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학교에서 사고를 쳤습니다. 라는 전화를 받다.(초등ADHD/교실내사고/학부모상담/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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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와 A

아이가 학교에서 사고를 쳤습니다. 라는 전화를 받다.(초등ADHD/교실내사고/학부모상담/2학년)

by 쌤쌔무 2024. 4. 16.

ADHD라 더 특별한 너

평화로운 날이었다. 아이는 아침공부를 별 무리없이 수학과 영어 모두 남김없이 하고 갔고 몇일째 오후공부도 차분하게 해냈다. 저녁시간에 동생과 살짝 다툼이 있을때도 있었지만 감정의 큰 기복없이 잘 지내오던 평화롭던 날. 하교시간을 10분쯤 남기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아보니 익숙하지만 낯선 목소리. 담임선생님이셨다.

 

"A가 학교에서 사고를 쳐서요. 학교에서 한번 뵙고 싶은데 오늘 시간 괜찮으신가요?" 공손한 말투셨지만 피곤해보이고 살짝 짜증이 묻어나는 선생님의 말에 바로 편하신 시간이 언제 신지 묻고 약속을 잡았다.

 

 

 

아이가 오기까지 10분동안 아이가 친 사고가 무엇일지, 아이가 일부러 그런건 아닌지, 어떤 일인지 왜 선생님께 되묻지 않았는지 나를 자책하며 아이에게 화를 내지 말고 차분히 물어보자고 터질것 같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도어락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와 함께 아이가 들어왔다. 차분한 목소리로 선생님께 네가 사고를 쳤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무슨 일인지 말해줄 수 있을지 물어봤다. 아이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자기가 친 사고에 대해 털어놨다.

 

학교에서 자를 가지고 놀다 옆자리 친구 얼굴을 다치게 만들었다는 것. 아침부터 그런 친구들이 있어서 선생님이 자를 가지고 놀지 말라고 하셨었는데 그걸 기억 못하고 그 친구들과 같이 가지고 놀다가 결국 옆자리에 있던 여자친구의 얼굴을 다치게 했다고 했다. 얼마나 다쳤는지 물어보니 엄지손톱 정도라고 표현했고 피가 났는지 물어보니 그렇진 않다고 했다.

 

선생님 말씀을 듣지 않고 위험한 장난을 친 것에 대해 아이에게 잘못한 일이라고 말해주고 친구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했는지 물었다. 친구가 보건실에 다녀와서 사과를 했고 친구도 괜찮다고 했다곤 했지만 아무래도 여자친구고 얼굴이라고 생각해보니 심각한 일인 것 같았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두고 학교에 갔다. 선생님을 만나자마자 크게 다칠 수도 있었던 상황인데 운이 좋았다며 그래도 흉이 질 수도 있으니 병원비나 치료비는 예상하시는게 낫다는 조언을 주셨다. 비용은 당연히 다 저희가 책임지겠다고 말씀드리고 아이의 얼굴이 다친 모습을 사진으로 보니 붉은 기가 꽤 깊어 보여서 죄송스런 맘 뿐이었다.

 

이런 일도 있고 궁금한 것도 있어서 오시라고 했다고 했다. 아이가 가끔 수업중에 해야할 일 등에 대해 뒷북을 치는 일들이 종종 있고 오늘 같은 일도 오전에 이미 하지 말라고 했던 사안인데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는 태도를 보셨다고, 뭐 사실 아이들이 2학년이다보니 그럴 수도 있다 싶지만 오늘 이런 일로 오신김에 물어보고 싶었다고 하셨다.

 

혹시 A의 ADHD에 대해 알고 계시는 건 아닌가 오히려 궁금했다고 말씀드리니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하셨다. 아이가 지금 약을 변경해서 원래보다 조금 약효가 적은 것 같다고 1학년 1학기때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1학년 2학기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2학년때부터 약이 바뀐것이니 다시 의사와 상담해서 약을 맞추겠다고 말씀드렸다.

 

사실 A가 ADHD라는 사실을 말씀해주시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것이라고, 다만 학년이 지나고 나서 궁금했을 꺼라고 말씀하셨다. 잘 하는데 가끔 의아한 점들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A는 ADHD뿐 아니라 가벼운 난독이 있어서 수학문제의 서술형 문제는 어려워하고 작업기억이 낮아서 모둠별로 참여하는 스피드 게임 같은데서 좀 어려움을 겪는 다는 이야기를 해드렸다. 앞으로 그런 부분은 미리 알고 있으니 참고하시겠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오히려 상담의 기회를 얻게 되어서 다행인가 싶어졌다.

 

덤으로 아이의 과잉행동이 약으로 조금 낮춰져있긴 하지만 교실에서만 놀아야하는 분위기가 있다보니 아이의 행동이 교실 내에선 좀 과하게 표현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봄이라 추위나 황사 등 상황을 고려해서 외부활동을 조금 더 높이실 예정이라고 말씀해주셔서 마음이 놓였다.

 

 

아무래도 학부모상담이 의무가 아니다보니 A같이 ADHD증상을 보이는 같은반 친구들이 서너명 이상 있는 것 같다고 하시고 여자친구들은 예민한 편이라 선생님이 많이 힘드신 것 같아 보였다. 확실히 약을 좀 더 맞춰야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상담을 마치자마자 소아정신과 예약부터 새로 잡았다. 1달은 더 있어야 하지만 그래도 가는게 맞겠지.

 

상담을 마치고 집에 와서 A에게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되니 교실에선 조금 더 차분하게 있자고 그리고 다음부터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규칙들은 집중해서 지켜보자고 이야기했다.

 

그러고 하루가 지났다. A를 등교시키고 둘째를 등원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뒤늦게 생각이 들었다. 다친 친구 부모님께선 얼마나 속상하실까 하는 생각. 우리 아이 뒷수습하는 것만 생각하고 다친 아이의 마음과 다친 아이 부모님의 마음은 완전 잊고 있었다.

 

부랴부랴 편지지와 가방을 사고 하원한 A와 다친 친구에게 마음을 전할 선물과 편지를 준비했다. 나 역시 다친 친구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썼다. 다음날 아침 잊지말고 다친 친구에게 전달하고 앞으로 친구를 잘 챙겨주라고 다짐을 받았다.

 

그날 오후 친구는 선물을 잘 받았는지 물어보니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라는 말과 함께 웃으며 선물을 받아줬다고 A는 말했다. 그리고 늦은 저녁 다친 아이 부모님께 장문의 문자가 왔다. "속상한 마음이 컸었는데 A의 선물과 편지에 마음이 많이 풀렸어요"라는 메시지에 감사하다고 다시 답을 드렸다. 다행히 다친 아이는 흉은 지지 않을 것 같는 소식도 함께 받았다.

 

내 아이가 누군가를 다치게 해서 사고를 쳤다는 전화를 받을 꺼라고 생각을 못했다. 폭력성이 없고 착석도 잘 되고 수업에 집중도 잘 하는 아이고 약물치료도 하고 있으니 괜찮을꺼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이번에는 참 운이 좋았던게 아닐까 싶고 또 이런 일이 일어날까봐 두렵다. 

 

그나마 이런 기회로 자신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걸 아이가 한 번 배운게 다행이다 싶고, 나 역시 이번 기회에 선생님께 아이의 상태를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고, 본인이 저지른 잘못을 어떻게 해결하는 게 옳은지 역시 가르칠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ADHD아이를 키우는 일은 매일이 도전이고 매일이 고난이다. 평화롭다가도 태풍이 찾아오고 태풍이 부는 데도 또 아이는 태풍의 눈에 앉아있는 것 마냥 평온할 때도 있고 보는 맘에 더 큰 태풍이 불기도 한다. 하지만 태풍이 불때마다 다음 태풍을 대비하고 왜 태풍이 일어났는지 분석하려 한다. 그러다보면 태풍이 일어나기 전에 잔잔한 바람상태로 가볍게 지나가는 일이 자주 생겨나지 않을까? 그랬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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