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은 아이, A

 

5살까지 외동으로 자랐지만

늘 사촌형 J와 함께 자란 A.

A는 사촌형 J와 비교했을 때

말도 훨씬 빨리 틔였고

걷거나 뛰는 것도 훨씬 빨라서

늘 잘한다~ 잘한다~는 칭찬을 들으면서 자란 아이다.

 

그래서 A는 자신은 못하는 게 별로 없고

무엇이든 다 잘 할 수 있다는

뜻 모를 자신감에 늘 차 있는 아이였다.

 

 

 

그 자신감만큼 A의 지능이나 재능도 그랬으면 참 좋겠으나

A는 그냥 평범한 수준의 아이인지라

(웩슬러 검사 결과 지능이 115 였다.

높은건가? 싶었는데 카페의 글을 보니 딱히 높은 수준은 아니었고

남편도 나도 초등시절 아이큐 검사가 130가까이 나왔던 것 같아

지능 검사 결과를 보고 살~짝 실망했다.)

늘 트러블이 생겨난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과

본인이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갭을 참지 못하고

거기서 늘 짜증과 분노가 생겨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식이다.

요새는 종이접기 유튜버가 되고 싶다고 말할 만큼

종이접기에 몰두 중인데

고학년도 접기 힘든 건담 종이접기 같은 영상을 보고

그걸 따라 접으면서 제대로 조립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

엄청나게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엄마 눈에는 당연히 아이가 할 만한 수준이 아닌데도

그걸 하고 싶어하는게 1차로 어이가 없고

그걸 또 어찌어찌 따라하는 흉내를 내는게

꽤 대견하면서도

안 되는 순간 엄청나게 짜증과 분노에 휩싸이는게

또 2차로 어이가 없다.

 

1학년인 너의 고사리손으로

페이퍼빌드 유튜버가 만드는 완전 어려운 건담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A를 말려봐도

이미 저걸 만들고 싶다!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버린 A를 말리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ADHD답게 충동성이 치솟아

학교 끝나자마자 자기가 만들고 싶은 건담종이접기를 하겠다며

헐레벌떡 뛰어온 상태인 아이를

무슨 수로 말리는가..

 

결국 아이와 싸우기 싫어서

해야할 공부를 1시간 미룬 채

(약 기운이 있을 때 공부를 시키고 싶은데

늘 이런 일로 약기운이 없을 때 공부를 하게 되서 아쉽다.)

종이접기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데

한 30분 쯤 지나면 아이방에서 괴성이 들려온다.

 

아아아아아!!! 왜 안되냐고오!!  하고 아이가 소리를 지르면

아, 또 시작이구나..싶고

낮잠자는 동생이 깰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다행히 몇 번 다시 시도해서 해결이 되면

우와 우리 아들 종이접기 마스터네~

진짜 멋지다~ 라는 칭찬세례와 함께

부드럽게 공부시간까지 연결이 되지만

 

만약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되면

악을 쓰고 짜증을 내느라

동생을 깨우고 공부시간은 늦춰지는

총체적 난관의 상황이 벌어진다.

 

 

 

엄마가 해 봐! 이거 해야 완성이 된단 말이야! 하고 가져와서

어떻게 해야하나 보면

나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이걸 니가 도대체 어떻게 한다고 그러니?

이건 형아들이나 하는 거야! 라고 말해주지만

전혀 먹히질 않는다.

 

또래 보다 종이접기에 몰두해 있어서

꽤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긴 하지만

실제 본인의 실력보다 늘! 항상! 언제나! 더 어려운 걸 만들고 싶어하기에

이런 일이 너무 자주 벌어져서 피곤하다.

 

ADHD때문에 자기 원래 실력을 잘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앞으로도 많아질 것 같은데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어서

이 부분이 아이가 자라는 데 늘 돌부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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