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휴는 둘째가 수족구에 걸리는 바람에 원래 잡혀있던 여행계획도 다 취소하고 거의 집에만 머물렀다. 수족구 걸린 녀석은 매우 멀쩡히 밥도 잘 먹고 잘 놀았는데 반면에 삼시세끼 식사 차려주고 두 녀석들이 엉망진창으로 만든 집을 치우면서 생리가 터져버린 나는 마지막날 아침에 가벼운 몸살끼로 침대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엄마가 아프다는 남편의 말에 둘째는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나에게 가져다주었다. 수족구로 병원 진료를 보러갔을 때 의사선생님이 물을 많이 마시라는 말을 해주셨고 그걸 기억했다가 아픈 나에게 물을 챙겨준 것이었다. ADHD인 첫째 A는 어떻게 했냐고? 나 대신 아침을 차리는 남편이 시리얼로 간단히 아침을 차리자, 평소 엄마가 해주는 것처럼 과일을 추가해달라고 징징거리다가 결국 혼이 나고 말았다.
엄마가 아프다는 건 알지만 본인이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게 늘 먼저인 A와 형보다 5살이나 어리지만 엄마를 챙기는 동생 C를 바라보며 누가 형인지 누가 동생인지 가끔은 참 헷갈린다. 하지만 약을 먹고 30분 정도 지나자마자 엄마는 괜찮은지, 도와줄 것은 없는지, 동생이 엄마를 귀찮게할까봐 전담해서 동생과 놀아주는 A의 모습을 보고나면 그래 맞아, A가 공감과 배려를 모르는 아이가 아니었지 하면서 야속했던 마음이 미안한 마음으로 변한다.
A는 아픈 나를 배려할 줄 몰라서 그런게 아니라 ADHD때문에 주의집중이 어렵고 충동성이 높으며 자기조절이 쉽지 않아서 본인이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이 먼저 눈에 보였을 뿐이다.
약물효과가 없을때도 이런 공감과 배려를 할 수 있으려면 어떤 도움을 주어야할까?
공감과 배려가 부족한 ADHD아이를 돕는 방법 1. 연습만이 살 길이다
루틴은 ADHD아이의 삐그덕거리는 일상을 바로잡는 좋은 수단이다. 그렇다면 공감과 배려도 루틴화 할 수 있을까? 공감과 배려를 사회적 기술로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매일 반복한다면 루틴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저녁 식사 자리에서나 잠들기 전에 오늘 공감이 부족해서 일어났던 일을 상기시키거나 누군가를 배려해서 좋은 성과가 있던 일을 떠올리게 하는 루틴을 만들면 이런 루틴자체가 매일의 일상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상황을 리마인드해서 아쉬움이 남았던 부분에선 어떻게 하면 좋았을 지, 그리고 본인이 공감을 통해 좋은 영향을 받았다면 그 상황을 기억하게 하는 일이 가능하므로 공감과 배려도 연습이 되는 것이다.
ADHD아이를 키우는 그룹 쥬얼리 출신의 이지현씨도 아이들과 자기전에 감사일기를 쓴다고 한다. 이런 반복적인 습관을 통해 공감과 배려를 루틴화하는 것도 좋은 연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2. 멈추고 숨쉬고 생각하기
ADHD아이들이 공감과 배려가 필요한 순간에 이기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충동성이 치솟아서 본인의 욕구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순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평소에 자기조절을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 같은 경우는 왼쪽 손을 쫙 펴고 오른쪽 엄지손가락으로 왼쪽 손목안쪽부터 손가락끝을 향해 올라갈때 숨을 들이마시고 손끝에선 숨을 멈추고 다시 내려가면서 숨을 내쉬는 방법을 연습중이다. 그 전에는 화가 나면 우선 크게 숨을 세번 쉬어! 라고 이야기해줬는데 짧은 숨을 몇번 내쉬는 등 좀 더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할 것 같아 이리저리 검색해보다 찾아낸 방법인데 총 5번의 깊은 숨을 쉴 수 있는 직관적인 방법이라 이렇게 숨을 쉬고 나면 확실히 충동성과 부주의함이 많이 줄어들고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아이에게 맞는 자기조절 훈련을 찾아연습시키고 공감과 배려가 부족해질 때 이 방법을 사용해 스스로를 멈추고 숨을 쉬어 주의력을 높이고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있도록 하자.
3. 역시나 칭찬의 힘
A처럼 약물효과가 있었을 때는 배려나 공감에 문제가 없다면 칭찬의 힘을 믿어볼 때이다. 약물효과 있을 때 하는 공감과 배려에 긍정적인 칭찬을 많이 해주고 약물효과가 없을 때 배려없는 모습을 보였을 때 혼내기보다는 배려없는 상황이 벌어지기 직전에 "형아는 아까도 양보해주더니 또 양보해줄껀가보다! 역시 멋져!!"하고 칭찬을 선제공격(?)해주자. 이런 긍정적인 피드백과 칭찬을 통해 아이는 칭찬이라는 보상을 받기 위해 기꺼이 공감과 배려를 하게 될 것이다.
보상을 바라고 하는 공감이라는 점에서 뭔가 찝찝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는 공감과 배려를 모르는 아이가 아니고 ADHD때문에 중요한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만 생각이 묶여있는 상태이므로 이런 방법을 통해 약물효과가 없을 때도 스스로 공감과 배려를 발휘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4.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아직 2학년이라 자기가 먹는 약이 어떤 효과를 주는 지 명확하게는 모르는 A지만 약을 먹기 전과 약을 먹은 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슬슬 약물효과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아이의 행동에 어떤 차이가 있는 지 알려주고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비교하고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다. 그리고 약물효과가 없을 때 벌어지는 공감과 배려가 부족한 행동들은 어떻게 하면 조금더 나아질 수 있을 지 스스로 생각해보자고 말하려고 한다.
이런 자기인식과 계획은 의외로 아이가 스스로의 행동을 조절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물론 2학년에게 ADHD라는 구체적인 병명을 알려주긴 아직 이른 것 같긴 해서 나 같은 경우는 현재 먹는 약을 "생각주머니가 조금 더 커지는 약"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생각주머니가 커지는 약을 먹으면 생각이 조금 더 깊어지고 그 약을 먹지 않았을 땐 생각주머니가 조금 줄어들어서 하고 싶은 생각만 주머니에 들어가있다고 이야기해주고 있으니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엄마들이라면 이런 방법으로 약의 효과를 설명해줄 수 있다고 소개해주고 싶다.
5. 무인도 보내기
블루마블 게임을 하다보면 무인도에 떨어질 때가 있다. 게임에 참여할 수 없어서 안달이 나기도 하지만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플레이를 보면 놓쳤던 것을 보게 될 수가 있다. ADHD아이들에게도 가끔 이런 무인도가 필요하다.
자극이 올때마다 모두 반응하거나 자신의 욕구에만 집중하기 쉬운 아이들에게 자극이 차단된 차분한 상황을 한번 경험시켜주는 것이 꽤나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집 같은 경우엔 본인이 하고 싶은 것에만 목소리를 높일 때 잠깐 아이를 자신의 방에 가서 생각할 시간을 가지도록 하다. 보통은 싫다고 하기 일쑤지만 억지로라도 방에 가서 생각할 시간을 가지라고 하면 방금 전의 상황에서 분리된 채 생각을 환기할 시간을 가진다. 그러고 나면 다시 나와서 아까전의 상황에 대해 물어보고 본인이 과했던 부분을 깨닫고 사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역시 약물효과 있을 때 공감과 배려를 발휘하는 아이들에게 더 도움이 되긴 하겠다.
놀이치료과 사회성치료까지 받았지만 약물효과 없을 땐 여전히 자기조절이 어렵고 공감과 배려를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한 2학년이라 엄마의 할 일이 산더미다. 하지만 약물과 엄마의 노력이 있다면 아이는 분명히 바뀔꺼라고 믿는다.
화내지말고 닥달하지 말고 가르치고 기다리자. 기다리는 것도 화내지 않는 것도 닥달하지 않는 것도 내겐 너무 어려운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A의 엄마이고 A는 이미 세상에 나왔다.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을 내 주위에 계속 머무르게 하는 건 공감과 배려라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오늘도 노력해보자. 화이팅.
'ADHD와 A' 카테고리의 다른 글
ADHD+난독 아이에게 오디오북 괜찮을까? (3) | 2024.10.08 |
---|---|
ADHD아이를 위한 미디어 제한 방법, 1일 1시간 VS 주말에만 3시간 (3) | 2024.09.24 |
ADHD아이에게 때론 벼락치기 공부가 더 효과적인 이유 (0) | 2024.08.20 |
7살 ADHD 증상과 9살 ADHD 증상, 어떻게 다를까?(풀배터리검사 2회차!) (0) | 2024.08.13 |
반복되는 루틴의 힘이 ADHD아이를 바꾼다. (0) | 2024.07.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