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의 과잉행동은 보통 초등학교 1학년부터 2학년까지 가장 심각해지다가 3학년쯤 되면 조금씩 줄어들어서 고학년이 되면 보통은 좋아진다고 한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 말에 접어든 A는 정말 과잉행동이 많이 늘어났다. 낮에는 약을 먹고 있기 때문에 거의 보이지 않지만 오전과 약효가 사라진 늦은 오후부터는 정말 말도 안되는 과잉행동들이 부쩍 늘어나서 나의 심기를 건드리는 중이다.
집에서의 과잉행동은 보통 동생을 위험하게 하는 일들이 많고 층간소음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들이라 계속 아이를 자제시켜야만 해서 잔소리가 되기 일쑤고 외출했을 때의 과잉행동은 다른 사람들의 동선을 방해하거나 주위의 시선을 끄는 행동들이라 남에게 피해주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내 입장에서는 스트레스가 된다.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풀어내어주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하는데 겨울이다보니 그것도 참 쉽지 않아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는 중이다.
가끔보면 ADHD의 과잉행동을 보이는데도 그냥 어린 남자아이들의 과한 에너지 정도로 넘기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ADHD가 보이는 과잉행동의 종류를 미리 알게 된다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이런 비슷한 종류의 과잉행동을 보일 때 ADHD를 의심해보고 소아정신과를 찾아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하고 싶다.
ADHD 과잉행동의 종류 1. 안절부절 못함
- 끊임없이 손을 움직이거나, 발을 두드리거나, 좌석을 이동합니다.
- 예상되거나 요구되는 상황에서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습니다.
착석이 되는 경우라면 보통 ADHD를 의심하지 않는다. 나 역시 A가 착석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ADHD를 의심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수업 영상을 보고 아이가 시선을 이리저리 이동하고 손을 꼼지락 거리고 발을 흔들거나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모습을 보고 ADHD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런 안절부절 못하는 행동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학습지를 할 때 종이의 끝을 손가락으로 조금 붙잡고 앞뒤로 접거나 연필을 만지막거리거나 의자에 앉은 채로 몸을 계속 앞뒤로 살짝씩 흔들거나 하기도 하고 혓바닥으로 이빨을 긁는다던가 어려가지의 형태로 나타난다.
2. 불안함
- 적절하지 않은 경우에도 자주 서성거리거나 돌아다니는 경우.
- 움직일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앉아 있는 활동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거실에 있을 때를 생각해보자. 그냥 소파에 앉아있으면 되는데 소파 위에 앉았다가 다시 내려와서 어린이 소파로 또 옮겼다가 앉아있는 자세를 갑자기 몇번이나 고친다거나 하는 모습이 이어진다. 이건 뭔가에 몰입하기 시작하면 좀 줄어드는데 몰입의 대상을 찾지 못했을 때 자주 나타난다. 그러다가 갑자기 엄마한테 안아달라고 요구한다거나 떼를 부리기도 한다. ADHD아이들의 많은 수가 불안장애를 동반하기 때문에 불안함과 안절부절함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3. 과도한 말
- 지나치게 빠르게 말을 하며 때로는 다른 사람의 말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 대화에서 말할 차례를 기다리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데 중간에 치고 들어온다거나 질문을 던져놓고 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또 다른 말을 묻거나 한다. A의 경우에는 언어발달이 워낙 빨라서 그런가 하고 넘어갔던 부분인데 엄마아빠가 서로 대화하고 있어도 본인이 묻고 싶은 말이 있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는 그냥 막 치고 들어와서 말을 해버린다. 부모님이 말하고 있을 때는 기다려, 하고 몇번이나 말해주고 본인도 그래야하는 걸 알지만 충동성과 결합된 과잉행동인지라 그냥 막 끼어들어 말을 한다.
이런 부분은 사회성이랑도 관련이 있어서 친구들 사이에서 자기말만 하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아이로 생각될 수 있기 때문에 집에서 잘 듣고 말하는 방법을 따로 가르쳐줘야할 필요가 있다.
4. 충동적인 행동
-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행동에 참여합니다.
- 자극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을 억제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ADHD아이를 키우다보면 "도대체 왜 그랬어?"하고 많이 물어보게 되는데 보통 쓸데 없는 질문이 된다. 아이도 아무생각없이 무작정 했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8살이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가져오게 되는 결과를 당연히 안다. 지능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미라는 요소가 결합되면 결과를 완전히 잊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욕실에서 샤워기로 장난을 치다보면 욕실 휴지를 젖게 하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물을 뿌려 욕실을 물바다로 만들어버리거나, 이를 닦고나서 간식을 먹으면 안 된다는 걸 이미 알면서도 식탁에 놓인 과자를 먹어버리는 등의 행동이다.
이런 행동들은 하고 나서 해야되는 행동인지 아닌지 물어보면 명확하게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인 것을 알고 있다. 왜 그랬냐고 물어보면 "자기도 모르게 했다"라든가 "까먹었어요"라는 반응이 나오기 때문에 부모입장에서는 아이가 일부러 그랬다는 오해를 하거나 왜 아이처럼 구느냐며 질책하게 된다.
ADHD의 증상이라는 건 알지만 이럴때마다 한계에 부딪히고 아이에게 화를 내게 된다. 코로나로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한다고 혼내지 않는것처럼 증상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가주라고 보통 의사들이 이야기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지는 방법을 잘 안 알려주신다.
나같은 경우는 숨을 크게 한 3번 쉬고 엄마가 이럴땐 어떻게 해야한다고 했는지 말해준 후 아이가 스스로 대답하게 한다. 그러고 나서 다음에는 어떻게 할 지 이야기하고 치우라던가 해결할 수 있게 지도한다. 한번에 좋아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몇번씩 반복해 이런 일이 일어나고 나면 또 좀 자제를 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확실히 화를 내는 것은 해결은 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
5. 착석의 어려움
-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도 책상이나 테이블에서 자주 일어납니다.
- 계속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안절부절 못함.
학교에서는 착석에 문제가 없어도 집에서 식사하거나 공부할 때는 착석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A같은 경우도 어릴때부터 아기의자에 앉아서 식사를 가르쳤음에도 불구하고 의자에 앉아서 밥을 먹기 시작하면 이런 저런 핑계를 대서 일어나거나 다른 짓을 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공부할 때 약기운이 없으면 의자를 까닥거리고 밥 먹을 때도 온갖 핑계를 대며 일어나려고 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공부나 식사할 때 앉아서 하는 것을 몇개월 내내 연습한 결과 이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다른 과잉행동들과 달리 착석문제는 집에서 습관화만 하면 해결되기가 조금 쉬운 문제다. 식사할때는 같이 규칙을 만들어 일어나지 않는 것을 규칙으로 하고 물을 떠오거나 하는 예외적인 것만 허용하고 공부할 때는 적어도 의자에는 앉아있되 자세는 조금 너그럽게 봐주기로 하니 예전의 문제들은 거의 해결이 되었다.
6. 조용히 놀거나 일할 수 없음
- 소음을 내지 않고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 조용한 환경에서 시끄럽고 파괴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A 같은 경우는 그나마 본인이 좋아하는 행동에 과몰입 할 때(그림 그리기나 레고, 건담 조립)는 매우 조용하다. 하지만 조카 J같은 경우는 초등 저학년 시절에 무언가를 하고 놀 때 아주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놀았다. 자동차나 비행기 등을 흉내내거나 아주 듣기 싫은 하이톤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만들면서 놀아서 옆에서 지켜볼 때마다 스트레스가 좀 쌓이는 편이었다.
3번의 과도한 말과 합쳐져서 보드게임이나 공놀이 등을 할 때도 불필요한 말을 많이 쏟아내고 추임새나 항의 같은 것이 매우 시끄럽고 과한 편이었다. 뭔가 고요한 상황을 싫어하는 느낌이랄까? 일부러 빈 공간에 소리를 쏟아낸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7. 생각을 멈추기 어려움
- 통제하기 어려울 수 있는 빠르고 경주적인 생각
- 끊임없는 생각의 흐름으로 인해 한 번에 하나의 작업에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 튀어나와서 말을 멈추기 어렵기도 하고 아니면 다양한 주제에 대한 생각이 넘쳐나서 하나의 놀이를 하다가 금새 다른 놀이로 넘어가는 일들이 잦다. 그래서 레고를 하다가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다가 트램폴린을 뛰고 싶다는 흐름으로 아이의 행동이 막 바뀌어버린다.
문제는 자기방은 레고가 펼쳐져있고 식탁은 연필과 지우개가루와 종이로 엉망진창이고 거실은 읽다가 만 책들이 여기저기 펼쳐져있는 상황에서 트램폴린을 하고 싶다고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놀던것을 정리하고 다음 놀이를 하자고 제안하면 다시 그 놀이를 할 것이기 때문에 치울 수 없다고 할 때가 대부분이다.
아이 입장에서는 놀이에 대한 집중이 어려워서 다른 놀이로 전환해버리는 것이지만 동생과 함께 있는 시간에는 동생이 놀이한 공간까지 다 차지해버리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중간중간 아이와 대화를 통해 지금 당장 놀지 않을 것은 정리해달라고 요청할 수 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아이는 자신의 놀이를 방해받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반감을 가지게 된다.
보통 주말에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데 그래서 나의 경우는 자신의 방은 본인이 원할 때 치우더라고 공용공간은 놀이를 하지 않는 순간 바로 치워줄 것을 요청한다. 물론 흔쾌히 치워주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그래도 본인의 방은 스스로 원할 때 치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것 만으로도 반감이 많이 줄어든다. 그리고 엄마가 너의 놀이를 일부러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쓰는공간은 다른 사람도 배려해야하므로 치워야하는 것이고 엄마는 이것을 너에게 가르쳐야하기 때문에 말해주는 것이라고 해서 아이가 스스로 치워야할 이유를 깨닫게 만들어주려고 노력한다. 엄마가 잔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역할을 해야하므로 그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아이를 이해시키면 조금 더 수월해진다.
8. 기다리는 것을 힘들어 함
- 기다림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조바심이 생긴다.
- 대화 중이든 활동 중이든 차례대로 진행하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대화 중 끼어드는 것과도 연결이 되는데,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걸 힘들어한다. 뭐든지 본인위주, 본인이 제일 먼저 하기를 원한다. A는 학교에선 이런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데 집에서 동생과 무엇을 할 때나 엄마아빠와 할 때는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원하는 간식을 제일 먼저 받거나 엄마아빠에게 본인이 원하는 것을 요청하고 바로 응해주지 않았을 때 짜증을 낸다거나 화를 내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바로 해결해주기 어렵다고 미리 이야기를 하면 조금 낫지만 그래도 해결될 때까지 보채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부모입장에서는 좀 짜증이 나는 과잉행동이다.
9. 높은 에너지 수준
- 마치 모터로 구동되는 것처럼 끊임없이 "이동 중"입니다.
- 저녁 시간에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도 긴장을 푸는 것이 어렵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체력이 좋지? 할 정도로 진짜 끊임없이 움직인다. 예를 들면 태권도를 다녀오고 땀이 뻘뻘 젖은 채로 집에와 옷만 갈아입고 쇼핑센터를 방문해 넓은 쇼핑센터의 끝에서 끝으로 이동한다고 할 때 한번도 걷지 않는다. 내내 요새 유행하는 슬릭백마냥 콩콩 뛰고 팔을 휘두르고 동생을 놀리면서 앞뒤로 뛰어다니기 일 쑤다. 다른 사람에게 부딪힐까봐 안절부절 못하는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는 모야이다. 지하철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15분 내내 유모차를 밀고 있는 내 앞을 막았다가 앞으로 막 달려나가서 다시 나한테 되돌아오는 걸 반복하면서 집에 와 놓고도 아빠에게 심심하다며 축구를 하자고 요청할 지경이다.
그나마 잠들기 30분전에는 다 씻고 책읽기 라는 루틴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잠들기전에는 조금 차분해지는데 저녁을 먹은 후에 쉬는 시간에는 아빠나 엄마와 몸으로 놀고 싶어해서 퇴근 후의 지친 남편이 늘 피곤해한다.
태권도 사범님도 담임선생님도 도대체 A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는 거냐고 물어보시는데 메디키넷때문에 점심도 많이 안먹는 녀석이라 도대체 그 힘의 원천을 모르겠다. 그냥 ADHD의 놀라운 점이랄까..
이 에너지는 잘만 방향을 잡아주면 아이가 뭔가를 해내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특히 A는 태권도에 몰입하는 녀석이라 이 에너지 덕에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너무 과잉행동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도 드는 부분이다.
10.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
- 잠재적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위험한 활동에 참여합니다.
- 행동을 취하기 전에 행동의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4번의 충동적인 행동과 닿아있는데 이건 좀 더 위험한 행동에 가깝다. 예를 들면 철판닭갈비집에 가서 철판이 얼마나 뜨거운지 궁금해서 손을 대보다가 손끝을 덴 적도 있고 ,비가 오는 날 하교길에 돌담 사이를 지나가고 싶어서 결국 미끄러져 다리를 다쳐서오는 일 등이 해당된다. 그나마 A는 위험한 행동은 워낙 자제하도록 어릴때부터 교육시켜왔고 규칙을 지키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지만 이 충동적이면서도 위험한 행동은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과 함께 위험을 감수하는 게 더 재밌다고 느끼는 포인트가 많아지면 더 위험해지므로 사전에 아이가 위험할만한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다 싶다. 아직 가스렌지나 칼 등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적어도 4학년때까지는 절대 못하게 할 생각이다.
다만 가끔 이런 행동을 보여주는 친구가 있는데 그런게 멋지다고 생각할 까봐 걱정이다. 아이와 이 부분은 충분히 대화하고 스스로 가이드라인이 생겨날 때까지 친구관계에도 좀 신경을 써주는게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 위의 과잉행동들이 한두가지만 나타나도 엄마입장에서는 매우 피곤하고 힘들다. 하지만 ADHD아이들은 거의 저 10가지를 모두 매일 매시간 반복해서 보여준다. 화만 낸다고 아이가 좋아지거나 행동이 개선되지 않기 때문에 개선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고 상황을 피하거나 제한을 두거나 방법을 가르쳐주는 등 아이에게 맞는 다양한 해결방안을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의 성격이 그런게 아니고 아이의 증상이 이 모든 행동들을 만든다는 것을 잊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하지만 의사도 ADHD인 아이를 직접 키워보면 그렇게 말하기 어려울 지 모른다. 양육의 어려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포인트니까.
그래도 우선 아이가 일부러 그러는게 아니고 아이도 힘들다는 것을 이해하고 우리는 아이를 더 나은 사회구성원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라는 큰 목표를 잊지 않으면 조금은 수월해질지도 모르겠다. 아직 나도 제대로 된 방법을 다 찾지는 못했고 화 안내는 잔잔한 호수같은 엄마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오늘도 아이가 던지는 ADHD라는 돌멩이들이 아프고 속이 상한다.
하지만 아이도 힘들것이니까 오늘도 열심히 공부를 해보고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한다. 당신도 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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