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앤에서 희망을 보다(ADHD/초등ADHD/빨강머리앤/마릴라/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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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와 A

빨강머리앤에서 희망을 보다(ADHD/초등ADHD/빨강머리앤/마릴라/넷플릭스)

by 쌤쌔무 2024. 5. 24.

ADHD라 더 특별한 너

 

빨강머리앤을 좋아한다. 어릴때 빨강머리앤을 볼 땐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쉴 새 없이 말을 하고 그것 때문에 마릴라 아주머니에게 혼나고 그래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는 빨강머리앤을 보면서 빨강머리앤을 응원했다.

 

얼마전부터 넷플릭스에 빨강머리앤이 올라왔다. 이미 넷플릭스에서 만든 빨강머리앤 실사화 드라마는 다 봤고 이번에 새로 올라온 것은 원작만화. 어릴때 봤던 바로 그 작품이라 올라온 날부터 열심히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초등학교 때 봤던 앤과 달리 초등학생 부모가 된 상태에서 그것도 초등 ADHD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된 상태에서 본 빨강머리앤은 완전히 달랐다.

 

어릴땐 부주의하고 수다를 멈추지 못하는 앤을 혼내는 마릴라 아주머니가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친절하게 말해도 되는데 퉁명스럽게 말을 끊는다거나 고아인 앤이 집안일을 잊고 수다를 떨거나 케이크에 감기약을 넣는 등의 실수를 할 때 너무 많이 혼낸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입장이 바뀐 채로 보는 빨강머리 앤의 앤과 마릴라는 완전 다르게 보였다.

 

빨강머리앤에서 희망을 보다 1. ADHD아이, 앤

 

앤은 분명히 ADHD이다. 수다스럽고 수다떠느라 할 일을 잊고 할 일은 잊은 채로 하고 싶은 일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일에 빠져버리면 주변 사람의 말도 잘 들리질 않는다. 자신의 감정이 늘 우선이고 화가 나거나 들뜨면 그 감정을 쉽게 가라앉히기 어려워한다. 그리고 길버트와의 에피소드로 길버트를 이기고 싶다는 감정에 휩싸이자 공부에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서 성적을 높인다. 뭘 가르치면 금새 잘 배우지만 사소한 실수 들을 반복한다. 늘 흥분되어 있고 차분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앤의 말과 행동을 아이를 한 번도 키워보지 않았던 마릴라가 감당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보통의 ADHD부모 역시 그걸 감당하기 힘들어하고 그래서 아이의 실수나 문제 앞에서 감정적으로 아이에게 잔소리나 비판을 하기 쉽다. 

 

 

 

2. 마릴라와 매튜에게 ADHD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태도를 배우다.

그러나 마릴라는 늘 현상에만 집중한다. 아이가 집안일 대신 수다를 떨고 있으면 어느정도 기다렸다가 그런 식이라면 해야할 일을 마무리 하기 어려울 것 이라고 말해주고 어른에게 버릇없이 대들었을 때도 행동이 옳지 않았다고 어른처럼 가르쳐준다. 게다가 본인의 오해로 앤에게 화를 내고 벌을 주었던 순간에는 어른답게 사과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앤에게 일반적인 소녀들보다 조금 더 규칙과 습관 등을 강조하던 모습 역시 어른이 되자 ADHD인 앤에게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되는 교육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자기 멋대로 하기 쉬운 ADHD아이들에게 꾸준히 규칙과 습관을 가르쳐주기란 힘들다. 근데 그 과정에서도 화를 심하게 내거나 하지 않고 앤의 이름을 단호하게 부르며 해야할 것을 인지 시키는 모습에서 ADHD부모가 가져야할 자세를 많이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늘 들떠있고 흥분하기 쉬운 상태의 앤에게 차분하고 규율을 중요시하는 마릴라는 앤의 ADHD적인 특성에서 생겨나는 문제점을 많이 해결해주는 듯 보인다. 나처럼 아이가 흥분할 때 같이 감정이 널뛰기치고 차분해지기 어려운 부모로써는 꼭 배우고 싶은 점이다.

 

마릴라와 매튜오라버니의 육아태도가 상반된 것도 앤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매튜는 앤에게 굉장히 수용적이다. 말 자체가 많지는 않지만 앤을 많이 아낀다. 마릴라가 좀 무뚝뚝하고 차가워서 앤의 감성적인 부분을 슬쩍 캐치해서 소매가 볼록한 옷이나 초콜릿 등 앤이 원하던 선물들도 제공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수용적이고 앤의 소원(?)을 해결해주는 매튜가 마릴라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마릴라의 육아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앤과의 문제가 생겼을 때만 조언을 아주 조금 해주는 선으로 마릴라의 육아를 지지해주며 마릴라가 너무 고집스럽게 고수하던 옷 문제에서는 앤과 마릴라 사이에서 매튜가 나서 앤의 소원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해결해주는 부분이 참 좋았다. 주양육자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하되 주양육자도 실수나 오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때 주양육자를 비판하기보다는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주양육자를 서포트하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남편과 A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보통 답답한 부분이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와 상의없이 무언가를 해버릴 때 인데 매튜는 기본적으로 주양육자인 마릴라를 전적으로 신뢰하면서도 문제가 있을 때는 조금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게 생각을 환기 시켜주는 짧은 대화 정도로 마릴라의 주양육자로서의 위치를 배려해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3. 모든 ADHD아이에게 다이애나처럼 좋은 친구가 있다면

지금까지 친구가 1명도 없는 앤에게 옆 집의 다이애나는 만나자마자 영원한 우정을 맹세하는 친구가 된다. 이런 상황을 받아주는 친구를 만난다는 설정 자체가 ADHD아이라면 성립되기 어려운 설정이지만 다이애나가 어떤 친구라는 걸 확실히 알게 해주는 에피소드였다.

 

다이애나는 수용적이고 열린 마음을 가진 아이다. 고아이고 외모가 뛰어나지도 않은 앤을 자신의 친구로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앤의 온갖 상상을 부담스러워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칭찬하며 멋지다고 생각해준다.

 

사실 앤의 상상의 친구가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느껴질만큼 ADHD성향을 가진 앤에게 다이애나는 너무 잘 맞는 친구이다. 사회성치료를 가서도 만나기 어려운 좋은 짝이랄까? 

 

ADHD아이의 특성상 자기중심적이고 쉽게 흥분하는 특성때문에 또래관계에서 친구를 만들고 깊이있는 관계를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다이애나의 수용적인 태도덕분에 앤은 학교에서도 앤 말고도 다른 또래친구와 관계를 쌓는데 큰 도움을 받고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나 에이번리에서의 삶에서 모두 긍정적인 작용을 받았다.

 

둘이 같이 퀸학원에 가서 공부하게 될 꺼라고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거나 다이애나가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는 에피소드 들에서도 앤의 불안정한 심리를 다이애나는 차분히 받아준다. 그덕에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앤이 조금 더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지 않았을까? 자신을 믿어주는 친구 하나가 주는 엄청난 큰 힘이 아닐까 싶다.

 

3. 앤처럼 커주길

빨강머리앤의 첫장면에서 앤은 11살이다. 앤이 퀸학원에 진학하게 되는 16살까지 5년간 초록지붕집에서 자라면서 처음의 정신없던 앤은 점차 차분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로 자라난다. ADHD가 자라면서 점점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처럼 앤 역시 자라면서 산만하고 부주의하고 백일몽에 빠지는 모습이 점점 사라진다.

 

아직 9살인 A는 아직 ADHD로 몇년은 더 나를 고생시킬 것이다. 하지만 마릴라처럼 감정은 뺀채로 규칙과 습관을 강조하고 매튜처럼 사랑을 듬뿍주며 다이애나처럼 믿어주는 친구가 있다면 사회의 멋진 구성원으로 자란 앤처럼 A역시 잘 자랄 수 있을 것이다.

 

후반후로 갈수록 조금 더 성숙해져서 생각이 깊어지고 공부에 힘을 써 퀸학원에 1등으로 진학하는 앤의 성장기에 나도 모르게 계속 응원을 하게 되었다. 어릴땐 이 뒷부분은 오히려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수다스럽고 산만하고 정신없는 앤의 모습이 사라져서 아쉬운 건 마릴라뿐이 아니었는데 나는 오히려 이 뒷부분덕분에 앤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나의 특별한 A도 앤처럼 부모와 친구들의 사랑과 지지를 통해 조금 더 성장하게 되길 빈다.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아이로 자라길. 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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