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정신과 진료를 A와 다녀왔다.
3달만의 방문이라 그동안 내가 고민했던 충동성에 대한 부분을 의사와 상담했다. 아이가 충동성이 더 커진 것 같고 어떤 것에 대한 충동성이 생겨나면 분노를 격하게 쏟아낼 때가 있다고 말하자, 의사는 그럴때 받아줄 수 없는 것이면 무조건 무시하는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보통은 무시하지만 그럴때 간혹 다른 대체재를 갑자기 요구할 때가 있다고 하니(예를 들어 장난감을 사고 싶다고 우기다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 갑자기 그럼 간식을 사달라던가 하는 식) 그건 아이가 오히려 성장한거라고 말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다시 물어보니 자기가 원하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다른 방식을 제안하는 것도 나름 아이가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을 새롭게 개발한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이것저것 떼가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스스로 방법을 찾고 있는 거고 그것마저도 성장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시야가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의 좌절감과 분노 등을 다른 대체재를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 자체를 나는 나에 대한 도전처럼 생각했는데 오히려 스스로 감정 해소와 갈등 해결을 위한 방법을 고민해 낸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스스로의 행동과 감정을 조절하는 게 어렵다. 그게 어려운 아이가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충동성이라는 감정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고 노력하고 조절한 것인데 그 노력을 봐주지 못하고 아이를 나이에 맞지 않게 떼쟁이라고만 생각해왔던 것이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이지만 아이는 나름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그 방식을 내가 온전히 다 이해한다면 아이도 나도 편하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나는 신사임당이 아니고 아이는 사토라레가 아니니까. 그저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조금씩 부딪히며 각자 조금씩의 상처를 안고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대신 이런 상담을 통해 뒤돌아보며 그 상처가 왜 생겨났는지 기억하는 것. 그게 그나마 새로운 상처를 만들지 않는 방법을 알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처내는 방식이 무엇인지 알고 그걸 다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보면 둘다 부딪히더라도 덜 다칠 것이고 서로를 점점 더 믿게 되리라.
이번 진료에서 A의 메디키넷과 졸로푸트 용량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충동성으로 아이가 힘들 수 있으므로 아빌리파이만 0.5mg 증량을 결정했다.
혹시나 오후시간의 공부를 위해 콘서타로 변경하거나 페니드를 추가하는 것은 어떨지 문의하니 콘서타를 사용했을 경우 아이가 겪었던 수면문제나 여전히 고민중인 식욕저하가 저녁시간까지 이어질 수도 있고 집중력이 메디키넷보다는 약하고 길게 가는 방식이라 저학년때보다는 조금 더 고학년이 되었을 때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고, 페니드의 경우 4시간이라 중간에 먹일 수는 있겠지만 이런 방식은 고등학생처럼 좀 더 집중적이 확 필요한 경우만 처방한다고 했다.
3달 후에 예약진료를 잡고 또 약을 한 아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진료때는 A가 전학을 한 이후가 된다.
전학이라는 새로운 파도를 아이가 잘 타고 넘어줄지, 아니면 파도 속에 꼬꾸라져 물을 좀 먹게 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파도를 잘 타도 너무 멀리갈까봐 걱정이고 물을 먹더라도 잠수하면서 바다 속을 구경하면 될테니 걱정할 필요가 없어보이기도 한다. 우선 한 번 부딪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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