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3가지 조합으로 약을 먹은지 벌써 6개월이 다 되어간다. 처음에는 메디키넷, 그다음에는 아빌리파이, 그 다음에는 졸로푸트. 이번 진료때는 아빌리파이 증량이 결정되어 메디키넷 20mg, 졸로푸트 25 mg, 아빌리파이 1.5 mg을 복용중이다.
아이에게 맞는 약을 찾는 건 굉장히 까다로운 일이다. A 역시 ADHD약을 복용을 시작한지 이제 1년이 거의 다 되어 가지만 이제서야 아이에게 맞는 약의 조합을 찾은 기분이 들 정도이다.
1. 메디키넷 10mg
처음에 메디키넷을 먹었을 땐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고 배려심있고 얌전해지는 A의 모습이 신기했다. 그만큼 점심은 거의 먹지 않았고 약 기운이 있을 땐 불안도가 굉장히 높았으며 약기운이 사라진 직후에는 너무 날카로워서 아이의 변덕을 참아내기 힘들었다.
2. 메디키넷 20 mg+ 아빌리파이 1mg
그 다음 메디키넷을 증량하고 자기 전에 아빌리파이를 먹였을 때 아이는 약 기운이 있을 때는 비슷했지만 약 기운이 사라지고 난 후에는 그 전보다 반동작용이 좀 덜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약 기운이 있을 때의 불안도가 높아서 좀 안쓰러운 마음이 컸다.
충동성은 좀 있었지만 그래도 나의 안된다는 말은 먹혔고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떼를 부리거나 하는 일은 크게 없었다.
여전히 점심에는 거의 밥을 못 먹지만 저녁에는 과할 정도로 밥도 간식도 많이 찾았다.
3. 메디키넷 20mg+아빌리파이 1mg+졸로푸트 25mg
불안을 줄이기 위해 졸로푸트가 추가되었을 때는 초반에는 메디키넷 약효가 없을 때 아이가 너무 방방뜨고 컨트롤이 안될 정도로 하이라 걱정했지만 차츰 안정되었다.
주말단약을 허락받아 주말에는 약을 끊고 아빌리파이와 졸로푸트만 먹였기 때문에 주말에는 하루종일 먹을 것을 달고 살고 기분도 늘 하이텐션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약효가 없을 때는 나의 지도에 반항적으로 대응하는 일이 많았다. 이건 본인 기분에 따라 좀 다르긴 하지만 1학년이 되고 나서 스트레스상황이 늘어나서 인지 점점 더 분노를 표현하거나 반항으로 받아치는 일들이 늘어나니 좀 힘들었다. 아이에게 칭찬을 자주 하고 늘 마음을 읽어주려고 노력해도 그 순간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중간에 수면문제가 있었지만 아빌리파이를 저녁복용으로 바꾼 이후부터는 수면 문제 역시 소거되었다.
그리고 급작스럽게 충동성 문제가 굉장히 커져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앞에서는 참기를 매우 힘들어했다. 그 부분이 나의 지시와 맞물리면 감당하기 힘들정도로 아이는 분노를 폭발하고 독한 말을 쏟아내며 나를 비난했다.
4. 메디키넷 20mg+아빌리파이 1.5mg+졸로푸트 25mg
마지막으로 아빌리파이가 증량된지 2주. 아이는 아침 8시까지 아침식사를 마치고 메디키넷 20mg 와 졸로푸트 25mg를 복용하고 학교에 간다. 그리고 집에 와서 나와 바로 공부를 하고 조금 쉬었다가 태권도에 다녀왔다가 저녁시간을 즐겁게 보낸다.
아이는 어느때보다 컨트롤하기가 편한 상태이다. 여전히 약기운이 없을 때 지켜야할 생활습관들을 잊어버려 잔소리가 필요하지만 그래도 나의 잔소리와 지시에 분노를 터뜨리진 않는다.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금새 정리하려고 노력해주는 편이다.
학교생활은 내가 졸로푸트 복용을 잊었던 날을 제외하곤 딱히 큰 문제는 없다. 이제 학교에 적응을 하기도 했고 약도 조합이 잘 되어서 그런것 같지만 다음 학기부터는 이사때문에 새 학교에 다니게 될 예정이니 9월에 잡힌 진료예약 전까지 새로운 학교에 잘 적응하는지 체크해 볼 예정이다.
주말단약할 때의 아이는 지시수행이 잘 안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꽂혀있고 하고 싶은게 많다. 하지만 그전보다는 나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자세가 보인다. 그전보다 귀가 좀 열렸다는 기분이랄까?
식사는 여전히 점심에는 큰 식욕이 없지만 오전과 메디키넷 약효가 끝나는 시점부터는 열심히 잘 먹고 있어서 꾸준히 간식과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1년간 키가 크지 않을까봐 걱정한 것과는 달리 키는 그래도 꾸준히 자라고 있는 듯이 보인다.
가장 고민이 컸던 충동성 문제는 아빌리파이 증량 후 많이 해결 된 기분이다. 약효가 없는 시점에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의 조언을 나름 귀담아 듣고 스스로 충동성을 조절하려는 듯한 모습이 많이 보여지고 있다.
아이에게 맞는 ADHD약 조합을 찾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아이는 성장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약의 용량 기준이 되는 몸무게도 변하고 아이를 둘러싼 환경 역시 계속 변화한다. A만 해도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입학 및 적응이라는 과정을 다 거쳐가며 아이의 심리상태와 주변환경이 모두 급변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불안도가 높아지고 충동성이 조절안되는 상황들이 생겨났고 그에 따라 약이 잘 듣는 듯 보이다가 소용히 없어보이는 시점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의 약 조합이 내가 아이를 관리하기 편한 상태이긴 하지만 아이가 느끼는 것과는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또한 A의 충동성 문제처럼 아이가 자라면서 더 두드러지는 문제를 관리하기 위해 약이 추가되거나 빠져야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놀이치료와 사회성 치료 등의 효과나 중단 등의 상황이 겹쳐지면 그에 따라도 약의 조합이 바뀔 수도 있겠다.
아이가 자라면서 몇 번이나 더 약이 증량되고 교체되어야 할 지는 감도 잡지 못 하겠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이의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정확하게 파악한 후 의사와 심도있게 논의하는 것 같다. 다만 친구관계나 학교생활 등은 제대로 파악하기 힘드니 그 부분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겠다. 이사가면 나는 담임선생님께 아이의 ADHD를 이야기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편견은 더 이상 받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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