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의 과잉행동이 날이 갈수록 과해진다. 폭력적이거나 위험하진 않지만 한자리에 가만히 있기 어려워하고 다리나 팔을 계속 움직이고 싶어하며 공부하는 순간에도 연필을 가만히 두지 못하거나 놀다가도 쇼파나 거실을 종횡무진한다. 음식점에 가서 음식이 나오는 그 짧은 시간을 기다리지 못해서 컵을 쳐서 흘리거나 젓가락을 떨어뜨리고 그릇을 놓친다. 정말 산만함의 끝을 보여주고 있어 그걸 지켜보는 내 마음도 그래서 엄마의 질책을 받는 A의 마음도 편하지가 않다.
콘서타 용량이 아직 몸무게 대비 부족하고(현재 23kg인데 콘서타 18을 쓰고 있다.) 콘서타 약효가 거의 소거되는 저녁 7시 이후쯤 외출을 하게 되면 과잉행동이 더 과해져서 요새는 어딘가를 방문할 때는 주차장에서 두발로 몇번이라도 쿵쿵 뛰고 몸을 좀 털고 들어가자고 한다. 가만히 있는 걸 힘들어하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에너지를 좀 해소해주면 낫지 않을까 싶어서다. 나름 도움이 되긴 하는데 그것도 아주 길게는 아니고 10분정도 지나면 또 몸을 어찌할 바를 몰라서 안달복달하기 시작한다.
희한하게도 메디키넷을 먹고 있을 때 약효가 거의 없는 시간에 태권도를 가면 또 자세가 그렇게 바를 수가 없다.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관장님과 사범님이라는 강력한 지도자가 지배(?)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과잉행동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카페에서 글을 봐도 사람이나 장소에 따라 adhd아이들의 문제행동이 보였다 보이지 않았다 하는 경우들이 꽤 되는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 어떤 상황이 adhd아이들의 과잉행동이 자극되는 지 미리 안다면 그 장소나 상황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공부해보기로 한다.
ADHD아이의 과잉행동을 자극하는 상황 1. 감각과부하
시끄러운 소음, 번쩍거리는 조명, 혼잡한 공간과 같이 과도한 감각 자극이 있는 환경에선 과잉행동이 과해질 수 있다고 한다. 보통 쇼핑몰이나 놀이공원, 키즈카페 등의 공간에 갔을 때 자제가 안되는 상황이 많다. 특히나 집 근처의 대형쇼핑몰을 데리고 가게 되면 아이가 거의 운동장에서 뛰는 것처럼 뛰어다니고 싶어하거나 춤을 추듯이 걸어다녀서 스트레스가 크다.
adhd아이들은 감각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일반적인 아이들보다 높다고 한다.그래서 강렬한 음악이나 밝은 조명, 기타의 강한 자극이 있는 상황에서 압도되기 쉽다. 이런 자극 자체가 불안을 유발하기도 하고 자극 자체를 대처하기 위해 민감도가 올라가다보면 과잉행동이 유발된다고 한다.
신나서 과잉행동을 한다고 보통 오해하기 쉬운데 오히려 불안이 자극되고 그걸 나름 잠재우기 위한 방법을 쓴다는 게 과잉행동으로 표현되는 식이니 아이를 다그치거나 혼내는 건 아이를 차분히 만드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이럴때는 차분한 장소로 이동하거나(서점이나 커피숍) 심호흡 등으로 아이의 민감해진 감각을 진정시키는게 필요하다. 과잉행동 자체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게 아니라면 너무 다그치기 보다는 사람이 많은 장소이므로 너의 안전이 걱정된다고 아이에게 말해주는 게 늘 더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차분한 모습을 보였을 때 그 모습이 참 멋지다고 바로 칭찬하고 그런 모습이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모습이라고 말해주면 과잉행동이 제일 빠르게 잡힌다. A같은 경우는 동생이 있기 때문에 동생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는 멋진 형!이라며 치켜세워주는 게 제일 좋았다.
그리고 보통 주말에 춥고 덥고 하는 이유로 그냥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목적없이 쇼핑몰 등을 돌아다니는 게 아이의 과잉행동을 가장 자극하는 편인듯 싶어 그 뒤부터는 우리는 목적이 있을 때만 쇼핑몰에 방문하려 한다. oo에 가서 무엇을 살꺼다라는 목표가 생기면 그나마 거기에 몰입해서 과잉행동이 좀 줄어든다.
ADHD아이의 과잉행동을 자극하는 상황 2. 편안한 집
보통 집에서는 난리부르스인데 학교가면 얌전하다는 평가를 받는 아이들이 있다. 불안은 과잉행동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과한불안은 오히려 과잉행동을 멈추게 하는 것 같다. 학교나 학원 등 선생님이 영향력이 강해서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잘 보이고 싶거나, 잘 못하면 과하게 혼나는 상황이라면(완전 극과 극의 상황이지만 이게 또 실제로는 아이에게 둘 다 강한 자극이 된다.) 과잉행동이 소거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보통 아빠가 무서우면 아빠 앞에서는 얌전하다가 아빠가 출근하시고 엄마랑만 있으면 과잉행동이 넘쳐난다거나 학교에선 괜찮은데 특정 학원가면 엉덩이가 엄청나게 가볍다거나 이런 경우, 아니면 집에서는 엄청 얌전한데 학교가면 부산스럽다고 연락이 오는 경우 이럴때보면 아이가 과잉행동을 보여주는 장소가 과잉행동이 없는 장소보다 상대적으로 편한장소일 가능성이 있다.
A는 엄마 아빠와 있을 때는 매우 자유분방하지만 선생님, 이라는 대상앞에서는 매우 얌전한 편이다. 공부를 잘하고 싶은 욕구가 과잉행동을 잠재우기도 하고 태권도 같은 경우는 사범님이 무서워서 그런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사촌형아와 있을 때라든가 외가나 친가에 방문했을 때는 워낙 아이를 이뻐해주시다보니 과잉행동이 보여진다. 약을 먹었을 때는 그나마 덜하지만 약을 안 먹은 날에는 난리법석일 정도이다.
그렇다면 집에서 과잉행동을 줄이기 위해 아이에게 엄격하게 굴어야하는게 옳을까 싶지만 adhd아이에게도 숨쉴 구멍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층간소음이나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어느정도의 과잉행동은 눈감아주면서 습관이나 규칙등은 잘 지킬 수 있도록,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켜야하는 매너는 지켜가도록 가르쳐줘야 할 것이다.
ADHD아이의 과잉행동을 자극하는 상황 3. 카페인과 수면부족
의외로 요새 아이들은 카페인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편이라고 한다. 커피를 따로 마시거나 하는 건 아니라도 초콜릿이나 코코아, 과자, 케이크, 에너지음료, 탄산음료 등에 의외로 많은 카페인이 들어있고 간식 개념으로 몇 번 먹다보면 1일 최대 섭취 권고량을 훌쩍 넘기게 된다. 카페인 섭취의 가장 큰 문제는 수면부족을 일으킨다는 것인데 adhd는 원래도 수면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고 수면부족 자체는 아이의 충동성을 자극하고 과잉행동을 늘리는 주요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카페인 자체가 주는 문제 역시 있다. 카페인은 각성과 주의를 조절하는 노르에피네프린을 포함한 신경전달물질의 방출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이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수준을 조절하는데 장애가 있는 adhd 아이들의 경우 카페인으로 인한 추가자극은 흥분을 고조시키고 과잉행동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하다.
아이가 간식 등으로 먹고 있는 카페인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학년이 높아지면서 점점 늦게 자는 경우가 많은데 각자 나이에 맞는 수면시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면 전 적어도 1시간 전에는 음식물섭취를 자제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수면에 들 수 있도록 책읽기, 이야기 등으로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집에서도 집 밖에서도 과잉행동이 이어지고 먹는 것도 마음대로 먹일 수 없는 게 adhd구나 싶어 허탈해지기도 하는데 그래도 10살이 되면 과잉행동은 많이 줄어든다고 하니(이제 12살인 조카만 봐도 정말 난리부르스를 치던 녀석인데 이제 재미있을 때 외에는 부산스러운 행동들을 거의 보이질 않고 있다. 물론 부주의한 것들은 남아있지만 말이다. 코로나시기에 두녀석을 한꺼번에 가정보육하던 상황이 있었는데 조카는 지금의 A나이였고 A는 5살이었다. 그땐 조카도 A도 adhd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시기라 둘이 난리를 칠때마다 혼내고 얌전히 좀 있으라고 질책했었다. 층간소음때문에 아랫층에서 연락도 자주 왔고 임신중이라 워낙 예민했던 시기였기도 했지만 지금 되돌아 보면 참 둘 다 모두에게 미안하다. 원해서 또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참 많이도 혼나고 혼냈기 때문이다..) 이제 길어야 2년만 참으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면 좀 참을만 해질 것 같기도 하다. 물론 A의 동생 C도 adhd가 아니라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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