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로 인해 난독이 있을 때, 만화책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난독/ADHD/만화책/읽기/글밥/독서)
본문 바로가기
ADHD 공부하기

ADHD로 인해 난독이 있을 때, 만화책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난독/ADHD/만화책/읽기/글밥/독서)

by 쌤쌔무 2024. 5. 14.

ADHD라 더 특별한 너

A에게 난독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부터 아이가 한글 읽기가 아주 유창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2학년이 되어가도록 아이에게 만화책을 되도록이면 제공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마법천자문 같은 책을 읽고 싶어할 때 사주지는 않는 대신 사촌형이나 학교도서관에서 한 두권 빌려 주말만 읽도록 제한하는 등 나름의 방법으로 말이다. 

 

그런 과정에서 남편과의 의견충돌이 잦았다. 만화책으로라도 아이가 읽는 즐거움을 주는 게 낫지 않냐며 WHY시리즈 등을 당근에서라도 들여놓자는 남편과 최대한 만화에 대한 관심을 늦추고 흥미를 가질만한 글밥이 만만한 책을 제시해보다는 나의 의견이 늘 부딪혔다. 나한테 상의없이 먼나라이웃나라 세트를 당근해서 들고 오기도 했지만 그림체도 멋져보이지 않고 글밥은 또 생각보다 많다보니 A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얼마전 원피스라는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서프라이즈를 하겠다는 명분으로 나와 상의없이 70권이나 되는 원피스 만화책을 사왔고 결국 나는 남편에게 폭발하고 말았다. 아이의 난독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 별 깊이없이 생각한 채로 만화책이라도 열심히 읽는게 나을꺼라고 하는 남편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평일에는 보지 않고 주말에만 보는 걸로 얼레벌레 정리를 하고(물론 나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2주를 보내보니 주말 내내 A는 거의 7시간씩 원피스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게다가 옆에서 지켜보니 멋진 장면을 찾아내기 위해 글을 거의 읽지 않고 마구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너무 걱정이 되기도 하고(이대로 일반 책과는 멀어지려나?) 때마침 학교에서 전화온 일로 인해 다시 잡았던 진료일이 다가와서 의사에게 문의를 해보았다. 의사는 먼나라 이웃나라같은 글밥이 꽤 되는 만화책이라면 오히려 아이의 흥미를 잡을 수 있어서 난독에 도움이 될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A처럼 이미 아는 장면을 만화책으로 보는 것이라면 본인이 잘 모르는 글자들을 마음대로 해석해버리거나 편한 단어로 대체해버리는 난독의 문제점이 더 강화될꺼라고 하면서 우려를 표했다. 물론 이미 원피스에 너무 몰입되어 있어서 상담시간마다 그 이야기만 하고 있는 점 역시 보여서 아이가 더 몰입하지 않도록 자제를 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결국 남편과 밤새 열띤 의견조율(이라쓰고 부부싸움이라고 읽히겠지만) 끝에 앞으로 아이에게 제공하는 읽을거리는 나와 상의를 거친 후에 제공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니 A같이 ADHD로인해 난독증상이 있다면 만화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궁금했다.

 

ADHD로 인해 난독이 있을 때, 만화책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1. 긍정적인 영향

 

만화책은 실제로 전통적인 책에 비해 ADHD와 경미한 난독증이 있는 어린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1. 시각적 참여: 만화책에는 일반적으로 ADHD 아동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생동감 넘치는 시각 자료와 삽화가 포함되어 있다. 이미지와 텍스트의 조합은 일반 책의 빽빽한 텍스트 블록에 비해 집중력을 유지하고 몰입도를 유지하기 더 쉽게 만든다.
  2. 순차적 스토리텔링: 만화는 독자에게 내러티브를 안내하는 패널을 사용하여 순차적 형식으로 스토리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순차적 구조는 따라가기 위한 명확한 시각적 단서를 제공하므로 ADHD 아동이 이야기의 흐름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3. 더 짧은 텍스트 블록: 난독증이 있는 많은 어린이는 많은 양의 텍스트를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만화책은 일반적으로 말풍선 내에서 짧은 텍스트 버스트를 제공하므로 난독증이 있는 독자가 더 쉽게 관리하고 이해할 수 있다.
  4. 맥락적 단서: 만화에서 삽화는 어린이가 텍스트를 읽는 데 어려움을 겪더라도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맥락적 단서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시각적 지원은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시각적 정보에 더 많이 의존하는 난독증이 있는 어린이에게 특히 도움이 될 수 있다.
  5. 자신감 증가: ADHD 및 난독증이 있는 어린이는 만화책을 더 쉽게 접할 수 있고 시각적으로 매력적이기 때문에 읽기 능력에 대해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자신감은 읽기 자료에 대한 더 큰 의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반적인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만화책이 모든 교육적 맥락에서 전통적인 책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ADHD와 경미한 난독증이 있는 어린이에게는 귀중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인 학습이 아닌 ADHD와 난독을 가진 아이들에게 맞춘 학습 스타일로도 활용이 가능할 수 있고 아이의 난독으로 인한 현실적인 문제에 맞는 대안이 될 수 있어서 궁극적으로는 독서를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줄 수 있다.

2. 부정적인 영향

긍정적인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아이들도 만화책에만 빠지게 되면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과 같이 ADHD와 난독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면 만화책으로 인해 겪게 되는 부정적인 영향들 역시 존재한다.

  1. 과도한 자극: 일부 만화책에는 매우 디테일한 아트워크, 강렬한 액션 시퀀스 또는 복잡한 스토리라인이 포함되어 있어 ADHD를 가진 어린이들에게 과도한 자극을 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만화책이 제공하는 시각적 자극은 오히려 집중하기 어려워지고 어린이의 주의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
  2. 텍스트 발달의 부족: 만화책의 시각적 특성은 ADHD와 난독이 있는 아이들의 이해를 돕지만, 독서 자료로서 만화책에만 의존하는 경우 아이의 문해력을 발전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만화책에서 제공하는 시각적 단서에 너무 의존하는 경우, 나중에 텍스트 중심의 지문이나 일반적인 책을 읽고 해석하는 훈련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3. 고정관념적 콘텐츠: 일부 만화책에는 부정적인 편견이나 부적절한 주제(예: 폭력, 성차별, 인종차별)를 강화하는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콘텐츠에 노출되는 것은 어린이의 태도, 신념 및 행동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
  4. 어휘력 제한: 만화책은 주로 대상 연령군에 적합한 언어를 사용하지만, 전통적인 도서에 비해 어휘에 대한 노출 수준이 항상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는 어휘력의 격차를 늘리고 아이의 언어 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
  5. 사회적 편견: 만화책을 읽는 것에는 여전히 사회적 편견이 따를 수 있다. 아이가 독서시간에 만화책을 선택한 것에 대해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판단이나 조롱을 받는다면, 아이의 자존감과 독서 동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니다.

3. 아이의 상황에 알맞은 만화책의 기준은?

만화책은 난독과 ADHD로 책 읽기가 어려운 아이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방향일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된 책을 골라 제공하지 않는 다면 부정적인 영향 역시 심각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에게 제공할만한 만화책인지를 따져볼 수 있는 몇 가지 기준을 생각해보면

  1. 시각적 명확성: 명확하고 따라가기 쉬운 아트워크와 잘 정의된 패널이 있는 만화책을 선택하자. 아이의 눈으로 봤을 때 혼란스럽거나 너무 화려하거나 압도적인 레이아웃을 피하자.
  2. 간소화된 언어: 아이의 독서 수준에 적합한 간단하고 명확한 언어가 사용된 만화책을 찾아보자. ADHD로 집중력이 부족해서 생긴 난독이 있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과도하게 복잡한 어휘와 엉성한 문장구조의 만화책은 피하는 것이 좋다.
  3. 내러티브 구조와 순차적인 스토리텔링이 있는만화책: 이런 스토리의 만화책은를 가진 아이가 이야기의 흐름을 더 쉽게 따르고 내용에 집중할 수 있다.
  4. 긍정적인 대표성: 다양한 캐릭터와 긍정적인 롤 모델이 등장하는 만화책을 선택하라. 부정적인 편견이나 표현을 강화할 수 있는 고정관념적인 만화책은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5. 교육적 가치: 어린이의 관심사와 학습 목표에 부합하는 교육적 콘텐츠나 주제를 다루는 만화책을 찾아라. 과학, 역사, 사회 문제와 같은 주제를 흥미롭고 접근 가능하게 다루는 만화책을 통해 아이가 텍스트로만은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하게 도울 수 있다.
  6. 접근성 기능: 아이의 읽기 능력을 고려하여 글꼴이 단순하고 세이펜 등의 텍스트 음성 변환 기능과 같은 접근성 기능이 있는 만화책을 고려해보자. 이러한 기능은 난독이 있는 아이의독서 경험을 더욱 즐겁게 만들고 독서를 조금 더 친근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7. 부모 지도: 마지막으로 부모나 보호자를 만화책 선택 과정에 참여시켜 아이의 연령, 성숙도, 개인적인 관심사에 적합한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의 요구와 선호도에 맞춰 책을 고르고 아이와 책의 내용과 등장인물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아이가 어느정도 책을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만화책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과 초등학생을 그렇게 키우는 건 불가능하는 생각이 동시에 드는 시점이다. 아이에게 학습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만화책에 대해 조사해보기 위해 서점을 조금 더 자주 가봐야겠다 싶다. 학습만화시장이 엄청나게 크지만 난독이 있는 아이들을 위한 시장은 아니라서 보통 담고자하는 내용을 꽉꽉 눌러담아놓은 것들이 많아 A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을 찾는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자기가 관심이 있는 것은 어떻게든 읽어내는 아이다. 과몰입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는 아이다. 라고 생각하고 아이가 흥미로워할만한 반짝거리는 그런 책으로 아이의 읽기 실력을 올려주고 싶다. 그게 만화책은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또 욕심이겠지.

 

조금 내려놓고 마음편하게 키우라는 남편의 말이 참 얄밉게 느껴진다. 아이와 공부를 하고 영어난독을 중재하고 매일매일 학습량을 늘리고 그 와중에 둘째도 케어하는 내 입장에선 참으로 태평한 말 같기 때문이다. 조금더 깊이 고민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는 적극적인 태도를 원한다고 하니 본인도 고민해서 내린 결정 들이라 해서 더 답답하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더군다가 ADHD아이를 키우는 것도 난독인 아이를 키우는 것도 초등학교 부모도 다 처음인 날 옆에서 가이드해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1가구 1 오은영박사님 해주시면 안될까? AI나 로봇이라도 좋다. 제발.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