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10살이지만 약물효과가 없는 오전시간이나 늦은 오후부터 식사하는 모습은 유치원생이나 마찬가지다. 밥을 먹다가 여기저기 흘리기 십상이고 물컵은 늘 엎지르며 식탁위의 시선을 끌만한 게 있으면 그걸 보느라 밥을 잘 못 먹는다. 또한 반찬을 여러개 만들어줘도 좋아하는 것 한 두개만으로 밥을 먹어치우며 대충 빨리 먹고 재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 숟가락 가득 밥을 넣어 입에 넣다가 절반넘게 흘리기도 한다.
식사예절에 예민한 남편은 7살 즈음부터 A에게 밥 먹을 때 지켜야할 예절 들을 거의 매 식사시간 마다 알려주고 있지만 어느 순간부턴 그걸 알려주는 것 자체가 남편에게도, A에게도 스트레스가 되어 가서 조금 자제해달라고 부탁해놓은 상태이다.
조카인 중학생 J도 요새는 그나마 좀 좋아졌지만 A와 비슷한 나이때는 밥 먹고 난 자리를 치우려고 하면 한숨부터 날 정도 였다. 이유식 먹이는 간난쟁이도 아니고 밥풀이며 반찬이 늘 식탁과 바닥에 지저분하게 떨어져있었기 때문인데 A도 비슷한 지경이다. 오히려 5살 어린 동생 C가 더 깔끔하게 먹는 날이 많을 정도이니 말이다.
매일 잔소리를 해도 좋아지지 않고 지적하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 늘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약효가 없을 때 친구들이나 학원 등에서 간식을 먹고 오면 옷이나 입에 음식물을 잔뜩 뭍이고 오는 일들이 자주 생기니 그냥 놔두기도 애매하다.
도대체 ADHD아이들에겐 왜 식사시간도 즐겁기 어려울까?
1. 밥을 깨끗하게 먹기 어려운 게 ADHD때문이라고?
그냥 부모가 예절을 덜 가르쳐서, 또는 식사습관을 제대로 들이지 않아서 라고 부모욕을 하기 쉬운 부분이지만 ADHD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진짜 열심히 노력해서 가르쳐도 깨끗히 먹는 습관을 만들기 어렵다. 때려서? 혹은 강압적으로 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약효가 없는 시간에는 한 숟가락, 한 젓가락 입에 넣을 때마다 지적해야할 사항이 이어지므로 아마 아이와의 관계가 매우 나빠질 것이다.
ADHD아이가 식탁에서 하게 되는 다양한 실수들엔 사실 이유가 있다. ADHD가 아이의 식사를 방해한다고 생각해야할만큼 다양한 이유가 겹쳐져서 나타나게 되는데 A가 식탁에서 하는 몇가지 실수 들을 예로 들어보겠다.
실수 | ADHD의 증상들 | 이유 |
물컵을 자주 쓰러뜨린다. | 낮은 공간지각주의력, 충동성, 과잉행동 | 주변 사물을 인지해서 조심하게 행동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손 동작이 과하거나 컵의 위치를 인식하지 못한 채 움직일 수 있다. |
숟가락보다 밥을 많이 퍼서 먹다가 흘린다. | 자기조절 부족, 미세운동의 어려움 | 자기조절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양을 가늠하고 판단하는 능력 역시 부족하다. 손과 눈의 협응력 등도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절한 양의 음식을 숟가락에 담는 게 어려울 수 있다. |
싫어하는 반찬이 있으면 밥만 급하게 먹어치운다. | 회피행동, 충동성 | 불쾌한 감각 자극을 다루기 어려워하고 민감하게 느끼기 때문에 빨리 식사시간을 끝내고 싶은 마음에 밥만 먹어치울 수 있다. |
입 주변과 옷 등에 음식물이 묻을 것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 감각 둔감, 주의력 부족 | 먹는 행동에 집중하느라 입이나 옷 등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입이나 옷 등에 음식물이 묻었다는 감각이 둔할 수도 있다. |
식사를 늘 빨리 해우치려 하고 식사시간이 길어지면 참기 어려워한다. | 충동성, 집중력 부족 | 식사시간이 길어질수록 지루함을 느끼고 이 상황을 탈피하고 싶어서 빨리 밥을 먹어치우거나 자리에서 얌전히 못 있고 부산스러워진다. |
간식만 좋아하고 식사시간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 자기조절부족, 충동성, 회피행동 | ADHD는 도파민 부족으로 자극적인 상황에 더 끌리게 되는데 늘 반복되는 식사시간이나 음식구성은 지루함을 느끼게 되어 빨리 식사를 해치우고 더 흥미로운 간식에 집중하게 된다. |
밥먹다 자꾸 딴 짓을 하거나 불필요한 말을 너무 많이 한다. | 집중력 부족, 충동성 | 사소한 자극에도 집중력이 흩어지기 때문에 TV소리나 식탁 위의 물건 등에 관심을 뺏기기 쉽고 지루함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일방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다. |
2. ADHD와의 식사시간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부모가 해야할 일
이런 이유로 ADHD아이와의 식사시간은 즐겁기보다는 고통스러울 때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약물치료를 시작한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ADHD약물들은 식욕을 매우 떨어뜨려서 아이들이 밥 자체를 많이 안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약물이 없을 때도 식사시간이 즐거워지려면 몇가지 도움이 필요하다.
1. 주의력이 흐트러지지 않는 환경 만들기
☑️물컵은 무겁고 깨지지 않고 손잡이가 달려있는 것으로 바꾸자. 물컵의 위치도 아이가 자주 사용하는 손과 반대방향, 그리고 아이 의 식사자리에서 조금은 멀리 두는 것을 추천한다.
☑️아이 식사 자리 밑에 테이블 매트 등을 깔아 식사 후 정리를 쉽게 하고 식기 등을 떨어뜨리거나 놓치는 것을 미리 방지하자.
☑️평소 식탁을 깨끗히 치워서 아이가 밥 먹을 때 시선을 빼앗길만한 원인을 미리 제거하자.
2. 자기 조절 능력을 키워주는 훈련들
☑️숟가락 푸기 연습을 시키자. 이런것 까지 시켜야해?라고 생각하겠지만 생각없이 퍼지는 데로 푸는 경우가 많아서 알맞은 양에 대해 알려주고 그만큼만 음식물을 푸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좋다.
☑️스스로가 밥 먹는 모습이 어떤지 알게 해주는 것도 좋다. 거울을 두거나 밥 먹는 모습을 촬영해서 한 번 같이 보자. 아이도 자신이 밥 먹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충격을 받고 고치려고 마음 먹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밥 먹고, 반찬 먹고 입에 아무 것도 없을 때 또 밥 먹는 거라고 순서를 아예 정해주는 것도 괜찮다.
3. 싫어하는 반찬 대처법
☑️부담되지 않게 아주 조금씩만 주자. 이 정도는 먹을 수 있는 나이라고 응원해주는 것도 좋다.
☑️싫어하는 반찬을 과감하게 도전했을 때는 보상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위의 방법들을 사용해 자주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면 거부감이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4. 약물 복용 중이라면?
☑️약효가 없을 땐 식사를 단순하게 구성하자. 길게 먹으면 아이도 엄마도 스트레스가 쌓이니 반찬수도 줄이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게 준비하는 게 좋다.
☑️약효가 있을 땐 영양을 더 생각하자. 입맛이 없는 시간이지만 주의력은 높아지므로 안 먹던 반찬 등을 제시해서 더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돕자.
3. 답답해도 천천히, 믿어주고 기다려줘야 하는 이유
ADHD아이들은 또래 아이들에 비해 나이*0.7의 자기조절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쉽다고 한다. 10살이 되어도 7살 수준이라고 보고, 15살이 되어도 고작 10살 수준의 자기조절력을 가진다. 그렇다고 하면 초등학교 3학년이어도 7살 유치원 생 아이와 같은 자기조절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하고 그렇다면 식사시간의 실수나 지저분하게 먹는 것에 대한 것은 더 너그럽게 봐주어야하는 것이 맞다.
덩치가 커지고 학년이 올라갔어도 아이의 자기조절 능력은 그 덩치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ADHD인 것이다, 또래보다 조금씩 천천히 느리게 자라고 있고 그 변화는 지금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조금씩 아이들도 자라고 있으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더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믿고 기다려보자. 물론 약물치료를 병행하면서 말이다.
5살 둘째보다 10살 A가 더 지저분한 식탁을 보면 늘 마음이 착잡하다. 분명 작년보다는 좋아졌다는 걸 알면서도 10살, 3학년이라는 타이틀이 더 커보이기 때문이리라. 여전히 나는 아이에 대한 기대가 높고 A가 더 멀리 높이 갔으면 한다. 아이가 원하는 게 뭔지보다는 내가 원하는 아이의 상에 맞지 않는 A가 아쉽고 속상할 때가 있다. 매일 조금씩 내려놓자. 더 내려놓다보면 아이는 매일 조금씩 올라올 것이다. 그러다보면 아이와 둘이 눈높이가 맞게 되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거짓말하는 ADHD아이를 훈육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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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잘 다친다면? ADHD를 의심해봐야하는 이유.
유독 그런 아이가 있다. 같은 산길을 걷더라도 넘어져서 무릎이 늘 성한 날이 없고 멀쩡하게 걷다가 혼자만 구두 굽이 맨홀뚜껑 구멍에 빠져버리고 본의아니게 늘 몸개그를 선보이게 되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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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아이들의 잠버릇이 고약한 이유
어릴때 나는 잠버릇이 고약하기로 유명했다. 2층 침대에서 자다가 1층으로 떨어진 적도 있고 친척집에 놀러갔다가 친척 어른 얼굴에다가 다리를 올려놓고 잔 적도 있을 정도로 얌전히 자는 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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