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 검사로
아이의 주의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도
(참고:
ADHD진단검사, CAT검사에 대한 이야기
아이의 심리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풀 배터리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주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
보통은 ADHD라 그런 경우도 있지만
가끔 소아 우울증에 걸렸을 경우에도
주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지라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라고 했다.
아이의 기질이나
지능, 현재 심리상태에 대해
종합적인 진단이 가능한 검사라고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사실 CAT 검사를 받기 전부터 의사에게
일부러라도
풀 배터리 검사를
받게 해달라고 조를 참이기는 했다.
내 아이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데
당연히 받아보고 싶은 거 아닌가?
이런 나의 마음이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것 같은 게
요새 초등입학 전에
풀 배터리 검사를 미리 받아보고
아이의 심리상태 및 강점 및 단점을
파악해보는 엄마들이 많다고 한다.
물론 나도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풀 배터리 검사는
가볍게 볼만한 검사는 절대 아니었다.
우선 사전에
부모와 아이가 작성해야 하는
검사지의 종류가 꽤 많다.
병원 자체에서 실시하는 설문조사도 있는데
그걸 제외하더라도
아이에게 하는 질문지만 세종류,
나와 남편이 함께 작성해야 하는 질문지도
여러 종류였다.
한 질문지는
아이가 직접 자기 심리상태를
기술해야 하는 것이었는데
아직 한글을 하지 못하는 아이라
직접 읽어주고 물어보고
내가 대신 써야 하는 것이어서
아이의 심리상태를
잘 파악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1~2년에 한 번씩 다시 받는다고 하니
다음에 받을 땐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은 줄겠지.
그 이외에
아이의 심리상태에 대한 질문이나
부부 사이에 문제가 없는지 등
생각보다
치부가 노출될 일(?)이 많은 질문도 존재했다.
아이에게 훈육할 때의 태도라든가
폭력을 행사한 적은 없는지,
부부 사이에 큰 갈등 사항은 없는지가
그런 것이었다.
아이가 점점 짜증이 많아지고 떼가 늘어나면
부모의 참을성도 곧 바닥을 드러나게 마련이다.
나와 남편 역시 보살은 아니었기에
처음엔 좋은 소리로 타이르다가도
날카롭게 질책하거나
소리를 지르며 짜증을 내는 일도 종종 있었다.
대신 폭력은 사용하지 않기로
둘 다 마음먹었던 지라
그런 일이 거의 없었는데
동생에게 폭력을 사용하는 일
(밀치거나 장난감을 뺏어 때리거나)
이 잦아지면서
동생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되자
(갑자기 밀쳐서 크게 다칠 뻔 한다거나)
나나 남편도 모르게
아이의 등짝을 후려치게 되는 일이 몇 번 있었다.
그게 마음에 크게 상처가 되었던지
몇번이나 아팠고 속상했다고 이야기했기에
질문지에도 부끄럽지만
정확하게 쓰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기로
아이와 약속했다고까지 기재했다.
그 외의 질문지는
영유아 검진을 받았을 때
받는 질문의 수준 정도랄까?
하지만 양이 많다는 것이
주요한 스트레스 포인트가 되겠다.
하루 날 잡고 다 하면 되겠지... 했다가
육아의 틈바구니에서
정신없이 잊고 있다가
하루 전날 하려고 앉으면
다 못할 수도 있을 만큼의 양이라
적어도 일주일 전부터는
조금씩 조금씩 해 두는 걸 권장한다.
아이에게 질문하고
답해야 하는 내용 역시
평소에 하는 질문이 아닌 경우도 많아서
조금 여유를 가지고 진행하는 게 좋겠다.
A는
이해력이 꽤 좋은 7세였음에도 불구하고
몇번이나 상황에 대한 설명이나
단어에 대해 풀어서
해석해줘야 하는 일이 있었으므로
아이의 발달 정도를 예상해보고
엄마가 미리 공부를 좀 해서
아이와 함께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드디어 검사 날.
관련 카페를 보면
풀 배터리 검사 받는 날은
마치 수능 보는 날 같은 기분으로
표현한 엄마들이 꽤 많았다.
ADHD 진단을 받으러 가는 아이들은
다 초 저학년에서 많아봤자
사춘기 이전의 아이들인 듯해서
수능을 준비시켜본
경험이 없는 엄마들이 대부분이니
다들 수능 때도 이럴지는 지나가 봐야 알겠지만
왜 그렇게 표현하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갔다.
우선 검사 시간이 매우 길다.
ADHD 애들은
본인이 즐거워하는 거 빼곤
오랜 시간 집중하는 걸 싫어하는데
우선 좁은 검사실에서
난생처음 만난 임상심리사 선생님과
적어도 2시간 이상 앉아서
이런저런 테스트를 봐야 하므로
아이가 잘 버틸 수 있을까?
혹시 지루하거나 힘들어서
제대로 테스트를 못 하지 않을까?
그게 테스트에 영향을 줘서
아이의 원래 상태와 다른 답이 나오면 어쩌나?
(특히 지능 부분이 나오므로
혹시나 본인이 가진 능력보다
낮게 나올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하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검사실 밖에서
아이가 나올 때까지 맘을 졸이게 된다.
이미 몇십장이나 되는 검사를
다 작성해서 냈건만
아이가 직접 해야 하는 검사는 2시간이 넘고
엄마는 아이가 잘하는지
직접 보지도 못한 채
혼자 밖에서 기다리니
더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풀 배터리 검사 날에
검사 시간에 맞춰
아이 컨디션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하는
엄마들의 조언을 미리 읽어보고
나는 편안한 옷과
부담되지 않는 수준의 식사를 준비해주고
아이에게 말을 해 줬다.
"선생님이랑 방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검사를 할 거야
저번에 네가 했던
컴퓨터로 하는 검사(CAT 검사)랑 좀 다른데
그래도 생각보다 재밌을 수 있어.
그림도 그리고 그런다고 하네?
선생님이 질문하시면
A가 생각해보고 잘 대답해
정답이 없을 수도 있고
A가 생각한 게 답인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아이를 검사실에 들여보내고
2시간이 조금 넘자
아이가 지친 표정으로 나왔다.
그 이후엔 임상심리사와
엄마와의 면담이 있으므로
아이가 그 시간 동안 병원에서 혼자 있어야 했다.
이 부분이 걱정된다면
역시나 부모가 함께 가서 대기하고
아이를 케어하는 걸 추천한다.
나의 경우엔 동생을 친정 부모님께 맡기고
임상심리사와 면담할 땐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하나 보라고 허락해줬다.
다음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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