모르고 나를 키웠기 때문에 나를 지금의 A처럼 키우시지 않으셨다. 준비물은 니가 챙겨야하는 거고, 니가 말을 안하면 엄마는 모르니까 선생님께 혼나보고 다음부턴 니가 챙겨라는 주의셨다.
지금의 A는 자신의 준비물을 엄마가 챙겨주니 만약에 엄마가 뭘 잊어서 준비물을 놓치면 엄마탓을 한다. 이건 분명 뭔가 잘 못되었다. 아이에게 스스로 하는 방법을 가르쳐야하는 내가 아이가 나에게만 의존하도록 만들고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방법은 스스로 하라고 잔소리를 하는 것 뿐, 그보다 좋은 방법이 필요하다.
ADHD에게 잔소리보다 질문이 효과적인 이유 1. ADHD아이에게 잔소리가 효과없는 이유
ADHD아이에겐 잔소리가 효과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ADHD를 가진 두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외부반응에 반응하는 방식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 주의력 낮은 아이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끊임 없는 잔소리는 아이가 오히려 해야할 일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다. 말 그대로 주의력을 흐트려뜨리고 마는 것이다.
- 비판받는 기분을 준다: ADHD가 있는 아이들은 피해의식이 있는 경우가 많고 늘 억울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잔소리는 아이들의 이런 부분을 더 강화시킨다. 부모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다는 마음을 들게해서 자존감에도 역시 상처를 준다.
- 아이의 화를 키운다: 감정조절이 어려운 ADHD아이들은 잔소리를 들었을 때 그걸 해야할 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짜증이나 분노, 화로 받아치는 경우가 많다. 해야 할 일을 시키려다 아이의 화를 돋우는 격이 되는 것이다.
- 동기부여를 방해한다: ADHD아이들은 스스로 동기를 찾아내 행동했을 때 해야 할 일을 더 잘 해결해낸다. 잔소리는 부정적인 피드백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강화가 중요한 ADHD아이들에게 부적합하다.
- 그냥 소 귀에 경읽기다: 주의력이 낮은 ADHD아이들은 부모의 잔소리가 잦아지면 잦아질수록 그걸 그냥 화이트노이즈처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둔감해져버리는 것이다. 이런 일이 쌓이다보면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 아이의 태도에 부모가 더 화가 나서 잔소리가 결국 화가 되는 경우가 생겨난다.
- 자기조절능력을 망가뜨린다: 잔소리는 외부통제에 해당되므로 아이가 스스로 자기를 조절하여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 자기조절능력이 특히 부족한 ADHD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스스로를 조절한 기회를 얻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잔소리의 악순환 끊는 방법
- 간단하고 간결하게 말한다.
- 무엇을 언제 해야하는지만 말한다.
-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 완벽하지 않더라도 긍정적인 부분에 집중한다.
- 인내심을 가진다.
2. 잔소리 대신 질문이라는 무기
솔직히 ADHD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하고 싶어서 잔소리를 하는게 아니다. 아이가 챙기고 해야할 일은 많은데 아이 스스로 하지 않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을 말해주다보면 한 번에 하지 않으니 잔소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럴때 아이가 자신이 해야할 일을 스스로 깨닫게 만든다면 잔소리를 할 필요 자체가 줄어든다.
아이를 스스로 깨닫게 만드려면? 질문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필요하다.
왜 이 질문이 강력한 무기가 되는지 알아보자.
- 집행기능을 배우게 한다: "오늘 방과후 수업을 뭘 배워? 그럼 뭘 챙겨야 할까?" 같이 아이 스스로 해야할 일을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은 아이가 스스로 계획하고 우선순위를 만들고 결정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스스로 시간과 책임에 대한 생각을 인식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엄마가 일일히 챙기지 않아도 아이가 알아서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게 된다.
-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잔소리는 행동을 강요당하는 기분이지만 질문은 아이가 스스로 대답하고 필요한 것을 결정한다고 느끼게 된다. 자신의 결정이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더 강력하게 되어 챙겨야할 부분이나 해야할 일을 처리할 때 스스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게 한다.
- 아이와의 감정싸움이 줄어든다: 잔소리는 엄마의 일방적인 지시처럼 느껴져서 반감을 일으킬 수 있지만 해야할 일들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건 아이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엄마의 제안처럼 받아들여져 해야할 일에 대해 더 협조적으로 아이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아이의 반감은 줄어들고 엄마의 스트레스 역시 완화될 수 있다.
- 아이의 자존감을 올려준다: 해야 할 일정 등을 질문했을 때 아이가 제대로 대답을 하면 부모입장에선 기특하게 느껴지고 그 부분을 아이가 분명히 느낀다. 만약 아이가 해야 할 일을 잊은 상황이라면 부모가 잔소리가 아닌 아이가 부족한 부분을 대답으로 채워주는 것으로 느끼기 때문에 역시 부모가 도움을 주는 상황이라고 느끼게 된다. 이런 방식은 자존감을 박살내기 쉬운 잔소리보다 아이의 자존감을 더 올려주기 훨 좋은 방식이다.
3. 질문 활용법
그렇다면 질문을 어떻게 해야할지도 배워야할 것 같다. 질문을 빙자한 잔소리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말이다.
"숙제 아직 안했어?" 라는 잔소리는 "숙제는 언제까지 해야해? 그럼 그때까지 하려면 언제부터 시작해야 할까?"라는 식으로 아이에게 미션 해결을 하기 위해 스스로 계획를 짜보도록 유도해보자.
"공부 할 시간이야!" 라는 잔소리는 "오늘 공부는 뭐부터 해볼까? 수학? 아니면 영어? 뭘로 시작하는게 좋아?"라고 아이가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공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율권이 있다고 느끼도록 바꿔보자.
"방 좀 치워!" 라는 잔소리는 "니 방에 한 번 가볼까? 지금 뭘 해야할 까?"라고 바꿔서 아이가 자신의 방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하고 "맨 처음엔 뭘 먼저 치우는 게 좋을까?" 라는 질문을 통해 아이가 우선순위를 정하도록 돕자. 그리고 너무 지저분해서 스스로 정리하기 힘들정도라면 어느정도는 도와주자.
"동생 좀 그만 괴롭혀!"라는 잔소리는 "만약에 니 동생이 너네학교 유치원생이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라며 동생과의 관계를 재정립해볼 수 있는 질문을 통해 본인의 행동을 스스로 반성하고 교정할 수 있도록 해보자.
"준비물은 니가 알아서 챙겨야지!"라는 잔소리는 "오늘 수업 어떤거 듣지? 준비물도 있을까? 그럼 알아서 챙길 수 있을까?"의 방식으로 아이가 스스로 준비물을 기억해내고 챙길 수 있도록 해주자.
"잘 시간이니까 씻어 쫌!"같은 잔소리는 "지금 몇 시야? 우리 보통 몇시에 자지? 그럼 언제 씻어야 할까? 그럼 그 시간이 되면 씻자" 라고 하고 그 시간이 될 때까지 다른 잔소리는 참아보자. 만약 그 시간에 까지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니가 말한 시간이 다 됐거든.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아이의 생각을 다시 환기시켜주자.
진짜 말은 쉬울 것 같지만 중간중간 참아야할 일도 많고 욱하는 마음을 눌러야 할 일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이제 10살이 되어가고 잔소리라는 채찍으로 아이를 다루는데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할 때 늘 더 신나고 더 잘하는 아이에게 잔소리라는 방법은 점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와 싸우기 싫다. 나는 점점 늙어가고 있고 일도 하면서 집안살림도 해야하고 아직 어린 둘째도 봐야한다. 그리고 나 역시 ADHD가 있어서 감정조절이 쉽지 않고 뒤죽박죽일 때가 많다. 그러니 싸우지 않고 아이가 스스로 네비게이션을 보면서 자신의 길을 가도록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 잔소리를 버리겠다. 질문이라는 무기를 쓰겠다. 한 번에 되지 않아도 몇 번은 참아보고 질문으로 아이가 스스로 하도록 길을 닦아보겠다. 오늘도 그저 반성문같지만 2년동안 쓴 반성문을 통해 아이는 그대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는 걸 기억하면서 힘내보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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