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에서 9살로 넘어가면서 A는 인터넷 강의로 영어와 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7살때 1년 내내 수업했던 스마트패드를 활용한 [0크] 수업은 한글도 못 떼고 수학이나 영어 역시 별 효과를 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새로 시작한 인터넷 강의들로는 아이가 눈에 띌 정도의 효과를 보고 있는 중이다. 어떤 방식으로 공부해야하는지, 그리고 7세때와 어떤 점이 달라져서 인강의 효과가 생겨났는지 정리해보겠다.
초등 ADHD아이의 공부:인강(인터넷강의) 제대로 효과보기 1. 약물효과
7세때는 아직 진단을 받기 전이었기 때문에 지금 복용중인 콘서타나 메디키넷의 효과 없이 아이 스스로 집중력을 가질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며 공부를 했었다. 엉덩이는 가벼웠고 10분도 안되는 수업 내용은 그냥 TV애니메이션 보듯이 흘러갔다. 의사 역시 ADHD아이에게 스마트패드 공부는 그냥 TV보는거나 다름없다고 한글공부는 스마트패드가 아닌 엄마가 붙들고 1:1로 공부시키거나 공부방 등 1:1 수업방식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약물 복용 후의 아이는 조금 더 집중하는 기분이 든다. 콘서타를 약하게 쓰고 있기 때문에 자세는 조금 엉망이 될 순 있지만 그래도 수업의 내용을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이 확실하게 든다. 약물없이 수업을 듣게 한 적이 몇 번 있는데 확실히 약물복용 후와 비교해보면 아쉬운 느낌이 강했다.
인강 뿐 아니라 학원수업, 엄마표수업 모두 약물복용 후 하는게 제일 피드백도 좋고 효과도 좋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ADHD아이들의 낮은 주의력은 아이들 탓이 아니기 때문에 집중력과 주의력이 필요한 공부를 할 때라면 아이도 엄마도 마음편히 몰입할 수 있도록 약물복용 후 시간을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2. 아이에게 주도권 쥐어주고, 지켜보기
인터넷 강의를 시작한 초반에는 아이와 함께 바짝 붙어앉아서 선생님의 말씀을 잘 따라가고 있는지 계속 체크했다. 아이는 수업에 집중하긴 했지만 따라해야하는 부분이나 답을 말해야하는 부분에선 틀릴까봐 나의 눈치를 보느라 오히려 집중을 하지 못했다. 특히나 영어를 듣고 따라하는 부분에서는 본인이 영어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스트레스 받아하는 포인트가 있어서인지 더 눈치를 보고 발음이 잘 되지 않을때는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다 아이에게 주도권을 주고 조금 떨어져있기로 마음 먹었다. 영어인강의 경우 혼자 듣고 발음을 따라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어서 아이는 식탁에서 수업을 듣고 나는 소파에 앉아있다가 아이가 발음하기 어려워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때만 발음을 수정해주거나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바꾸고 나니 아이 스스로 오히려 몰입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ADHD아이들은 작은 변화나 소음, 주변 사람들의 행동에도 쉽게 영향을 받고 주의력이 흐트러진다. 그렇기때문에 엄마의 도움 역시 아이에겐 방해가 되기 쉽다. 아이에게 주도권을 주고 스스로 수업에 몰입하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아이에게 온전히 맡겨놓고 손을 놓는 것은 비추천이다. 말그대로 주의력이 높지 않기 때문에 아이의 방에서 혼자 수업을 받으라고 하면 아이는 집중하지 않고 수업의 내용을 놓치게 되는 일이 잦아진다. 거실이나 식탁 등 아이와 장소를 공유하면서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의 복잡해보이는 사물들을 정리하고 엄마가 언제나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가까운 곳에서 아이의 수업을 지켜보는 게 아이의 집중을 놓치지 않고 수업에 몰입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다.
3. 약간 심심하지만 집중될 수 있는 컨텐츠
아이가 지금 듣고 있는 인강은 2종류인데 하나는 창의력수학 컨텐츠로 수학의 개념이 약했던 나의 전철을 밟지 않게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다. 시작이 조금 늦은 터라 지금은 7~8세 내용을 수업받고 있는데 1학년때 놓쳤던 수개념을 다시 제대로 이해하게 되어 만족스럽다. 매회 개념에 대한 질문을 하고 개념에 대한 설명을 7분 정도 영상으로 보고 문제를 풀어보고 첫번째에 했던 개념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아보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회당 직접 풀 수 있는 5문제 정도로 구성된 학습지 역시 제공 된다. 호기심은 높고 집중력은 낮은 아이에게 처음에 개념에 대한 질문으로 호기심을 주게 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영상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아이에게 잘 맞는 다고 생각된다. 1학년 내용이지만 창의력수학이다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을 알게 되어 아이의 호기심이 충족되는데 문제의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아 아이가 자신감있게 기초를 다질 수 있어 만족스럽다.
사실 컨텐츠의 수준이 ADHD아이들에겐 좀 중요한데 너무 화려하면 내용보다는 영상에 빠져서 수업이 기억 안나는 상황이 종종 일어나고 너무 지루하면 아이의 집중력을 붙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과목 학습이 가능한 스마트패드 들도 다양하게 체험해보았지만 아이가 확실히 효과를 본다고 느껴지는 학습방식을 만나지 못한 것이 ADHD아이들에겐 너무 화려한 편이다.
특히나 영어에서 그걸 느끼는데 아이가 듣고 있는 영어컨텐츠는 선생님이 직접 강의하는 방식+개념들만 심플한 애니메이션 또는 사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게 요새 영어 수업하는 컨텐츠들에 비해서는 매우 소박한(?)타입인데 영어 자체가 아직 어렵고 익숙하지 않은 아이에겐 오히려 이 부분이 더 차분하게 영어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 같았다. 7세 이하의 ADHD가 없는 아이라면 화려한 영상과 노래 등으로 영어를 쉽게 체득할 수 있겠지만 ADHD가 있고 8세가 넘은 A에게는 이런 차분한 강의 스타일의 컨텐츠가 더 맞았다. 듣고 따라하는 과정이 정확하게 분리되어 있는 것 역시 ADHD아이에게 더 맞는 방식인것 같다. 챈트 형식으로 따라하는 방식을 몇번 시도해보았는데 노래의 음가와 영어발음을 동시에 익혀서 입으로 내뱉는게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지금 하는 영어컨텐츠는 챈트는 없고 선생님이 발음하면 그대로 따라해보는 심플한 방식이라 ADHD를 가진 아이의 집중력을 그대로 유지시킨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 미디어 시간 제한
인강을 하다보면 아이들의 미디어 시간이 늘어난다. 학년이 오르면서 미디어 시간이 조금 늘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인강을 포함해서 1일 1시간 30분이 넘지 않도록 조절중이다. 주말에는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영화를 보거나 할 때도 최대한 2시간을 넘지 않도록 미디어 시간을 제한한다.
A는 처음부터 미디어 시간이 1시간이었기 때문에 인터넷 강의를 추가하는 것을 오히려 반겨하긴 했다. 본인이 미디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A와 달리 처음부터 미디어 제한 시간이 2시간이 넘는 경우라면 인강시간을 미디어제한 시간 안에 포함시켜 아이의 미디어시간의 총량을 조절해주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보통 인강을 들은 것은 공부이므로 미디어 시간에서 빼곤 하는데 그렇게 하면 아이의 미디어 총량이 너무 늘어나고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루에 쇼츠만 11시간씩 보는게 당연해지는 시점이라고 9세 아이에게 미디어시간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ADHD가 있는 A같은 아이들은 아마 정말 쇼츠중독에 걸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ADHD아이들은 또래에 비해 충동성과 자기조절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아이의 영상중독, 스마트폰 중독, 유튜브 중독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디어를 통해 공부를 시키는 시간 역시 미디어 제한 시간 안에 포함해야 된다.
A주변을 둘러봐도 가정에서 미디어 제한시간을 둔 아이들과 미디어 제한이 없는 아이들은 말투나 어른에 대한 예의등이 조금 아쉬운 경우가 많다. 내가 만나본 아이들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부모님이 미디어 제한을 둔다는 것 자체가 아이에 대한 교육의 고삐를 제대로 쥐고 있다는 뜻과 비슷해보기때문이다.
물론 영어도 수학도 엄마표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인강만으로 아이가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하긴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아이의 실력을 테스트해보거나 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ADHD라 집중력이 약하고 지루한 것을 참기 어려워하는 아이가 스스로 집중하며 인강에 즐겁게 몰입하는 것 만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느껴진다.
아이마다 맞는 공부방식이 다르듯 ADHD아이들에게는 ADHD아이들에게 맞는 공부방식이 따로 있는 것 같다. 너무 화려하지 않고 몰입감있는 콘텐츠와 주도권을 아이에게 쥐어주고 한 발 물러서 지켜보는 엄마, 적절한 미디어 시간 제한, 그리고 약물효과가 어우러진다면 인강이어도 ADHD아이의 공부를 돕는 좋은 방식이 될 수 있어보인다.
엄마표 공부를 시작한지 1년 반이 되어 간다. 1:1 스파르타 식으로 하던 공부를 2학년을 대비하면서 아이가 해야할 양을 정해두고 아이가 해치우는(?) 방식으로 바꿔나가는 중이다. 새로 가르쳐줘야하는 개념이 있는 부분은 집어주고 알려주고 그 뒤의 문제풀이들은 혼자하는 방식이다. 어차피 공부는 혼자 해야하는 것. 자기주도형 공부방식에 개념을 잡아주는 인터넷 강의는 피할 수 없는 트렌드같다. ADHD아이들에게 인강이 무조건 맞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지 쉽겠지만 그건 7세 이전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자. 약물과 좋은 컨텐츠, 아이의 주도권 세 박자만 맞는다면(미디어 시간 제한 역시 포함되지만) 저렴한 비용과 적은 수고로 아이에게 나름 괜찮은 공부방식을 선물해줄 수 있으니까.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을 도전해보고 내 아이가 더 반짝반짝 빛나는 특별한 아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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