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ADHD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한지도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7살이었던 녀석이 초등학생이 되고 그 사이에 이사와 학교 개교가 늦어지는 문제로 전학을 2번이나 하고 이제 2학년도 여름방학이 다 지나갔다.
2년 사이에 아이의 ADHD증상이 나아졌냐고 누군가 물어보면 네, 아니오라고 쉽게 대답하기 힘들 것 같다. 아이는 분명히 더 발전해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 남아있고 7살에 비해서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 증상 역시 새롭게 또는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서히 좋아질 것, 이라는 믿음으로 치료를 시작했고 그 때의 믿음을 배신하고 있진 않지만 그래도 뭔가 얄미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약물치료를 하는데, 놀이치료도 받았는데, 사회성치료도 받았는데, 무엇보다 내가 그때보단 ADHD라는 것에 대해 이렇게 더 많이 공부를 했는데 왜 아직도 이렇게 손에 잡히지 않는 기분이지? 싶다.
하지만 7살과 9살의 증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라고 누군가 물어보면 그나마 대답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풀배터리 검사로도 달라진 바가 있고 나 스스로도 양육하면서 달라진 점을 체감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7살의 ADHD증상과 9살의 ADHD증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나와 같은 길을 걷게 될 엄마들을 위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물론 아이의 ADHD증상은 애바애, 케바케니 본인의 아이와는 증상이 다르거나 반대일 수도 있다는 점을 사전에 공지한다. 그리고 우리 아이는 놀이치료과 사회성치료를 7세에서 8세에 걸쳐 받았음을 미리 밝힌다.)
7살 ADHD 증상과 9살 ADHD 증상, 어떻게 다를까? 1. 과잉행동
사실 과잉행동은 나이가 들수록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7세때보다 9세때가 과잉행동이 더 줄었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원래도 착석 등의 문제가 있진 않았지만 산만한 편이었던 7세때보다 오히려 8세, 9세때 약효가 소거되었을 때 가만히 있기를 더 힘들어한다.
학교에선 약물을 복용하고 있지만 집에 와서 오후 늦은 시간, 또는 여행이나 외출 등으로 주말에 약 용량을 조금 줄였을 땐 팔 다리를 가만히 있지 못하고 얌전히 기다려야하는 순간에 콩콩 점프를 하거나 태권도 동작을 크게 해버릴 때가 많고 식사시간에도 피아노연습을 하듯 손가락을 식탁에 자주 쳐내린다.
피아노와 태권도를 배운 탓도 있어 보이지만 과잉행동의 경우 오히려 2말3초라 하여 2학년부터 3학년까지 그 증상이 더 과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7살때 받은 풀배터리 검사와 9살때 받은 풀배터리 검사를 비교해보면, 7살때는 과잉행동에 대해서는 기재되지 않았고 올해 받은 검사에는 행동이 다소 크고 부산한 인상을 주었다고 기재되어 있는 걸 보면 과잉행동의 경우에는 지금인 9세가 더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는 듯 하다.
7살 ADHD 증상과 9살 ADHD 증상, 어떻게 다를까? 2. 지능발달
A의 경우 지능은 크게 문제가 없었다. 다만 ADHD로 인해 지능발달에 편차가 있는 것이 전체 지능을 낮추는 개념이었는데, 7세때의 경우 언어이해와 지각추론은 우수했지만 작업기억은 평균수준, 처리속도는 평균 하를 나타냈다. 전체 지수가 115인데 반해 처리속도는 88수준이라 심각하게 느껴졌다.
7세때 평가는 처리속도 영역의 경우, 시각적 주의집중력이 불안정하게 발휘되거나 강박적/완벽주의적인 내적태도로 수행속도가 저하된다는 의견이었다.
9세때 평가는 총 지능지수는 116으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세부 내용에 살짝 변화가 보였다. 언어이해는 7세때와 같이 우수한 편이었지만 지각추론은 평균 상으로 살짝 하락했고 작업기억과 처리속도는 조금 개선되었다. 특히 처리속도는 평균하에서 평균으로 올라왔다.
지각추론에 경우 문제의 난이도와 상관없이 시각주의력이 낮은 것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처리속도 영역은 7세때보다는 올라왔지만 기하학적인 기호를 빠르게 변별해야하는 기능이 낮게 나와서 역시 부주의함이 지능지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전반으로는 아주 살짝 개선된 것 같다고 의사선생님은 말했지만 여전히 아이의 가능성이 ADHD로 인해 가려져있다는 속상한 마음이 든다.
7살 ADHD 증상과 9살 ADHD 증상, 어떻게 다를까? 3. 사회성
7살의 A는 시한폭탄같았다. 특히나 유치원이나 집에서 게임을 할 때. 본인이 모든 게임을 이기고 싶어했고 본인이 지는 게임은 마음대로 종료하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기기 위해서는 게임의 규칙을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꾸거나 무시하려는 경향이 매우 컸다.
9살의 A는 그래도 게임의 규칙을 어기진 않으려고 노력한다. 졌을 때의 속상한 마음을 터트릴때도 있지만 보통 약효가 소거된 이후이고 7살에 비해서는 억울함이나 분노 등의 폭이 절반 이하로 내려간 편이라 같이 게임을 하면서 아이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서 편하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7살의 A는 좋아하는 친구와 놀 때도 본인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진짜 죽이 잘 맞는 친구가 아니라면 게임 참여 자체를 하지 않으려 했고 하기 싫다는 감정도 고스란히 드러낼때가 많았다.
하지만 9살의 A는 친구가 어떤 게임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본인이 하고 싶지 않더라고 집에 초대한 친구를 배려할 줄 안다. 물론 9살이라 여전히 감정조절이 쉽진 않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에겐 그 감정을 잘 억누르고 친구와의 관계에서 양보가 좋은 윤활유가 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편이다.
이것은 풀배터리 검사에서도 드러나는데. 사회성지수가 7세때엔 108이었다가 9세때에는 116으로 조금 상향되었다. 사회성치료를 병행하면서 이사 온 후 새로운 친구들을 다양하게 만나면서 사회성 상황에 대한 경험이 많이 생겨난 것, 그리고 약물치료 등을 병행하면서 본인의 감정조절법을 조금씩 배워나간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7살 ADHD 증상과 9살 ADHD 증상, 어떻게 다를까? 4. 심리상태
7살의 A는 아이의 증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나와 남편의 양육태도 때문에 내면의 분노와 무력감이 방어적 공격성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그때의 A는 본인이 억울한 상황에서 감정조절을 매우 어려워했고 작은 자극에도 크게 반응하거나 동생에게 폭언, 폭력적인 태도 등을 자주 보였었다. 그렇다고 친구나 동생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눈을 크게 뜨고 노려본다거나 분노를 주체하지 못한다거나 해서 아이를 진정시키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9살의 A는 유의한 수준의 불안이나 우울을 경험하고 있진 않다고 기재되어 있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주변 관계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지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써 있다.
다만 ADHD라 발생되는 충동성, 만족 지연 등의 자기조절 문제가 드러나고 감정 조절 문제도 평소엔 잘 조절할 수 있지만 한 두번씩 화를 표출하게 되어 이런 부분이 아이의 사회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현재는 치료적 개입을 통해 아이가 잘 유지조절되어 있는 듯이 보이지만 지속적인 치료와 변화 양상에 대한 모니터링은 필요한 상태라고 기재되어 있어서 약물치료와 다른 치료들을 병행한 것이 아이의 심리적인 안정에는 큰 도움을 준 것 같다. 물론 놀이치료와 병원 치료 등을 통해 나와 남편의 ADHD증상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준 덕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전형적인 ADHD아이 증상들인 과잉행동, 부주의함, 감정조절의 어려움 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하고 요새 높아진 과잉행동과 학년이 높아질수록 수행해야하는 공부나 과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기분은 여전하다.
그래도 아이가 심리적으론 안정이 되어 있으니 돌발상황에서도 쉽게 제자리를 찾는 기분이다. ADHD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정말 크고 무거운 닻이 되어주어야 할 것 같다. 아이가 파도 위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더라도 엄마가 단단히 아이를 붙들고 공감하고 이해하면 아이는 금새 차분해진다. 적어도 나는 따듯한 햇살이 되고 깊은 바다가 되어 주자. 아이가 스스로 배를 몰고 나갈 나이가 되어 자신의 삶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좋은 나침반이 되자. 오늘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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