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학부모 상담이 끝났다.
어떤 말이 나올 지,
어떤 말을 해야할 지
남편과, 여동생과, 친정엄마와, 놀이치료선생님과
한참 고민하고 나름 계획을 짜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내 아이의 문제 앞에서
나는 늘 초보이자 새내기다.
앞선 글
아이의 ADHD, 학교에 밝혀야할까?-
https://kelly1817.tistory.com/23 에서
나는 아이의 ADHD문제를
굳이 학교에는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미 약을 먹고 있고
수업에 방해를 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해서였다.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선생님이 말씀하신 첫 마디는
"A를 본지 이제 고작 1달 반인데
제가 아이에 대해 이야기해 줄 말 보다는
부모님이 아이에 대해 해 줄 말이
더 많으실꺼라고 생각해요.
A는 제가 보기엔 이런 아이인데요..."
나의 예상과 비슷하게
A는 수업시간에 큰 무리 없이 수업을 잘 따라가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하고
모둠활동때 리더처럼 아이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아이였다.
약을 먹을 때 집에서는 불안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기 때문에
남편과 나는 A가 학교에서도 비슷하게
소극적이지만 조용히 수업을 듣는
"쭈구리" 느낌일꺼라고 예상했기에
의외의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불안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원래 본인의 성격인 주도성과 적극성이
수업시간에 잘 드러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그 뒤로 아이에 대해 선생님이 하는 말씀을 듣고
나는 A의 ADHD 약 복용 사실을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수업 중 짝과 함께 하는 활동에서
성질급한 A는 짝꿍의 속도를 배려하지 않고
빠르게 과제를 하자고 짝의 의견을 무시했다.
이 과정에서 짝도 서운함과 어려움을
선생님께 호소했고
A역시 주어진 과제를 주어진 시간에 처리해야하는데
협조하지 않는 짝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리고 20분의 쉬는 시간 동안에는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기 보다는
본인이 좋아하는 독서나 종이접기,
그림그리기 등에 열중하여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시간이
많이 부족해보인다고 하셨다.
놀이치료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아이의 사회성 부분이 떠오르면서
(사회성 치료를 권유받다. -
https://kelly1817.tistory.com/37)
선생님께 도움과 배려를 부탁드려야 할
문제점이 아직 A에게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조심스레 상담 전 지면을 통해
미리 밝히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A의 진단과정과 현재 약물복용상태,
그리고 아이가 보이는 사회성문제에 대한
이야기까지 털어놓았다.
운좋게 전체 학부모의 마지막 상담타임이라
시간에 쫓기지 않고 말씀드릴 수 있었다.
유치원때 담임선생님과 마찬가지의 반응이셨다.
전혀 ADHD인지 몰랐다는 반응.
역시 여전히 ADHD아이들은 폭력성이나 과잉행동이
주로 두드러지는 아이들을 경험해오셨던 것 같다.
유치원 때 ADHD 진단을 받은 것도
유치원에서는 아무 문제점을 못 느끼셨지만
엄마의 판단으로 진단을 받으러 간 것이고
이후 약물을 통해 조절하고 있는 부분 역시
폭력성이나 충동성보다는 주의 집중력 부분이라고
자세히 설명드렸다.
착석이나 수업 방해 등의 문제는 전혀 없고
그저 발표를 자주 못할 때 서운해 하는 것,
친구들과 어울려놀기 보다는
본인이 재밌는 활동에 몰입하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씀하셨던 선생님은
A가 ADHD라는 말에 좀 당황하신 듯 보였다.
아이가 보이는 사회성 문제들에 대해
약물 때문인지 아이의 기질때문인지
나도 남편도 놀이치료선생님도
아직 판단하기 어려웠던 시점이기에
나는 선생님께 부담스러울만한 부탁을
드려보기로 마음먹었다.
초등학교에 입학 한 뒤로
문제행동이 두드러져 ADHD진단을 받은 아이들과 달리
초등학교 입학 전에 ADHD 진단을 미리 받고
학교에 다니는 A는
약물이 없는 상태로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다.
단 하루 아이가 감기에 걸려서 약을 잊은 날이 있었는데
그때도 딱히 큰 문제는 없이 하교한 경험이 있다.
약효가 없을 때의 아이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노는 편이다.
태권도에서도 그렇고 체험활동을 하러 나갔을 때도 마찬가지다.
약이 아이의 사회성을 저해하는지
아니면 아이의 타고난 기질이나 ADHD 문제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혹시나 이게 메디키넷의 부작용이라면
약을 바꾸거나 약 용량을 조절해야 할 필요 역시
있다고 생각이 되었다.
그래서 선생님께
앞으로 1주일간 ADHD약을 복용하지 않은 채
학교에 보내겠다고 말씀드렸다.
A가 ADHD라는 것도 당황스러운데
ADHD약을 먹이지 않고 보내겠다고 하니
더 당황스러우실 선생님께
아이가 만약 단약을 한 첫 날
수업을 심각하게 방해하고
문제행동이 나타난다면
바로 이야기해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런 경우 이 단약 프로젝트는 바로 중지하고
그냥 다시 약을 먹일꺼라고.
대신 일주일간 수업에 큰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면
아이가 약을 복용하지 않았을 때
사회성에 두드러지는 문제가 있는지
친구들과는 잘 어울려 노는지를
관찰해 주십사 부탁드렸다.
선생님은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물론 부모가 해보겠다는 데
안 되겠다고 할 만큼
A가 문제행동을 보였던게 아니니
허락해주신것이리라..
물론 첫날이라도 어려운 일이 생기면
바로 전화 드릴께요! 하고
말씀하시긴 했다.
주말에는 여전히 메디키넷을 복용하지 않을 셈이니
주말부터 긴 메디키넷 단약이 시작될 것이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라
나의 불편함은 크지 않겠지만
약에 지배받지 않는 상황에서의
학교생활을 어떻게 해나갈지
나도 남편도 무척 궁금하다.
이 결과에 따라
약의 용량조절이나 교체 혹은 약물중단,
그리고 사회성치료에 대한 방향들을
A에 맞게 수정해나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아이를 잘 지켜보고
판단해봐야할 것 같다.
누구나 이런 시도가 가능하진 않을 것 같다.
우리가족의 경우는 2학기에는 다른학교로 전학을 갈 예정이고
그래서 만약 아이의 문제가 두드러져서
친구들사이에 어려운 일이 생긴다고 해서
낙인이 찍힌채로 6년을 다녀야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과감한 시도지만 한 번 해보기로 한 것이다.
"어차피 1학기니까 아이 문제점을 파악할 기회라고 보자!"
라고 했던 남편의 말이 뭔가 용기를 내보게 만들었달까..
물론 아빌리파이와 졸루푸트는 먹고 있는 것이기에
아예 약을 안 먹은 상태와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진 않을테니까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음 일주일을 잘 보내보자!
A도 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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