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아이를 긍정적으로 말하게 만드는 방법(싫어, 몰라,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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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육아 TIP

ADHD아이를 긍정적으로 말하게 만드는 방법(싫어, 몰라, 안돼)

by 쌤쌔무 2024. 7. 30.
ADHD라 더 특별한 너

ADHD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아이가 하기 싫은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말이다. 매일 매일 해야하는 일을 지루하고 귀찮은 일로 치부해버리고 도파민이 폭발하는 일만 찾기 마련이라 단순히 "이를 닦자", "놀던 걸 치우자", "학교 숙제를 하자"라는 당연한 일을 하자는 제안에도 바로 "싫어!"라고 대답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이럴때마다 잔소리가 길어지게 된다. "이를 안 닦으면 치과에 가야되고 그럼 돈도 쓰고 아프고 어쩌고 저쩌고.." 미래에 닥치게 될 일들에 대해 예시를 들어주며 설명하지만 나의 이 잔소리는 말그대로 한쪽귀를 그저 통과해 반대쪽 귀로 빠져나가거나 아예 튕겨서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기 일쑤다.
 
그 놈의 "싫어"라는 말만 들어도 이젠 저절로 나의 분노버튼이 눌러지게 되는 지경이 왔기 때문에 나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다 떠오른 말이 있었다.
 
알쓸신잡에서였나? 소설가 김영하 선생님이 자신의 제자들에게 글을 쓸 때 "짜증난다"라는 표현을 금지시켰다는 말이 갑자기 생각이 난 것이다. 짜증난다라는 말로 감정을 한꺼번에 퉁쳐서 표현하지 말고 소설가 답게 그 상황과 감정을 표현하는 다른 말들을 찾아내라는 의도에서 금지한다고 말하셨는데 "유레카!!"하고 소리를 지를뻔 했다.
 
ADHD아이의 특성상 짧은 주의집중력과 충동성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본인의 생각을 조리있게 길게 말하기 어려워한다. 학년이 조금 오르면 가능할 수 있겠지만 이제 2학년이고 충동성이 꽤나 높은 편인 A는 평소에 말을 잘하고 어휘수준도 높지만 본인이 하기 싫은 상황에서는 "싫어!"만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에 "싫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면? 아이는 어쩔수 없이 지금 자신의 상황을 대변할 다른 단어를 찾아내야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싫다는 감정을 표현할 다른 단어를 찾기위해 잠시 멈추게 되지 않을까?
 

ADHD아이를 긍정적으로 말하게 만드는 방법 1. 싫어와의 이별

여유롭게 일어나 기분이 꽤 괜찮은 아이와 아침식사를 하면서 말했다. 앞으로 우리 "싫어!"라는 단어를 집에서 쓰지 않으려고 해. 라고 말이다. A는 당황하면서도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싫어"와의 이별을 하자고 제안할 때는 아이가 기분이 나빠있는 상황이나 대치중인 상황이 아닌 아이의 컨디션과 기분 상태가 좋을 때 이 이야기를 꺼낼 것을 추천한다. 엄마아빠가 본인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한다는 걸 드러내지 않으면서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어 긍정적인 신호를 이끌어낼 수 있다.)
 
니가 "싫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대신, 엄마아빠는 "안돼!"라는 단어를 쓰지 않겠다고도 제안했다. 늘 아이에게 어떤 일을 지시할 때 아이는 "싫어"라고 1초도 안되서 바로 대답을 내뱉고 나와 남편은 "안돼! 해야지!"라고 역시나 바로 되받아쳐왔다. 그러면 서로 이미 감정이 상해서 원래 해야했던 일이 무엇인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리고 아이와 힘겨루기가 시작되어 불필요한 감정낭비로 시간만 보내곤 했었다. 그래서 싫어와 안돼를 서로 교환해서 쓰지 않기로 했다.
 
A는 이 상황이 꽤나 재밌다고 생각하는 듯 했고 식사시간에 장난스럽게 "싫.. 아! 쓰면 안되지"하면서 키득거렸다. 나도 남편도 "안돼"를 못 쓰는 것이 매우 아쉽다는 듯이 표현해서 더 즐겁게 해보고 싶은 놀이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ADHD아이를 긍정적으로 말하게 만드는 방법 2. 싫어 대신 뭐라고 해야할까?

우선 싫어라는 단어를 사용금지 시켰으니 하고 싶지 않은 어떤 상황에선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아이와 의견을 나눠보았다. 처음에는 어려워하더니 몇개의 예시를 던져주니 쉽게 활용했다. "지금은 다른 걸 하고 싶어요." 또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아직 하던 걸 못 끝냈어요" 등 본인의 상황과 감정을 활용해서 말하는 예시를 주었다.
 
놀이 하던 걸 정리하라는 나의 말에 보통은 바로 "싫어"라고 대답하는 순이었지만 "싫어"를 금지 당하고 나니 "엄마, 난 조금 더 놀고 싶어요"라는 속마음을 들려주었다. 숙제를 해야지, 라는 나의 말에는 "싫어" 대신 "해야하는 건 알아요. 지금말고 00시에 제가 할께요"라고 이야기해주었다. 
 

ADHD아이를 긍정적으로 말하게 만드는 방법 3. 싫어가 사라지면 안돼도 사라진다.

아이가 싫어를 내려놓자, 우리 역시 안돼를 쓸 필요가 없어졌다. 아이가 방어적으로 우리의 지시를 모조리 "싫어"라는 방패로 받아쳤었기 때문에 우리도 "안돼! 해야돼"라는 창으로 아이를 찌르고 있었는데 둘다 창과 방패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아이가 어떤 일을 지시 받았을 때 아이 나름의 이유로 바로 수행할 수 없다고 설명해주기 때문에 우리 역시 아이의 상황과 지금 해야하는 일 사이에서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자기 전에 샤워할 시간이 되어 "이제 씻자"라고 했을 때 더 놀고 싶은 아이가 예전이었다면 "싫어!"하고 외치고 우린 "안돼! 씻을 시간이야!"하고 아이를 윽박질렀다면 요새는 똑같은 상황에서 "엄마, 저는 조금 더 아빠랑 놀고 싶어요"라고 A가 말해주면 나는 "그래 놀고 싶은 맘은 엄마도 알지, 근데 지금 씻지 않으면 너무 늦게 자게 돼" 하고 대답하게 된다. 그러면 엄마가 왜 지금 씻어야한다고 말했는지를 이해하기 때문에 "그럼 빨리 씻고 아빠랑 조금 놀아도 되요?"하고 자기가 원하는 방향을 말해준다. "좋아, 대신 땀 안나게 차분히 9시까지만 놀자"하고 나 역시 아이와 신경전을 벌이지 않고 아이가 요구하는 수준과 지켜야할 생활습관 사이에서 조율을 쉽게 할 수 있었다.
 
싫어가 사라지니 안돼가 사라졌고 아이도 나도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었다.
 

ADHD아이를 긍정적으로 말하게 만드는 방법 4. 멈추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아이는 "싫어"라는 단어 하나로 자신의 모든 감정과 하고 싶은 말을 퉁치곤 했다. ADHD이고 9살이며 아들래미인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정리해서 말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했다. 자신이 관심있는 것에 대해선 나에게 줄줄이 비엔나처럼 온갖 정보를 알려주지만 뭔가 어려운 상황, 불편한 상황은 "싫어"라는 단어만 내뱉을 때가 많았다.
 
싫어라는 방패를 내려놓고 아이가 싫어를 대신할 말을 고르도록 하자, 아이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본인이 이 상황이 왜 싫은지,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자신의 생각을 말로 엮어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감정을 정리해서 엄마에게 말했을 때 엄마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며 더 나은 방향을 제안한다는 걸 경험하고 나니 아이도 "싫어" 대신에 다른 말로 말하는 걸 점점 좋아해주고 있다.
 
여전히 가끔 "싫어"가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바로 "아 맞다. 싫어 안되지, 그럼 말이야.."하면서 생각을 시작한다. 
 
나 역시 아이의 감정과 상황을 알게 되니 무작정 "안돼"로 맞서기보다는 아이의 마음을 더 잘 알게된다. 아, 이래서 이걸 그동안 싫다고 했었구나, A는 이럴땐 이러고 싶은 거구나 하면서 아이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시간과 상황이 허락하는 한 아이의 의도를 살려주려고 노력하고 어려울 땐 엄마의 입장도 차분히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뜨거운 물과 기름이 만난듯이 서로 싫어와 안돼로 화르르 대치했던 아이와의 사이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ADHD아이를 긍정적으로 말하게 만드는 방법 5. 긍정의 힘

싫어와 안돼가 사라지니 서로 부정적인 표현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다. 아이가 긍정적으로 점점 말하게 되어간다. 가끔 속상한 일이 있거나 동생과 투닥거릴때 부정적인 표현을 쓸 때도 있지만 바로 "안돼!"하고 받아치지 않고 지긋이 바라봐주면 바로 자신의 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나쁜 말을 더 배워오긴 하겠지만 그래도 아이의 그런 흐름을 조금 느리게 만든것 같아 만족스럽다.
 
'싫어'라는 말 대신 다른 말을 생각하려 애쓰는 A의 모습을 곱씹어보며 남편과 이야기했다. A가 오랜만에 참 예쁘고 귀엽게 보였다고. 남편 역시 잠깐 멈추고 고민하는 모습이 참 예뻐보였다고 한다. 아이의 노력이 반짝반짝해보였기 때문인것 같다.
 


충동성이 크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매일매일 나와 부딪히던 나의 특별한 A는 오늘도 조금 더 특별해졌다. 해야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싫어"라는 방패 하나로 버티던 녀석이 이젠 자신의 마음을 내게 보여주고 더 나은 방향을 함께 고민한다. 방학 전에 싫어와 안돼와 이별하기로 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짧지만 서로에게 날선 모습을 보여주는 방학이 아닌 서로를 믿고 더 아끼게 되는 방학으로 마무리질 수 있 길!
 
*아이와 읽었던 책이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그레이트북스의 안녕 마음아 시리즈 중 "싫어 안돼 몰라" 책이 그것이다. 안에 토끼 3남매가 나오는데 이름이 싫어, 안돼, 몰라 이다. 엄마가 아파서 서로 힘을 모아 약을 구하러 가는데 싫어, 몰라, 안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서 좋아, 그래, 알았어 로 말을 바꾸는 내용이 있다. 어릴때도 참 좋아했던 책인데 이번에 "싫어"라는 말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그 책 이야기를 꺼낸 것이 도움이 되었다. 
 
**7살에게는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건 좀 어려울 것 같고 8살이나 우리 A처럼 9살이라면 시도해보길 권한다. 10살부터는 또 좀 안 먹히지 않을까? 10살은 아직 안 키워봐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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