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발달장애와 달리 ADHD는 실비의 혜택을 보기 어려운 질병이다. 자폐나 다른 발달 장애의 경우 요새 시끄러워지긴 했지만 실비 처리가 되는 경우가 많고 부모들의 니즈를 모두 채우기엔 역부족이라기는 하나, 나라의 혜택이나 지원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ADHD의 경우 내가 소개했던(https://kelly1817.com/160_ADHD치료비와 진단비 지원 받는 방법) 외에는 딱히 지원이 없고 이 역시 소아정신과에 방문해서 받게 되는 진단검사에 대한 비용와 진료비, 치료에 필요한 약값 정도가 지원의 전부이다.
ADHD의 치료 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이 약물이기 때문에 우선 약물로 치료를 하면 아이의 문제가 꽤 소거되긴 하지만 약물 자체가 24시간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고 ADHD로 인한 다양한 문제행동 들이 아이의 심리상태나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심각하게 만드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부모입장에선 약물로만 접근하기엔 좀 아쉬운 느낌이 있다.
그리고 의사와 진료상담을 하다보면 부모상담이나 놀이치료, 사회성 그룹 치료 등을 제안 받을 때가 많은데 병원 진료보다 심리적 절벽이 높은 경우가 많다. 믿을 만한 심리치료사를 찾는 것도 어렵고 일주일에 1~2회 정도의 40분 상담을 받아야하는데 아이의 스케쥴과 부모의 스케쥴을 모두 맞춰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심리발달센터가 동네 태권도 학원이나 피아노 학원처럼 동네마다 있는 것도 아니고(그나마 요새 많아지기는 했다.) 있다한들 우선 내 아이의 문제와 잘 맞는 심리치료사를 찾는 것은 거의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심리검사서를 들고 가도 종이에 적혀있는 몇가지의 단어로 아이의 어려움을 완벽히 파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아이의 성향과 치료사의 방향이 잘 맞지 않으면 비싼 비용을 들여도 그 효과를 보기 어렵다.
하지만 놀이치료나 사회성 치료는 ADHD아이가 약물치료와 병행했을 때 그 효과가 훨씬 좋다고 한다. 약물로 집중력을 높이고 부산스러운 행동들을 잠잠하게 했다 하더라도 약물 치료 전에 이미 생겼던 마음의 상처나 자존감 저하, 그리고 악화된 친구 관계 등을 놀이치료나 사회성 치료를 통해 스스로의 문제점을 들여다보며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여주게 되면 약물치료만 했을 때보다 훨씬 아이의 개선이 빠르게 눈에 보인다고 한다.
이 부분은 나 역시 공감하는 포인트인게 약물치료 전에 놀이치료를 먼저 시작하고 그 다음 약물치료, 사회성 치료의 순으로 치료를 확장한 A의 경우 현재 친구들과 갈등상황에서 감정을 조절할 줄 안다. 약물의 효과가 없는 시간인데도 자신이 어떻게 양보를 해야하며 감정을 눌러야하는 지 알고 스스로 조율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늦게 약물치료를 시작한 조카 J의 경우에는 약물의 효과를 오직 공부할 때만 느낀다. 약을 먹은 후 공부에 집중하는 부분이 확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기 어려워하고 갈등상황에서 본인의 욕구가 제일 먼저 올라온다. 약효가 더 긴 콘서타를 복용하지만 여전하다. A와 J의 증상과 나이가 다르기 때문에 그 효과 역시도 다를 수 있겠지만 A의 놀이치료 선생님께 문의를 한 결과 J처럼 약물만 치료하는 것보다 A처럼 약물과 병행해서 다른 치료들을 함께 했을 때 치료의 속도가 더 빨라져서 아이의 개선이 더 눈에 띄게 올라온다고 하셨다.
하지만 역시나 모든 것은 비용의 문제. 나 같은 경우는 복지관에서 놀이치료과 사회성 치료를 1타임 당 4만원에 받고 있다. 한달에 32만원이라는 비용이 부담이 될 때도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3만원이라 그나마 치료 2개를 해도 부담이 덜했지만 시간당 만 원 씩 오르면서 훅 부담이 커졌고 이제 곧 2학년이 될 것 이고 시간 자체도 많은 이유도 있지만(주 5회 태권도를 다니고 놀이와 사회성치료는 하루에 한꺼번에 받고 있다.) 아이의 심리가 많이 안정되었고 이제 친구에 대한 배려나 조율을 알고 본인이 친구관계에서 어떻게 해야하는 지 좀 깨달은 것 같아 12월 쯤 되면 종결할 예정이다.
이제 5학년, 곧 6학년이 되는 J는 외부에서 사회성치료를 받아보려고 비용을 알아보는 중인데 역시 복지관과 외부기관과는 가격 차이가 꽤 된다. 이 동네에 꽤 유명하다는 소아과에서 운영하는 발달심리센터는 1타임당 10만원을 불렀고 프리랜서 개념으로 하는 심리치료사는 회당 6만원을 불렀다고 한다. 다만 아이를 파악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치료를 시작하기전 한 번 가지게 되는 미팅을 소아과에서는 무료로 말했지만 프리랜서 심리치료사는 12만원을 불렀다고 하니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보통은 6~10만원 정도가 1타임 가격이고 1타임은 보통 50분으로 잡혀있다. 40분은 아이와 치료를 하고 10분정도 부모와 치료의 결과과 방향, 문제점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시간으로 사용한다. 치료사의 능력에 따라 아이의 개선도 꽤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어서 어디가 좋다, 나쁘다 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나와 같이 복지관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도 망설이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심리치료사 분들은 보통 프리랜서 개념으로 일하는 경우들이 꽤 되어서 발달센터와 복지관을 병행해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복지관이라고 실력이 부족한 심리치료사가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A의 심리치료사선생님은 복지관에서 A를 봐주시지만 위에서 말한 유명하다는 소아과의 발달심리센터에서도 심리치료를 하신다. 비용 차이가 2배가 넘지만 복지관은 운영비용이나 홍보비용을 빼지않고 그대로 심리치료사에게 지급하고 발달센터는 중간 마진이랄까? 하는 부분을 빼기 때문이라고 한다.(복지관 담당자 피셜로 들은 이야기이다.)
다만 복지관은 대기가 긴 편이 많으니 아이가 ADHD로 의심된다면 우선 주변의 복지관 등에 심리센터가 있는 지 미리 확인하고 대기를 걸어놓는 것을 추천한다. 어차피 소아정신과도 대기가 길기 때문에 둘 다 대기를 걸어놓으면 비슷한 시기에 치료를 병행할 수 있을 것이다.
놀이치료나 사회성 치료만으로는 ADHD가 있는 아이의 문제행동을 100프로 수정하기 어렵다. 안경 없이 아이에게 책을 혼자 읽으라며 조명을 밝게만 켜주는 것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ADHD는 아이가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질환이기 때문에 소아정신과에서 다양한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고 약물로 치료를 하는 것이 제일 제대로된 치료방법이다.
하지만 약물치료와 함께 놀이치료나 부족한 사회성을 채워주는 사회성 치료를 병행한다면 아이는 심리적인 안정과 지지를 받으며 사회를 살아갈 다양한 스킬을 습득할 수 있고 부모는 10분간의 상담을 통해 내 아이에 대해 더 정확히 알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아이의 어려움을 더 쉽게 발견하고 도와줄 수 있게 된다.
개인적으로 놀이치료와 사회성 치료를 시작하고 제일 좋았던 건 아이의 변화가 아니라 내 심리적인 안정이었다. 아이의 문제는 나와 가족에게 미치는 피해라고 생각했었는데 선생님이 아이를 바라보고 알게된 점을 알려주시고 조언해주신 개선할 점을 집에와서 적용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문제는 아이 혼자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아이를 이해하지 못했던 나와의 상호작용에서 생겨난 것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려움이 있을 때 그 부분에 대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아이가 ADHD가 있다는 사실을 주위에 크게 알리기 싶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군다나 큰 도움이 되었다.
약물치료와 함께 놀이치료, 사회성 치료 등을 시작하라. 아이는 빠르게 안정을 찾을 것이다. 물론 중간중간 원상복귀가 되는 듯 싶어 답답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심리치료사 선생님이 방향을 알려줄 것이다. 3달에 한 번 만나는 의사보다 때론 매주 만나는 심리치료사 선생님이 더 도움이 되는 이유다. 엄마의 마음도 다잡아 줄 좋은 심리치료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길 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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