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단약을 중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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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와 A

임의단약을 중단하다.

by 쌤쌔무 2023. 4. 27.

ADHD라 더 특별한 너

A가 임의 단약한 지 3일째,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2일째에는 전화가 없으셨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날밤 A가 열이 나는 바람에

 

아침에 병원에 들려 감기약을 먹여 보낸 상황이었다.

 

학교에서 모듬별로 역할놀이를 준비하는데

 

A가 맡고 싶은 배역은 '해설'이었고

 

모든 아이들이 맡고 싶은 배역이었던 것 같다.

 

A가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하자

 

지금 짝이자 친한 친구가 오해한 채

 

"너는 저번에도 그거 했잖아!"라고 말했고

 

한번도 해설을 해 본 적 없던 A가

 

아니라고 몇 번을 말했지만

 

그 친구는 맞다고 또 몇 번을 받아친 모양이다.

 

억울함에 화가 나기 시작한 A는

 

본인은 한 번도 해설은 한 적이 없다며

 

목소리가 커졌고

 

선생님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화를 참지 못했다고 한다.

 

화가 나도 진정하자는 선생님의 말에

 

"그래도 계속 화가 나는데 어떡해요!!"라고 외쳤다는

 

A의 말을 전하시며

 

같은 반 아이들도 많이 놀랬고

 

선생님도 힘드셨다며 다시 약을 먹여달라고 말씀하셨다.

 

 

A가 화났을 때 어떤지 나는 잘 안다.

 

목소리가 커지고 주위의 말을 잘 안 듣고

 

본인 생각만 하기 시작한다는 걸 이미 잘 안다.

 

그리고 나는 A가 어떨때 화가 나는 지도 잘 안다.

 

부당하거나 억울할 때

 

본인이 하고 싶은 걸 못하게 되었을 때인데..

 

운이 나쁘게도 화가 나는 모든 상황이 벌어졌고

 

아이는 화를 참지 못했다.

 

다른 초등학교 1학년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까진 화를 내지 않았을까?

 

억울하고 부당하다고 느끼고

 

선생님의 중재가 없었을 때

 

그정도 화를 내는 아이는 평범한걸까? 과한 걸까?

 

아니면 A가 ADHD임을 미리 밝히고

 

약도 먹지 않은 상태임을 알고 계셨기에

 

아이의 화가 더 두려운 모습으로 비춰졌을까?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A에게 약을 먹인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주는 아이로 낙인되어

 

아이의 자존감에 상처를 입게 만들기 싫다는 이유도 있었다.

 

어제의 일은 다른 아이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긴 했지만

 

아이 자체도 억울한 일이었기에

 

아이에게 다시 약을 먹여달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이해가 되면서도 속상했다.

 

친구들 사이의 갈등상황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것도

 

순간의 욱하는 화를 참지 못하는 것도

 

ADHD의 특성이면서 사회성 부족을 나타내는 것이지만

 

풀배터리검사에서 A의 사회성은 보통수준 이상이었기에

 

아이가 현재 보이는 문제점이 

 

메디키넷의 부작용인지 알고 싶어서 였는데

 

이번 일로 아이의 사회성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어떤 부분의 문제인지 확인해보는 과정에서

 

아이도 나도 상처를 입었고

 

문제가 원인을 파악하느라 시간을 지체하는 것보다는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빨리 찾아 움직이는게 더 낫겠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마음 먹는다.

 

2학기에 전학을 가게 되어

 

새로 만나는 선생님에게는 

 

절대로 A의 ADHD를 말하지 않겠다고.

 

이번 일에는 A가 화를 멈추지 못한 잘못도 크지만

 

다시 약을 복용해달라는 선생님의 말에서

 

나는 A의 모든 억울함과 답답함이

 

ADHD라는 색안경에 가려

 

제대로 해소되지 못했을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편리한 대로 빠르게 판단을 내린다.

 

그래야 모든 일을 처리하기 간편하기 때문이다.

 

그렇기때문에 선생님을 이해하지만

 

내 아이가 또 그런 식의 분류에 들어가

 

본인의 감정이나 속상함을

 

제대로 표현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역시, ADHD라 문제를 일으키는 군. 이라는

 

편견에 갇혀 학교에 다니게 만들고 싶진 않다.

 

다행히 약을 먹을 땐 분노조절이 가능하고

 

수업중에도 큰 문제가 없으니

 

이사를 가서 새 학교에 가서는 

 

ADHD라는 말은 넣어두어도 괜찮으리라.

 

결국 아이도 나도 상처만 입은 임의단약.

 

앞으로는 의사의 허락이 있는

 

주말에만 단약하고 평소에는 잘 먹이겠다.

 

그리고 다음 진료때는 사회성부분에 대해

 

의사와 논의하고 더 나은 방향에 대해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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