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과 A 그리고 AD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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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와 A

긴 여행과 A 그리고 ADHD

by 쌤쌔무 2023. 8. 17.

ADHD라 더 특별한 너

거의 보름 가까이 블로그에 글을 쓰지 못하였다.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이야기들이 너무 시끄럽기도 했고, 이사와 여름휴가가 겹쳐 정신이 없기도 했기 때문이다.

 

A가 ADHD 진단을 받은 이후 일주일 가량되는 장기적인 여행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아이와 보내게 될 시간이 어떤 색깔을 띄게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게다가 남편은 후발대로 합류하고 나혼자 둘째 C, 동생네 부부와 조카 J까지 함께 하는 여행이었으므로 영유아 2명에 ADHD아이 두 명을 동반한 여행이 된 셈이라 더더욱 그랬다. 

 

ADHD아이와 여행은 신경쓸 일도 많고 피곤하다. 오전 약과 오후 약을 다르게 쓰는 A는 약 먹이는 시간을 고려해서 늘 약을 들고 다녀야했고 점심은 잘 안 먹기 때문에 그나마 먹고 싶어하는 음식을 고르기 위해 고민했다. 게다가 두 명의 ADHD아이가 다른 약을 먹고 있어서 더 복잡했다. 오전에 메디키넷 기운이 있을 때는 불안해하지 않을만한 차분한 여행지를 고르려고 애를 썼고 오후에 원래 상태일 때는 좀 더 액티비티한 여행지를 골라넣었다.  

 

 

나름 철저히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난관이 시작되었다. 이미 오전에 먹은 메디키넷의 기운이 다 사라져버린 시간에 J와 A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파는 상점이 바로 앞에 떡하니 있었고 보자마자 무엇이든 하나 사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성에 사로집힌 A는 저게 정말 필요하다고, 여행의 기념이 될거라며 자신이 나를 설득할 수 있을 법한 모든 단어를 총동원하여 인형을 사달라고 졸라댔다.

 

일주일이나 되는 여행이 시작도 되기전에 인형을 산다면 여행 내내 신경써야할 일도 많을 것이고 딱히 평소에 가지고 싶어하던 제품도 아니었던지라 아이를 자제시키고 겨우 이동할 수 있었다. 물론 자제시키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고 말았고 아이 역시 눈물바람을 했다. 그래도 사지 않고 참았다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엄청나게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일정들은 그래도 원활하게 이어졌다. 몇일 있다 온 아빠의 등장에 매우 흥분하였고 중간중간 약은 상태여서 차를 오래 타거나 낯선 곳에 가는 것을 좀 스트레스받아하기는 했지만 메디키넷을 평소보다 조금 덜 먹였기 때문에 평소에 단약하지 않을 때 낯선 곳에 가는 상황과 비교하면 그래도 잘 즐겼던 것 같다.

 

하지만 약기운이 원래 없는 저녁때 체험활동을 하게 되었을 땐 매우 힘들었다. 커다란 테마파크를 돌아다닌 체험이었는데 체험 시작 전에 공모양의 등불을 판매해서 들고 다니면서 그 등불로 이런 저런 체험을 할 수 있는 지라 일부러 A와 조카 J, 동생 C의 공까지 모두 구매를 해서 체험을 시작했다.

 

중간에 너무 늦은 시간이라 잠든 C를 남편이 안고 언덕처럼 이어진 곳을 어두운 상태에서 한참 올라가야하고 있었는데 공에 달린 고리가 빠져버리고 말았다. 쉽게 빠지기 때문에 흔들거나 휘두르지 말라고 판매할 때 주의하라고 이야기해주셔서 A에게도 말해뒀던 부분인데 흥분한 아이가 열심히 공에 메여있는 줄을 들고 빙빙 돌리다가 고리가 빠진 것이었다.

 

빠진 고리는 깜깜한 밤에 찾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하는 A를 보고 남편은 잠든 동생 C의 등불을 주라고 했고 나는 잃어버린 것도 본인의 몫이니 책임져야한다고 하면서 서로 대립했고 남편은 동생C를 안고 결국 주차장으로 돌아갔고 나는 A와 함께 나머지 체험을 마무리하려고 다시 어두운 밤길을 걷기 시작했다. 

 

자신의 공이 망가진것에 꽂혀버린 A는 공을 새로 사야한다고 계속 떼를 부렸고 아니면 고리라도 지금 바로 있어야한다고 우겼다. 여름 밤은 여전히 더웠고 산길은 어두웠고 아이가 다칠수도 있는 상황이라 예민해졌으며 큰 돈을 주고  온 체험장에서 겨우 저 공 하나로 모든 상황이 망쳐진 것이 너무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주차장으로 돌아간 남편은 원망스러웠다.

 

아름다운 조명으로 꾸며진 신비로운 숲은 하나도 즐기지 못한 채 A와 나의 체험은 그렇게 끝이 났고 나는 A에게 이런 체험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졌다고 말해버렸다. 30분이 넘는 체험 시간 내내 떼를 부린 행동도 실망스러웠고 엄마가 준비한 여행의 소중함을 모르는 태도도 맘에 들지 않다고 날선 말들을 아이에게 쏟아냈다. 결국 아이는 울었고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차로 돌아왔다. 남편은 여전히 아이가 울고 있는 게 모두 처음에 C의 공을 A에게 주지 않아서라고 말했고 나는 정말 폭발할 것 같은 감정을 쓰레기봉투에 욱여넣듯이 꾹꾹 참으며 숙소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그렇게 야간 체험은 A도 나도 남편도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 되어버렸다.

 

약기운이 없고 충동성이 높은 A의 본 모습은 이런거였구나. 나는 그런 A의 모습을 스스로 감당하기 어렵구나. 남편 역시 마찬가지구나. 아주 뼈져리게 알게된 밤이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밤에선 그렇게 크게 부곽되지 않았던 A의 충동성은 늘 야외나 낯선 상황, 여행 등에서는 훨씬 커져버린다. 지금 이 상황이 다시 생겨나기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하니 하고 싶고 가지고 싶은 이런 충동성이 더 자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나마 그 뒤로 이어진 일정들에서는 그 밤에서의 일을 교훈 삼아 미리 언질을 주고 아이 역시 엄마 아빠의 대립을 통해 본인의 행동이 어떤 일들로 이어지는 지를 경험해봐서 인지 나름의 자제력을 보여주기는 했다.

 

나는 약기운이 없었을 때의 에너지넘치고 도전적이며 자유분방한 A의 모습을 사랑한다. 하지만 충동적이고 떼를 부리며 무엇이든 사고 싶어서 안달복달해하는 A는 부담스럽다. 나는 여전히 예쁜 말, 고운 말로 A의 충동성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아니, 그런 방법이 있는지나 모르겠다. 그저 메디키넷의 효과가 있는 시간에 소심하고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A와 체험을 다녀야하는 건지.. 

 

*메디키넷을 먹는 A는 4시쯤이면 이미 약기운이 풀려서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콘서타를 먹는 J는 그 시간 때는 제일 예민할 시간이라 4시만 되면 둘이 미친듯이 싸워대느라 여행의 오후시간은 늘 피곤한 편이었다. A는 형아와 놀고 싶어했고 J 는 그 시간엔 늘 조용히 있고 싶어해서 둘 사이를 조율하느라 동생과 나는 늘 골치가 아팠다. 하지만 저녁시간에는 J와 A도 평소의 모습이어서 매우 시끄럽고 매우 신나고 매우 즐거운 휴가를 보낼 수 있었다. 물론 충동성이 튀어나와 방해하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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