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A는 태권도 1품 심사를 받았다. 엄청 많은 사람들이 모인 체육관에 가서 열심히 익힌 품새를 심사받는 일이라 심사 1주일 전부터는 도장에 가서 특별훈련을 받기도 했다. 이미 수십번씩 해서 몸에 익숙해져 있는 품새지만 낯선 장소와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하는 일이라 아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약을 먹이고 보냈기 때문에 품새동작을 헷갈리거나 하는 일은 없을꺼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걱정이 컸었는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품새와 겨루기 심사를 보았다. 문제는 심사가 마친 후 부터 마치 약기운이 싹 사라진 것처럼 행동했다는 점이다. 분명히 콘서타가 작용할 시간인데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당장 하고 싶어하고 본인의 생각대로 가족들이 함께 움직여주지 않으면 그걸 참지 못하는 충동성이 극에 달했다.
혹시나 너무 긴장을 했어서 그런가 싶어 알아보니 이런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이 지나간 후에 오히려 문제행동이 더 많아지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오늘은 일반적인 아이라면 더 차분해질만한 스트레스 이후 상황에서 ADHD아이들의 문제행동이 더 커지는 지 알아보려고 한다.
ADHD아이들이 스트레스 상황 이후 문제행동이 심해지는 이유 1. 지연된 감정 조절
ADHD는 감정 조절을 포함한 뇌의 실행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ADHD 아이들은 즉각적인 스트레스 요인에 대처하기 위해 모든 집중력과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으며 이러한 강렬한 집중은 일시적으로 감정적 반응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심사하는 동안에는 차분하게 본인이 해야할 동작을 복기하며 기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스트레스 요인이 사라지면 감정 조절 능력이 저하되어 이전에 억눌렸던 감정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뇌가 쌓인 감정적 긴장을 처리하고 해소하려고 할 때 과잉행동, 충동성 또는 광란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인데 A 역시 똑같이 게임을 당장하고 싶다고 우기거나 가족들과 함께 하는 일정 등을 하기 싫다고 화를 내는 등의 행동이 나타났다.
2. 반동 효과
ADHD 아이들은 에너지 수준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A가 겪은 태권도 심사 같은 스트레스가 많은 사건이 발생하는 동안 그들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다. 상황이 해결되면 억눌린 에너지가 갑자기 방출되는 반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반동으로 인해 아이들은 더욱 활동적이 되고 통제력이 약해지며, 예비로 남겨두었던 과도한 에너지를 태워 버리면서 과잉행동이 두드러질 수 있다.
A 역시 심사 바로 직후에는 같이 심사에 참여했던 아이들과 엄청나게 시끄럽게 떠들면서 자제가 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었다. 분명히 약기운이 있는 시간이라 평소같았으면 나의 말에 집중했을 텐데도 전혀 통제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3. 인지 과부하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을 관리하려면 작업 기억, 주의력, 자기 조절과 같은 실행 기능을 크게 사용해야한다. ADHD 아이은 이러한 영역에 선천적으로 결함이 있고 상황이 끝난 후 관리하던 인지 부하로 인해 정신적 탈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피로는 행동과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방해할 수 있으며, 뇌가 균형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더욱 불규칙하고 과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4. 감각 과부하
ADHD 아이들은 감각 입력에 더 민감한 경우가 많다. 태권도 심사같이 대규모의 인원이 함께 한정한 공간에서 해야하는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은 이러한 민감성을 증폭시켜 소리, 광경 및 기타 자극을 더 잘 인식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스트레스 요인이 제거된 후에도 감각 시스템은 고조된 각성 상태로 유지되어 자극에 더욱 강렬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이렇게 고조된 감각 상태는 지속적인 감각 입력에 대처하려고 시도하면서 과잉 행동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평소보다 예민하게 나와 남편, 그리고 동생의 말에 반응하며 날선 목소리로 자신이 편한 집으로 자꾸 빨리 가고 싶다고 이야기 했던 것 같다.
5. 해결되지 않은 불안
스트레스가 많은 사건이 끝났다고 해서 항상 그 사건으로 인한 불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 국기원 심사가 끝나기는 했어도 아이가 실제로 1품심사에 통과했는지는 열흘은 있어나 답이 나오기 때문에 A는 혹시나 싶은 마음이 남아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경우 ADHD가 있는 아이들은 심박수 증가, 신경 에너지 또는 걱정과 같은 스트레스의 영향을 계속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지속적인 불안으로 인해 해결되지 않은 감정을 처리하기 위해 오히려 예민한 태도와 과잉행동이 더해질 수 있다고 하니 그 순간 아이에게 다그치며 과한 행동을 멈추라고 혼냈던 것이 후회로 남는다.
6. 대처전략 부족
사실 A를 비롯한 많은 ADHD 아이들은 아직 스트레스와 그 여파에 대처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처 전략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숨을 크게 세 번 쉬라는 걸 알려주고 실천하게 하곤 있지만 사실 이런 상황에선 나의 조언들이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스스로 자신을 진정시키는 방법이나 생산적인 방법으로 에너지의 방향을 바꾸는 방법을 깨닫기엔 아직 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처 전략이 없으면 과잉행동 또는 언어적 폭발과 같이 즉각적이지만 일시적인 안정을 스스로에게 제공하는 행동이 계속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이러한 행동들은 체계화된 방법 없이 스스로 진정하려고 시도하는 것 이기 때문에 부모의 눈에는 그저 문제행동으로 해석되기 쉽다.
아이와 ADHD를 2년간 함께 겪으면서 다양한 상황에서 아이가 보일만한 문제행동들에 대한 리스트업을 꽤 했다고 생각했는데 키울수록 새로운 상황들이 생겨나고 아이 역시 나의 예상을 뒤엎는 반응들을 보일때가 많아서 사실 부모로써 늘 당황스럽고 난처한 경우가 많다. ADHD 특유의 집중력으로 심사를 잘 봤음에도 ADHD의 고유 특성으로 인해 이 스트레스 상황이 끝난 후에 보여주는 난감한 행동들과 말로 집에오는 몇십분동안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아이도 이제 나이가 먹어가면서 본인의 요구사항이 더 디테일해지고 부모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는 일이 점점 줄어든다. 나도 남편도 아이가 ADHD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들이 생길때마다 아이에게 바른 방향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점점 어렵다. 참. 매일매일이 고민이고 숙제지만 어쩌겠는가. 아이는 나의 아이. 세상에 잘 키워 내보내야할 의무가 나에겐 있다. 공부하자.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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